[투데이 窓]블록체인이 보조하는 탄소중립 실천의 미래
최근 2022년 우리나라 탄소배출 총량이 6억5400만톤으로 잠정집계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최대 배출기간인 2018년의 7억2700만톤에 비하면 약 10% 감소한 셈이지만 국민 1인당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4위권인 대한민국은 여전히 탄소배출 강국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2050년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선언했고 2021년에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면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40%로 상향조정한 상황이다. 큰일이다. 7년 안에 2018년 대비 30%의 온실가스를 더 줄여야 하는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가 발표한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윤석열정부 탄소중립 녹색성장 청사진'을 살펴보면 '부문별 온실가스 중장기 감축정책'에서는 산업체의 배출량을 줄여나가기 위한 목표와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된 반면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기반 강화정책'에서는 사회 구성원의 공감과 협력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수준의 선언문이 담겨 있다. 아마도 산업영역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민간영역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고 인식전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명확한 정책을 마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생애 전체 탄소발생을 의미하는 탄소발자국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탄소제품의 최종 소비자인 민간영역이 탄소중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개인의 소비패턴과 행동변화가 언젠가는 탄소 기반 생산과 유통구조를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하든 기업이 주도하든 민간 참여형 탄소저감 실천은 캠페인 중심이다. 행동으로 지구를 지키자는 캠페인의 대의는 훌륭하지만 행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의와 더불어 탄소저감 행위에 대한 동기부여, 즉 보상이 필수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 부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환경부가 운영하는 탄소중립포인트제는 유형화한 탄소저감 행위를 인증하면 연간 7만원 한도의 현금성 포인트를 제공하고 경기 광명시 기후의병 탄소중립포인트제는 지역에 특화된 탄소저감 행위를 인증하면 연간 10만원 한도에서 지역화폐로 전환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한다. 다만 이들은 한정된 예산을 사용하는 정책이다 보니 재원이 소진되면 추가적인 탄소저감 행위는 보상할 수 없다.
한편 민간형 탄소저감 행위 플랫폼 알지(rz)는 탄소저감 미션에 참여하면 제휴업체에서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제공하고 체리월드에서는 걷기로 생성된 포인트를 제휴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산해진미 플로깅을 통해 탄소저감 캠페인을 진행하고 플라스틱과 의류를 업사이클링한다. 다만 참여행위가 한정적이고 사용처가 제한돼 있으며 개별 플랫폼이 파편화했기에 민간 주도 탄소저감 행위 역시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보다 확실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결국 첫째 제한 없는 '정확한' 보상, 둘째 탄소저감에 기여하는 소비처, 셋째 참여자간 신뢰프로세스가 필요한데 이는 시장경제 구조와 블록체인 기술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일례로 홍콩 '카본월렛'은 블록체인 기반은 아니지만 실제로 특정 탄소저감 행위에 대한 제한 없는 보상과 친환경 소비처를 연계해 사업을 진행한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추가로 접목할 경우 활동인증 NFT를 발행하고 중복·과다보상을 방지하며 토큰을 리워드로 채택해 빠르고 정확한 보상이 가능해진다. 또한 참여자 모두가 확인 가능한 블록체인 장부를 통해 참여자간 신뢰프로세스가 확보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에코월렛'(eco-wallet)이 시장경제 구조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지속가능한 저탄소 라이프 스타일 보상서비스를 제공한다.
블록체인을 매개로 탄소저감 행위와 보상이 대중화하고 보상이 다시 저탄소 경제생태계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면 탄소중립 실천비용은 대폭 낮아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블록체인이 보조하는 탄소중립 실천운동의 미래는? 지속가능하다.
소윤권 엔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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