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보험사 실체 더 잘 반영한 IFRS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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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 보험사들은 새로운 회계기준 IFRS17을 적용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IFRS17 이후 바뀐 재무제표는 보험사의 실체를 제대로 반영했다.
보험사 재무제표의 정보가치를 높여 투자자들이 보험사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게 하는 것이 IFRS17의 도입 취지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볼 필요는 없는데 IFRS17 재무제표는 회계감사를 거친 숫자며 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도 보다 신뢰성 있는 재무제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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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 보험사들은 새로운 회계기준 IFRS17을 적용했다. 지난해까지의 이전 회계기준 실적 대비 순이익이 크게 늘었고 실적 부풀리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간간이 제기됐다. 감독당국이 다소 늦게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3분기부터 본격 적용됨에 따라 상당수 보험사의 재무제표가 수정될 것이라는 점도 이러한 의혹을 강화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당기순이익이 증가했으니 보험사들의 주주환원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는 듯하다.
재무제표는 기업의 실적을 평가하는 잣대이므로 회계기준이 변경돼 달라진 기업의 재무제표는 보험사의 영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험사가 고객에게 약속한 보장이 달라질 수는 없고 보장을 구매한 고객들이 지불하는 보험료도 그대로다. 심지어 보험사 영업의 한 축인 보험설계사나 대리점에 지급되는 수수료도 같다. 실질은 변한 것이 없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재무제표가 달라진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IFRS17 이후 바뀐 재무제표는 보험사의 실체를 제대로 반영했다. 보험사 재무제표의 정보가치를 높여 투자자들이 보험사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게 하는 것이 IFRS17의 도입 취지다. 하지만 IFRS17이 적용됐다고 보험회사의 현금흐름이 바뀌는 것은 없기에 정보량이 증가했을 뿐이며 IFRS17 이후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것을 '조사모삼'으로 보는 시각도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
생명보험이나 장기손해보험의 보험기간은 길게는 80년 넘을 정도로 길다. 보험사가 상품을 개발해서 판매할 때는 보험기간 전체(예를 들어 80년)에 걸친 보험료 수입과 보험금 지출을 모두 감안해 수익성을 판단한다. 보험상품을 판매한 이후 회계처리는 시간이 경과한 후 남은 보험기간의 현금흐름 예상이 변화한 것을 모두 재계산해서 이뤄져야 한다. 과거에는 이런 엄청난 계산작업을 매번 새로 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므로 임시변통으로 회계처리가 이뤄졌다. 그런데 최근 컴퓨팅 파워가 크게 높아지면서 드디어 보험을 개발할 때 고려한 모든 미래현금흐름을 매번 재계산해 회계처리할 수 있게 됐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GPU가 IFRS17 회계를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남은 보험기간의 현금흐름 예상'이라고 하면 재무실적에 '미래에 대한 예상과 가정'이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되곤 한다. 하지만 회계제도에는 이미 이러한 '미래에 대한 예상과 가정'이 도입됐는데 건설이나 조선사의 회계가 바로 그것이다. 건물이 완공되지 않더라도 합리적 가정하에 진행률을 반영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재무제표에 반영한다. IFRS17은 보험계약 기간이 매우 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이러한 건설계약의 회계처리와 상당히 유사하다.
이제 막 IFRS17에 근거한 새로운 재무제표 숫자들이 공표되기 시작했으므로 숫자가 안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볼 필요는 없는데 IFRS17 재무제표는 회계감사를 거친 숫자며 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도 보다 신뢰성 있는 재무제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의 실체를 반영한 정보제공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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