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속앓이 중인 금융권, 왜

양세호 기자(yang.seiho@mk.co.kr), 김희래 기자(raykim@mk.co.kr) 2023. 10. 2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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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권 전반에 ‘오너리스크’
대주주 적격성 문제 해소위해
지분 매각·행정소송 검토까지
23일 김범수 전 카카오 의장이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SM엔터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대주주와 경영진의 경영실패로 기업 경영활동에 악영향을 끼치는 ‘오너 리스크’가 금융권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사는 ‘신용’이 생명인 까닭에, 대주주에 대해 보다 엄격한 법적 요건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계열사 지분 매각이나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오너리스크에 직면한 금융사로 카카오뱅크, 상상인저축은행, 고려저축은행 등이 거론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오너리스크에 따른 경영권 상실 가능성이 구체화된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정례회의를 열어 상상인그룹의 지주사인 상상인에 대해 보유 상상인·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 지분 10% 초과분을 6개월 내에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상상인·상상인저축은행은 5조원대의 자산을 보유한 국내 7위 규모의 대형 저축은행으로 상상인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유준원 대표가 이 지분의 23.44%를 보유해 대주주로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린 이유는 유 대표의 직무 정지가 확정됨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앞서 2019년 금융위는 당시 유 대표에게 불법대출과 허위 보고, 의무대출비율 미준수 등의 혐의로 15억2100만원의 과징금과 직무 정지 3개월를 부과했다. 유 대표는 금융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이 지난 5월 금융위 처분이 타당하다고 최종 판결하면서 유 대표의 중징계가 확정됐고, 이에 따라 지분 매각 명령까지 내려졌다.

카카오의 창업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포함해 카카오의 핵심 경영진들도 SM엔터 주식 시세조종 혐의로 수사 중이다. 만약 금융감독원과 검찰이 주요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 법인까지 기소해 법원에서 법인에 대한 유죄 선고를 받을 경우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 경우 카카오는 보유 중인 카카오뱅크 주식 27.17% 중 17.17% 이상을 포기해야 한다.

고려저축은행 역시 대주주인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해 경찰이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자택과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강제 매각 가능성이 점화된 상황이다. 태광 측은 “이번 수사는 이 회장과는 무관한 건”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동태적 적격성 심사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수사 중인 사안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고려저축은행은 앞서 2020년에도 이 회장의 실형을 이유로 이 회장 보유 지분 처분 명령이 내려진 바 있다. 하지만 이 회장 측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올 5월 최종 승소하며 해당 처분 명령은 무효가 된 바 있다.

카카오뱅크, 고려저축은행 등은 향후 법원 판결 등에 따라 경영권 매각 여부가 결정된다. 경영권이 걸린 사안인만큼 해당 사안에 대해 대법원까지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향후 2~5년 간의 법적 다툼 뒤에나 ‘오너 리스크’ 현실화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대주주 적격성 논란 자체만으로도 금융사 매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진기업의 경우 옛 유진저축은행(현 다올저축은행)을 다올투자증권에 매각한 전례가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금융위의 지분매각 명령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지만 소송 제기 없이 바로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열려 있다. 때문에 우리금융지주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양사 관계자는 “확정된 바 없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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