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이분법의 좌절

남궁창성 2023. 10. 2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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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에 수습기자로 입사하며 가슴에 담았던 경구가 있다.

억강부약(抑强扶弱). 강한 자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

해외 유력 언론들이 지난 1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 폭발에 관한 기존 보도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하며 사과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와 BBC는 사고직후 하마스 무장세력의 주장을 과신해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고 뉴스 소비자들이 추정할 수 있도록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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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에 수습기자로 입사하며 가슴에 담았던 경구가 있다. 억강부약(抑强扶弱). 강한 자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다짐은 유효하다. 그런데 강한 자는 항상 강자일까? 약한 자는 언제나 약자일까?

해외 유력 언론들이 지난 1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 폭발에 관한 기존 보도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하며 사과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와 BBC는 사고직후 하마스 무장세력의 주장을 과신해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고 뉴스 소비자들이 추정할 수 있도록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강자, 팔레스타인은 약자로 알려져 있다. 연장선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면 선(善), 이스라엘을 응원하면 악(惡)으로 여긴다. 그리고 전쟁을 거론하면 보수, 평화를 얘기하면 진보로 판가름한다. 우리도 그런 정형(定型)이나 고정된 틀에 너무나 익숙하다.

그러나 정황이 하나 둘 확인되며 분위기가 역전되고 있다.

병원 폭발이 무장단체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의 오폭이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방 진영은 이스라엘 소행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최근에는 인형에 붉은 칠을 해 병원을 오가며 이스라엘 공격으로 아기가 숨진 것처럼 오열하는 한 남자의 어설픈 역할극이 선전용 쇼로 드러나며 하마스의 주장은 신뢰를 잃고 있다.

NYT는 23일 가자지구 병원 폭발 초기 보도에서 지나치게 하마스 주장에 의존했다고 밝혔다. 헤드라인, 뉴스 알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주요 기사로 전해진 초기 보도들은 하마스 발표를 대부분 팩트로 여겼다. 또한 그들 주장이 미확인 상태라는 점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편향적 보도를 인정했다. BBC도 19일 가자지구 병원 폭발직후 자사 보도에 실수가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구사된 언어도 적절치 않았고 현지 특파원이 폭발의 원인을 잘못 추측했다고 인정했다.

세상을 강과 약, 악과 선, 그리고 보수와 진보로 양분하는 편향이 진실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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