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폐광지역 리포트] 31. 폐광 연탄공장 직격탄

김정호 2023. 10. 2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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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이 폐업으로…문 닫는 탄광에 존폐기로 선 연탄공장
2025년 이후 국내 가행탄광 삼척 단 한 곳
지난 6월 화순광업소 폐광→남선연탄 폐업
도내 연탄공장 상당수 문 닫아 4곳 뿐
장성·도계광업소 폐광시 무연탄 수급 우려
원주 유일 연탄공장 폐업 연탄기부 영향도
연탄은행 “제천 공장서 연탄 공급 후 나눔”
인건비·원재료 가격 상승 경영난 지속
수입탄 사용시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
▲ 2007년 원주시 문막읍에 문을 연 원주연탄은 지난 9월 파산신청을 하고 문을 닫았다.

연탄공장도 폐광 계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탄광에서 무연탄을 공급받아 연탄을 생산하는 연탄공장의 입장에서 폐광은 공장의 존폐를 좌우해야 할 정도의 문제다.

대한석탄공사는 태백 장성광업소를 2024년 6월 말에, 삼척 도계광업소를 2025년 말 폐광하는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조기폐광이 진행되면 2025년 이후 국내 가행탄광은 민간이 운영하는 삼척 경동탄광 단 한 곳만 남고 모두 사라지게 된다.

이미 강원도내 연탄공장은 상당수가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2019년 39곳에 달했던 전국 연탄공장은 2020년 30곳, 2021년은 26곳으로 감소했다. 강원도내 연탄공장의 경우에도 2019년 10곳이 운영됐지만 2020년 7곳, 2021년에는 6곳으로 줄어든 데 이어 현재는 4개 공장만이 남아있다.

▲ 1997년 삼척시 도계읍에 문을 연 삼덕연탄은 20년 넘게 연탄을 생산해오고 있다.
▲ 성수기를 맞아 삼덕연탄의 연탄 생산기계가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다.

폐광은 연탄공장 폐업으로 이어진다. 지난 6월 화순광업소가 문을 닫자 이는 곧바로 광주·전남의 유일한 연탄 공장인 남선연탄의 폐업으로 이어졌다. 1954년 문을 연 남선연탄은 남은 원료를 모두 소진하고 영업을 마무리했다.

도내 연탄공장들도 장성광업소와 도계광업소 폐광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4일 찾은 삼척 삼덕연탄 공장. 연탄은 쉴 새 없이 생산됐고 직원들은 배송을 위해 연탄을 트럭에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며 연탄 판매량이 가장 많은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연탄공장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삼척시 도계읍에 위치한 삼덕연탄은 지난 1997년 문을 열어 벌써 20년 넘게 연탄을 생산해오고 있다. 삼덕연탄에서 생산한 연탄은 삼척 지역 대부분과 태백 지역 일부, 심지어 동해 지역까지 배송돼 연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삼덕연탄의 경영 상태는 예전만 못하다. 한창 연탄을 많이 생산할 때 같은 경우에 한 해에 약 1000만장 정도 연탄을 찍어냈는데 이제는 그 절반 수준인 500만장만 생산하는데 그치고 있다. 인건비, 원재료 가격은 계속 올라가는 탓에 연탄 가격 역시 600원에서 740원까지 올렸지만 경영난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연탄 자체가 다른 난방시설이 없는 저소득 고령층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수익만 생각해 무턱대고 가격을 올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오상일 삼덕연탄 전무는 “예전에 태백에는 연탄공장이 4개 정도 있었고 삼척에는 우리 공장까지 이 인근 지역에만 총 5개의 연탄공장이 있었는데 이제 남은 건 우리랑 태백 1곳 뿐”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내 탄광이 문을 닫는 건 연탄공장에게는 타격이 크다. 도계광업소와 경동탄광 사이에 위치한 삼덕연탄은 대부분의 무연탄을 도계광업소와 경동탄광에서 받고 있다. 연탄이 잘 뭉칠 수 있도록 여러 무연탄을 섞어야 하기 때문에 장성광업소에서도 소량의 무연탄을 수급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개의 탄광이 문을 닫는다면 남은 재고를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공급을 받을 수 있는 곳은 경동탄광 밖에 남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재고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적자가 계속되면 연탄공장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오상일 전무는 “연탄공장은 개인 기업이기 때문에 사실 적자가 계속되면 문을 닫아야 한다”며 “아직 장성이나 도계나 재고가 좀 있다고 해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만 수입탄을 쓰는 상황까지 온다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 삼덕연탄에서 생산된 연탄이 배송을 위해 트럭이 실리고 있다.

연탄공장 자체도 이미 쇠락의 길로 접어든 지 오래다. 원주시 문막읍에 위치한 원주연탄의 경우 지난 9월 파산신청을 하고 문을 닫았다. 14일에 찾은 원주연탄공장은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는 상태였다. 2007년 설립된 원주연탄은 하루 10만 장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재개했다를 반복했다. 원주연탄에서 연탄을 납품받아 판매하고 있는 지역 내 소매상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연탄공장이 문을 닫는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올해 연탄 구입을 위해 연락했더니 폐업을 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원주 유일의 연탄공장 폐업은 연탄기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원주연탄은행은 원래 원주연탄에서 연탄을 공급받아 나눔행사를 진행했는데 지난 13일 재개식 전 공장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이에 연탄은행 관계자들은 급하게 연탄수급이 가능한 공장을 찾았고 결국 제천에 있는 공장까지 가 공급을 받기로 했다. 원주연탄은행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원주연탄이 문을 닫으니 당황스럽다”며 “일단 제천에서라도 연탄을 공급받아 연탄 나눔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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