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뚫은 K-건설, 인조잔디부터 수처리까지 MOU '봇물'
사우디 '비전 2030'發 수주 기반
5000억 달러 '네옴시티' 참여 사력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원팀 코리아' 배에 오른 건설사들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사업 수주 기반을 다지고 돌아왔다. 수처리 시설부터 인조잔디 생산까지 각 업체가 주력하는 사업을 필두로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피력했다.
26일 정부와 건설업계에 의하면 한국 건설사들이 사우디 현지에서 해외수주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윤 대통령과 중동 경제사절단 '원팀 코리아'로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중동 국가를 동행했다. 사우디는 한국 건설업계에 대대적인 수출 보따리를 풀어온 사업지다. 지난 1973년 국내 건설사가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수주하며 첫 진출한 이래 이달까지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의 18%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최근 사우디가 경제개역 전략으로 '비전 2030'을 수립하면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자 정부도 적극적인 국내 기업 등판 역할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개최된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국내 기업의 건설 수주를 위한 외교를 펼쳤다.
윤 대통령은 전날 '원팀 코리아와'의 저녁 만찬에서 "이번 사우디 순방에서 우리 팀 코리아는 156억 달러 이상의 수출·수주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며 "정부가 우리 기업들의 대대적 참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1970년대 우리 기업들의 중동 진출로 당시 오일 쇼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현재의 위기도 새로운 '중동 붐'을 통해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굵직한 건설사들은 사우디 현지 기업, 정부 부처와 MOU 체결을 쏟아냈다. 협력 분야는 각 사의 주력 사업으로 구성됐다.
DL이앤씨는 차세대 친환경 전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SMR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이에 회사는 사우디 해수 담수청(SWCC)과 '담수화 플랜트에 소형모듈원전(SMR) 적용을 위한 상호 협력 MOU'를 체결했다. SWCC는 사우디 정부 산하 기관이자 사우디 제2의 전력생산 사업자다. 현재 세계 최대의 해수 담수화 설비를 운영 중이다.
양측은 담수화 플랜트에 SMR을 활용하기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또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SMR을 활용하는 청정 수소·암모니아 생산 모델에 대한 연구에도 힘을 모은다. SMR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다른 에너지원 대비 안정성과 경제성 등에서 강점이 있어 향후 이를 통한 담수화 플랜트의 탄소 중립 실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호반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 모하메드 알-오자이미 그룹(Mohammed Al-Ojaimi Group)과 다방면의 사업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 알-오자이미 그룹은 사우디 굴지의 기업으로 경쟁력 있는 EPC(설계·조달·시공)사다. 양측은 사우디 내 △초고·고압·중저압 케이블 생산법인에 공동투자 △초고압 케이블 공장의 생산과 운영을 위한 기술 협력·지원 △대형 프로젝트 공동 투자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 △주택건설 등에 협력한다.
코오롱글로벌은 현지 업체와 2건의 MOU을 동시 체결했다. 우선 현지 기업 마스코(MASCO)와는 '사우디 국영수자원공사(NWC) 발주 프로젝트 협력 MOU'를 맺었다. 양사는 향후 사우디 국영수자원공사의 대규모 수처리 사업 발주에 공동참여와 협력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회사는 업체 '파이드(FAIDH)'와 '인조잔디 생산 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사우디는 '비전 2030'에 따라 국가적 차원에서 스포츠 산업과 생활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킹 살만 파크(13.4km²)'를 비롯해 각종 골프장, 축구 경기장 등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건조한 기후 특성과 사막지대의 영향으로 천연잔디의 유지 관리가 어려워 높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코오롱글로벌은 그룹이 보유한 세계 최초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인조잔디' 생산 기술을 활용해 사우디 내 인조잔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사우디를 교두보로 인조잔디 사업을 주변 중동 지역으로 확대 적용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협회 차원에서도 성과가 나왔다. 해외건설협회는 사우디 건설청(SCA)과 △ 양국 건설시장 정보와 연구성과 공유 △ 세미나·워크숍을 통한 기술·경험 소개 △ 인프라 프로젝트에서의 협력을 위한 적격업체 추천 등을 골자로 MOU를 맺었다. MOU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알-호가일 사우디 도시농촌주택부 장관도 참석했다.
순방 기간 실제 수주 사례도 나왔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23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발주한 초대형 가스플랜트 증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계약금액은 약 23억 달러(약 3조1000억 원)이다.
이번 사업은 양사가 지난 2021년 수주한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Phase-1)' 부지 옆에 조성될 예정이다. 자푸라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처리하는 설비와 황회수설비 등을 추가로 건설하는 사업이다. 양사는 이 가운데 황회수설비 패키지와 유틸리티 기반시설울 담당한다.
한국 건설업계는 사우디 '비전 2030'의 일환인 '네옴시티' 수주를 목전에 두고 있다. 네옴시티는 90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는 '더라인'을 비롯해 총 4개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여기에 소요되는 총 공사비는 5000억 달러(약 67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250억 달러(약 34조 원) 규모의 터널·건축물·항만 등 인프라 구축 사업 입찰에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지난해 6월 컨소시엄을 이뤄 그리스 아키로돈과 함께 더라인 터널공사를 수주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지분은 각각 35%이며 아르키돈이 나머지 30%를 가져갔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사우디는 중동 최대의 건설시장으로 국내 기업의 수주기회가 열려있는 사업지"라며 "최첨단기술과 접목된 융복합건설 프로젝트의 수주확대를 위해 앞으로도 원팀코리아를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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