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임수]中에 삼성반도체 복제공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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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2018년 10조 원 이상을 투자해 중국 주하이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국내외 반도체 관련 기업 60여 곳을 현지로 초청해 사업 설명회까지 열었다.
이 과정에서 공장 설립을 돕는 컨설팅업체가 '진세미'라는 게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만 28년간 일하며 '반도체 공정(工程)의 달인'으로 불리던 최모 씨가 2015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회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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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는 18년 몸담은 삼성전자에서 한 번 타기도 힘들다는 삼성그룹 기술대상을 세 번이나 탔다. 2001년 옮겨간 하이닉스에선 빚더미 애물단지 회사를 세계 D램 2위 업체로 끌어올리며 사장 후보까지 올랐다. 국내 반도체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은탑산업훈장도 받았다. 그런 그가 중국, 대만 등 해외에서 컨설팅을 해주며 현지 반도체 공장 가동에 기여한다는 소식에 퇴직한 고급 인력을 우리가 활용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왔다.
▷돌연 최 씨의 구속 소식이 들려온 건 올 6월이다. 2018년 중국 시안의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이 공장을 본뜬 ‘복제 공장’을 지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공장 BED(반도체 클린룸 최적화 기술), 공정 배치도, 설계 도면 등을 대거 빼돌렸다고 한다. 최소 3000억 원, 최대 수조 원대 가치가 있는 핵심 기술들이다. K반도체의 산증인이 산업 스파이가 됐다는 소식에 산업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복제 공장을 짓기 위해 최 씨는 삼성, 하이닉스 출신 등 반도체 엔지니어 200여 명을 영입했다. 기존보다 2배 많은 연봉은 물론이고 체류비, 자녀 교육비 등 파격 조건을 제시하며 ‘친정 식구’들을 데려온 것이다. 검찰은 최 씨가 이들에게 삼성전자 자료를 입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봤다. BED는 삼성전자를 퇴사한 직원이 근무 당시 훔쳤고, 설계 도면은 삼성 시안 공장의 감리회사 직원이 빼돌렸다.
▷시안 공장에 8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폭스콘이 발을 빼면서 공장 설립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최 씨는 청두로 눈을 돌렸다. 2020년 청두시에서 4600억 원을 투자받아 반도체 합작회사를 만들고 공장까지 세운 것이다. 그런데 이 공장에서 개발한 20나노급 D램 반도체에 삼성의 핵심 기술이 활용된 정황을 최근 경찰이 포착했다고 한다. 다행히 최 씨가 구속되면서 양산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삼성의 ‘준(準)복제 공장’쯤은 생긴 셈이다. 넋 놓고 있다가는 중국에 첨단 기술과 인력들을 다 빼앗길 판이다. 산업 스파이를 간첩죄에 준해 엄벌해야 하는 이유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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