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국가 재앙 부르는 나쁜 정치

주춘렬 2023. 10. 2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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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안보 포퓰리즘 위기 자초
우크라전쟁도 정권 무능·부패 화근
북한 수시로 도발 한반도 살얼음판
비상한 각오로 망국 유령 퇴치해야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강경보수의 상징으로 ‘선거의 불사조’라 불린다. 네 번 선거에 승리해 다섯 차례 총리를 맡아 16년간 통치했다. 정치적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향한 적대감을 권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네타냐후는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이후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에 아랑곳없이 툭하면 공습을 감행했다. 국제사회의 만류와 국제법 위반에도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강행한 것도 영토확장을 바라는 시민의 표심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깔린 게 틀림없다.

고인 물은 썩는 법이다. 네타냐후는 과거 뇌물수수와 사기, 배임 등 부패혐의로 수사받았고 2019년 11월 세 건의 범죄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작년 11월 1년 6개월 만에 재집권하자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물들로 강경내각을 짜 방패막이로 활용했고 사법 무력화까지 시도했다. 지난 7월 의회 과반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자 이스라엘 정국은 내전 직전으로 치달았다. 반대시위가 들불처럼 번졌고 수백만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모사드·신베트 등 첩보기관과 예비군까지 반기를 들면서 방위력과 정보망에 구멍이 뚫렸다.
주춘렬 논설위원
하마스가 호기를 놓칠 리 없다. 지난 7일 육상·해상·공중에서 침투,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200여명의 인질까지 끌고 갔다. 단 하루 만에 유대인들이 약 1000명 가까이 숨졌다. 이스라엘의 수호자를 자처하던 네타냐후가 외려 재앙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들끓는다. 저명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네타냐후가 여러 차례 국가이익보다 개인 이익을 더 추구했고 국가를 분열시켰다”며 그의 안보 포퓰리즘이 현재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했다. 현지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6%는 하마스 기습공격이 지도부의 실패라고 답했고 네타냐후 사퇴 응답도 56%에 달했다.

전쟁의 불길에 휩싸인 지 18개월이 흐른 우크라이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친러의 동부와 친서방의 서부로 두 동강 났다. 지난 30년간 친러와 친서방 정권이 네 차례나 교체됐는데 정권마다 부정과 부패를 일삼았고 내전이 끊이지 않았다. 대외정책도 오락가락한 탓에 러시아뿐 아니라 서방국가에도 신뢰를 잃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런 약점을 파고들었다. 푸틴은 크름반도 강제 병합도 모자라 전면 침공을 단행했다. ‘유럽의 빵 공장’이었던 비옥한 땅은 살인과 고문, 납치가 난무하는 ‘피에 젖은 땅’으로 전락했다.

세계 화약고는 이게 다가 아니다. 미국 외교가의 거물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10여 년 전 쓴 저서 ‘전략적 비전’에서 미국의 패권이 쇠퇴하는 시기로 2025년을 콕 집으며 유라시아 대륙에서 지정학적 위기에 처할 수 있는 국가와 지역으로 우크라이나와 중동 이외에도 대만과 한국 등을 꼽았다. 놀랍게도 그의 예측이 현실로 닥치니 등골이 서늘하다.

현재 한반도에도 전쟁의 불길한 전조가 감지된다. 정치판은 여와 야, 보수와 진보진영 간 험악한 대립으로 난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국회를 장악한 거야의 대표는 수년째 불법·비리의혹에 휩싸였고 이미 4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은 ‘사법리스크’ 방탄은 네타냐후의 나쁜 정치를 떠올리게 한다. 윤석열정부와 여당도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독단적 인사로 정치 실종을 부채질한다. 지역·계층·세대 간 반목과 갈등마저 분출되며 대한민국이 ‘심리적 내전’에 빠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 와중에 북한은 자고 나면 미사일을 쏘고 핵 겁박까지 해댄다.

외부의 적은 내부의 분열을 자양분 삼아 세력을 키운다. 과거에도 그랬다. 멀게는 임진왜란·병자호란부터 가깝게는 6·25전쟁까지 국난이 닥칠 때마다 지배층은 빠짐없이 무능·부패했고 국론도 사분오열됐다. 외교·안보와 국방마저 이념·진영 간 정쟁거리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구한말 지도층과 지식인이 친일파와 친청파, 친러파, 친미파로 쪼개져 극심한 갈등을 겪다 망국의 길을 재촉하지 않았나. 더 늦기 전에 비상한 경각심으로 한반도를 떠도는 망국 유령을 퇴치할 때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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