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카타르서 6조 수주 …'녹색사막'도 함께 만든다

尹-카타르 국왕 정상회담
양국 포괄적 전략 동반자 격상
HD현대, LNG선 17척 계약
한화오션·삼성重도 수주 기대
스마트팜 등 신산업 11건 MOU
尹 취임후 중동서 107조 유치

카타르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도하의 아미리 디완 왕궁에서 열린 한·카타르 MOU 서명식에서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카타르 국빈 방문에 맞춰 총 46억달러(약 6조2000억원)에 이르는 계약과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대통령실은 이로써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중동 국가들과 줄잡아 107조원에 달하는 협력 성과를 일궜다고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이 카타르에너지와 맺은 39억달러(약 5조2600억원)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7척에 대한 건조계약이 대표적인 성과다. HD현대중공업은 반년치 일감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계약에 따라 올해 세계 LNG 운반선 시장에서 국내 기업 점유율도 74%에서 81%로 확대됐다. 애초 10척을 수주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최종 17척을 확보하며 수주액도 대폭 증가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카타르 측과 약 30척에 달하는 물량을 놓고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만나 국내 해운업체들이 참여 중인 LNG 운반선 추가 입찰에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이 밖에 비즈니스 포럼 등을 통해 양국 기업·기관은 MOU를 총 11건 체결했다. 분야는 스마트팜, 태양광, 자율주행차, 문화콘텐츠, 의료, 금융 등 신산업에 집중됐다. 카타르 정부는 이른바 '녹색 사막' 이니셔티브를 전개하면서 한국의 기술력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도하 국제원예박람회에 참석해 작성한 방명록. 영문으로 '우리는 녹색사막 이니셔티브를 향해 카타르와 함께 간다'고 썼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카타르 국왕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를 기존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또 양국 정상은 이번에 체결된 '방산 군수 협력 양해각서'를 바탕으로 국방·방산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회담 후 양국은 스마트팜 협력, 건설·건축 분야 첨단기술 협력, 국가 공간정보 협력, 중소벤처 분야 협력, 무역투자촉진 프레임워크 등에서 MOU를 5건 맺었다. 또 윤 대통령은 마지막 일정으로 하마드 빈 칼리파 대학을 방문해 양국 청년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보냈다. 윤 대통령이 올해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까지 국빈 방문을 마치면서 한국과 중동지역의 '협력 2.0' 시대를 앞당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 중동과 협력했던 부문이 에너지와 건설 중심이었다면 탈탄소 시대를 맞아 스마트시티, 방산, 친환경 자동차까지 영역을 넓히게 된 것이다.

사우디·카타르·UAE 등 중동 국가가 벌이는 '선의의 경쟁' 구도가 한국과 경제·안보협력 확대를 모색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은 서로 긴밀히 소통하면서 대한민국과 옆에 있는 나라가 어떤 방산협력을 하는지, 또 그 옆의 나라가 어떤 경제협력을 모색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고 모니터링하는 것 같다"며 "세 나라와의 협력관계가 서로 긴밀하게 연동돼 있다.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펴면서 한국과 경제·안보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하 박윤균 기자 / 서울 최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