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이렇게 어려웠나…디펜딩 챔피언의 전패 몰락, 김원형 '승부수 총공세' 안 통했다

김민경 기자 2023. 10. 25.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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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카티 ⓒ곽혜미 기자
▲ 커크 맥카티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은 벼랑 끝에서 승부수를 계속 던지면 총력전을 펼쳤으나 끝내 단 1승도 얻지 못하고 가을 축제를 마쳤다. 디펜딩 챔피언 SSG의 몰락이라 더더욱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SSG는 2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6-7로 졌다. SSG는 정규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싸움 끝에 시즌 성적 76승65패3무로 3위를 쟁취하면서 준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다. 여기까지는 SSG가 바라던 대로 됐는데, 홈구장인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1, 2차전을 내리 내주면서 시리즈 2패에 몰렸다. SSG는 1차전 3-4, 2차전 3-7로 패하면서 3전 전패로 탈락할 위기에 놓였다.

선발투수 오원석의 임무가 중요했다. 오원석이 가능한 긴 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버텨주면서 타선이 만회할 시간을 벌어주면, 4차전까지 시리즈를 끌고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김 감독은 3차전에 앞서 "선발투수는 경기 초반에 감을 찾기 어려울 때가 있다. 앞쪽에 실점이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바꾸지는 않고, 컨디션과 구위를 보고 결정하겠다. 컨디션이 안 좋다면 일찍 교체할 수도 있다"며 오원석의 강판 시점을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오원석은 김 감독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1⅓이닝 48구 5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5실점에 그쳤다. 김 감독이 상황을 보고 바꿀 여건 조차 만들어주지 못한 채 와르르 무너졌다.

시작부터 실점하면서 꼬였다. 1회말 선두타자 손아섭에게 좌중간 안타를 허용하면서 흔들렸다. 오원석은 올해 정규시즌 손아섭 상대로 8타수 무안타를 기록해 강한 면모를 보였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경기에 첫 안타를 허용했다.

오원석은 다음 타자 박민우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면서 무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다음 타자 박건우와 승부가 중요했는데, 박건우에게 3루수 쪽 땅볼을 유도했다. 3루수 최정이 포구하자마자 3루를 밟고 2루로 송구했고, 2루에서 1루주자 박민우까지 아웃시켰다. SSG는 타자주자 박건우까지 트리플 플레이로 연결하려 했으나 박건우는 1루에서 세이프됐다.

▲ 오원석 ⓒ곽혜미 기자
▲ 오원석 ⓒ곽혜미 기자
▲ 최정 ⓒ곽혜미 기자

2사 1루까지 잘 버텼으나 NC 중심 타선을 막지 못했다. 마틴에게 우전 안타를 내줘 2사 1, 3루가 됐고, 마틴은 다음 권희동 타석 때 2루를 훔쳤다. 이어 권희동이 우전 2타점 적시타를 날려 0-2가 됐다.

위기는 계속됐다. 다음 타자는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글랜드슬램을 터트릴 정도로 타격감이 좋았던 서호철이었다. 서호철은 계속된 2사 1루 위기에서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적시 2루타를 때려 0-3으로 거리가 벌어졌다.

오원석은 2사 2루에서 김형준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또 위기에 빠지는 듯했지만, 김주원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급한 불을 껐다. 1회를 매듭짓기 위해 오원석은 공 31개를 던져야 했다.

SSG 타선은 2회초 무려 5점을 지원하면서 오원석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2사 만루 기회에서 에레디아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고, 최정이 좌월 만루포를 터트려 순식간에 5-3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NC 선발투수 태너 털리가 무너진 만큼, 오원석이 조금 더 버티면 확실히 승기를 굳힐 수 있었다.

▲ 노경은 ⓒ곽혜미 기자
▲ 마틴 ⓒ곽혜미 기자

그런데 오원석의 공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선두타자 도태훈을 사구로 내보냈고, 1사 후 박민우 타석 때 포수 김민식의 패스트볼이 나와 1사 2루가 됐다. 그리고 박민우를 내보내 1사 1, 2루 위기가 이어지자 김 감독은 필승조 노경은을 곧바로 마운드에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첫 번째 승부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노경은은 오원석의 책임주자를 막지 못했다. 등판하자마자 박건우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해 5-4로 쫓겼다. 이어 제이슨 마틴에게 우월 3점 홈런을 맞아 5-7로 뒤집혔다. 오원석에 실점은 5가 됐고, 노경은은 3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면서 1⅔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김 감독의 2번째 승부수는 3회초에 나왔다. 선두타자 하재훈이 볼넷을 얻으면서 태너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NC는 이재학을 2번째 투수로 올려 가능한 긴 이닝을 책임지게 하겠다는 계산이었다.

1사 후 김성현과 오태곤이 볼넷을 얻어 1사 만루 기회를 잡은 상황. 김 감독은 김민식 타석에 대타 최지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지훈은 올해 이재학 상대로 6타수 2안타를 기록했는데, 3루타 하나를 포함해 2타점을 올렸다. 이재학 상대 통산 성적은 타율 0.400(15타수 6안타)이었다. 데이터를 믿고 내보낸 것.

▲ 이재학 ⓒ곽혜미 기자
▲ 최지훈 ⓒ곽혜미 기자

그러나 이 승부수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최지훈은 볼카운트 2-2까지 잘 버텼는데, 이재학의 5구째 직구를 건드려 유격수 병살타를 쳤다. 김 감독이 마주치기 싫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최지훈은 최지훈대로 실패하고, 안방마님은 김민식에서 이재원으로 교체해야 했다.

3번째 승부수는 커크 맥카티였다. 맥카티는 오른쪽 복사근을 다친 여파로 지난 9월 24일을 끝으로 시즌을 접었다. 포스트시즌 등판을 위해 재활에 매진했고, 합격점을 받으면서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맥카티는 부상 전까지 24경기에서 9승5패, 130이닝, 116탈삼진, 평균자책점 3.39로 활약했다.

대신 선발 등판은 어려웠다. 한 달 가까이 실전 공백이 있었기 때문. 김 감독은 맥카티가 등판하면 불펜이 될 것이라고 공표했다. 그리고 3차전에 드디어 처음 마운드를 밟았다.

▲ 맥카티 ⓒ 연합뉴스
▲ 최주환 ⓒ곽혜미 기자
▲ SSG 랜더스 강진성 ⓒ 연합뉴스

맥카티는 이날 처음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승부수였다. 6-7로 뒤진 4회말 구원 등판해 2이닝 40구 3피안타 1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4회말 선두타자 손아섭에게 안타를 맞고, 1사 1루 박건우 타석 때 포수 이재원의 2루 도루 저지 송구 실책이 나오는 바람에 1루주자 손아섭을 3루까지 내보내긴 했으나 후속타를 내주지 않고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5회말도 마찬가지. 맥카티는 서호철에게 안타, 김형준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오영수에게 1루수 땅볼을 잘 유도하나 싶었는데, 오태곤이 한번에 포구하지 못하는 바람에 내야안타가 된 순간. 오태곤이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홈을 노리던 3루주자 서호철을 런다운에 걸리게 하면서 포수가 태그아웃을 시켰다. 험난하긴 했으나 맥카티에게 주어진 임무는 충분히 해냈다.

7회초 SSG는 2사 후 김성현과 오태곤이 연달아 볼넷을 얻어 1, 2루 기회를 잡았다. 이재원 타석에서 김 감독은 NC 벤치의 움직임을 살펴본 뒤 대타 좌타자 최주환 카드를 꺼냈다. 그러자 NC는 마운드에 있던 우완 류진욱을 내리고, 좌완 임정호를 올렸다. 김 감독은 최주환 카드를 아예 쓰지도 못하고 곧장 우타자 강진성으로 다시 한번 대타를 교체했다. 강진성은 최주환 카드를 버린 결말이 허무하지 않도록 어떻게든 결과를 내야 했지만, 결과는 우익수 뜬공이었다.

SSG는 끝내 1점차를 좁히지 못했다. 9회 마지막 공격 기회에서 하재훈이 헛스윙 삼진, 박성한이 1루수 땅볼, 김성현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SSG의 가을은 3패로 허무하게 끝났다.

▲ 김원형 감독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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