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 "갑자기 찾아온 공황장애, 인생의 터닝포인트 됐죠" [인터뷰]
'열심히 해야 한다' 강박감에 사로잡혔던 지난날
앞으로의 꿈 "할머니 되어서도 노래하고파"
가수 쏠은 듣는 이를 매료시키는 강력하고 트렌디한 음색의 소유자다. 어릴 때부터 가수의 꿈을 키웠고, 가족 역시 음악을 사랑해 그를 지지해 줬다. 쏠의 부모님은 노래 대회에서 상을 탈 정도로 남다른 실력을 갖추고 있다.
본지와 인터뷰를 위해 만난 쏠은 재미난 일화도 들려줬다. "예전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갔을 때 아빠가 보러 오셨어요. 그때 MC가 아빠에게 노래를 시켰는데 한 곡만 하랬는데 두 곡을 하시더라고요. 하하. 그만큼 노래를 좋아하시죠. 부모님은 현재 부산에 계신데 우리 집은 가족끼리 너무 친해서 매일 통화하고 자주 (서울에) 올라오시기도 하고 그래요."
쏠은 지난달 데뷔 후 처음으로 리메이크 앨범 'A Love Supreme'(어 러브 슈프림)을 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아날로그 감성의 곡들을 쏠만의 내추럴하고 빈티지한 스타일로 새롭게 재해석했다.
수록곡들에 대해 물었더니, "어릴 때 익숙했던 노래를 하려고 했다. 친구들에게 추천도 받았는데 들어보니 너무 좋더라.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은 노래 연습하던 시절에 너무 연습을 많이 한 노래다. 다섯 트랙 중에 가장 나중에 선택이 됐다. 너무 어려운 곡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었다. 연습할 때도 그렇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았던 곡이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다섯 곡 중에 제일 아쉬운 곡이기도 하다. 이유는 이 곡이 절절한 이별 이야기인데 내가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 나는 이별은 해봤지만 그런 감정까진 잘 모르겠더라. 하면서도 맞나 생각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쏠은 "넬의 '마음을 잃다'는 어릴 때 듣고 엄청 좋아했던 곡이다. 이건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패닉의 '기다리다'는 처음부터 내가 편곡을 손을 댔는데 이 곡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했다. 제일 먼저 편곡을 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원곡이 있다 보니 이번 작업은 창법이나 목소리보다는 가사를 어떻게 발음하고 전달할지에 대한 신경을 많이 썼다. 처음엔 마냥 기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편곡을 하면서는 혼란스러움도 느꼈다. 원곡의 매력을 가져가야 할지 새로운 좋은 것을 만들어 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최대한 부담을 덜어내고 쏠 만의 매력을 살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어느덧 데뷔 7년 차에 접어든 쏠은 "아직도 나는 시작하는 느낌이다. 이번에도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30대가 되면서 변화한 부분도 있다. "그전에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노는 것도 작업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기 때문에 쉬는 시간이 별로 없었죠. 서른이 되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게 됐어요. 현재 내가 어떤 상태고 쉴 땐 쉬어야 하고, 밸런스를 확실히 찾았던 게 작년이었어요."
사실 쏠은 작년에 공황장애를 겪었다. "너무 슬프고 억울했어요. 평소에 정신적으로 힘든 것도 없었고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는데,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게 아니라 놀고 있는데 갑자기 (공황 증세가) 온 거에요. 저는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때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는 상상을 했어요. 바다 보러 가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숨이 안 쉬어져서 차에서 내렸죠. 뒷좌석에 누워서 갔어요. 서울에 와서 집에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숨을 못 쉬겠더라고요. 울면서 매니저에게 전화해서 '나 이상하다'고 이야기했죠.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고 빠르게 대처를 잘한 것 같아요."
심리 상담을 받아보니 그간의 스트레스가 쌓여서 터지며 공황장애가 왔다는 진단을 받았다.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이 무의식중에 그를 옭아맨 것이었다. 서른 살이 되던 해, 휴식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쏠의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된 순간이다.
음악 작업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한강을 뛴다는 쏠은 함께 사는 친동생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동생이 저에게 직접적으로 주는 위로는 없지만 같이 있다는 자체가 좋아요. 삼남매인데 어릴 때부터 집이 항상 시끄러웠어요. 제가 혼자 있는 걸 잘 안 해봐서 처음에 서울 왔을 때는 힘들었어요. 동생이 취업을 하면서 같이 살게 됐는데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너무 좋고 위안이 돼요."
쏠은 가수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어릴 때부터 너무 음악을 좋아했으니까 스트레스를 받아도 음악을 들으면서 풀어요. 가수가 된 게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할머니가 되어서도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는데 전 꼭 그렇게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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