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아서 빚 갚으면, 길바닥에서 잘까?”…부동산 편식 악순환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김희래 기자(raykim@mk.co.kr) 2023. 10. 2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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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韓 비금융 자산비중
韓, 성인 1인당 비금융 자산비중 ‘65.5%’
美 27.8% 日 38.4%...弗 59.9%에 그쳐
소득 하위 20% 가구 비중 52.7% 달해

◆ 가계빚 눈덩이 ◆

한 시중 은행창구에서 대출신청서를 작성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의 가계부채는 유동성이 낮고, 상환능력도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25일 매일경제가 크레딧스위스의 ‘글로벌 부(富) 데이터북 2022’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성인 1인당 자산비중은 부동산을 비롯한 비금융자산 비중이 65.5%로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았다.

미국의 경우 비금융자산은 27.8%에 그친 반면 금융자산이 72.2%에 달했다. 일본의 경우에도 금융자산 비중이 61.6%로 비금융자산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프랑스는 주요 5개국 중 비금융자산 비중이 가장 높은 축에 들지만 이마저도 59.9%에 그치며 60%를 넘는 한국에 비해서는 낮다.

한경협은 “한국 가계는 주요국에 비해서 금융자산 보다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비중이 높아 유동성이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비금융자산 비중이 높다는 것은 결국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부동산은 한국에서 가장 안전한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졌고, 이에 부동산에 이른바 ‘몰빵’을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내놓은 20여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주택 관련 대출을 키우면서 가계부채는 폭증했고, 이런 상황에서 더 낮아진 금융자산 비중은 결국 위기 때 유동성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는 것이 한경협 분석이다.

실제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 전세세입자를 끼고 주택을 매매한 이른바 ‘갭 투자자’가 꽤 있었다. 이 사람이 주담대를 변동금리로 최대치로 받았다고 가정해보면, 현재 고금리 상황에서 상환해야 할 액수가 크게 늘어났을 수 밖에 없다. 만약 설상가상으로 전세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을 경우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줘야 하는데, 금융자산 비중이 이렇게 낮다면 결국 집을 팔아서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전과 같지 않을 경우 부동산 등 자산은 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빚 부담 측면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릴 가능성이 커진다.

상환능력 측면에서 또 하나 좋지 않은 지표는 하위 20%인 소득 1분위 가구의 절반 이상이 적자 가구라는 점이다. 적자 가구란 처분가능소득이 소비지출보다 적은 가구를 의미하는데,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1분위 적자가구 비중은 52.7%에 달했다. 저소득가구의 재무건전성이 극도로 취약하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특히 금리가 확 뛰어오르는 상황에서 더 취약한 상태로 내몰리게 될 수 밖에 없고, 이것이 쌓이면 국가 경제 전체에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한경협이 가계부채 증가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자체 추산한 결과, 전체 소비는 0.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해 3.5%로 유지했는데, 한경협은 이에 대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경협은 “저조한 상환능력과 낮은 유동성으로 인해 민간의 금리 방어력이 취약한 상황이기 때문에 선제적인 긴축 통화정책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경협의 자체 추정 모델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상승 시,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은 연간 총 24조3000억원, 가구당으로는 176만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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