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하세요” 실전 훈련까지… 정부·지자체 인파대책 총력전 [심층기획-이태원 참사 1년]

김주영 2023. 10. 2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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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유관기관과 인파관리 합동 훈련
골목길 수백명 몰리자 “인파 감지” 방송
인공지능CCTV 활용 사전위험징후 알려
타 시·도, 행안부·소방청도 ‘대책’ 쏟아내
무용지물 비판 재난통신망, 잘 작동할까

“아 밀지 마요!” “나와봐요 좀!” “답답해….”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맛의거리 초입의 한 좁은 골목에서 이 같은 비명이 연신 터져나왔다. 한 눈에 봐도 백 명 넘는 사람이 몰려 아수라장이 됐다. 이 골목 입구에 있는 폐쇄회로(CC)TV에서 “다중인파가 감지됐습니다”란 안내방송이 수 차례 울려퍼졌다. 곧이어 출동한 광진구청 현장대응조가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앞사람과 거리·간격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이동 바랍니다”라고 외치며 통제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과 소방도 현장에 도착해 질서 유지와 부상자 구조를 진행했다.
“실전처럼” 핼러윈을 엿새 앞둔 25일 서울 광진구 건대맛의거리에서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를 활용한 서울시의 ‘지능형 피플 카운팅 시스템’ 가동 현장 점검과 유관 기관 합동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피플 카운팅 시스템은 인파 감지 CCTV로 비추는 장소에 인파가 얼마나 모였는지 실시간으로 집계해 위험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  남정탁 기자
서울시가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밀집 사고 등에 대비하고자 만든 ‘지능형 피플 카운팅 시스템’을 활용한 유관기관 합동훈련의 한 모습이다. 핼러윈(10월31일)을 앞두고 진행된 이날 훈련은 말 그대로 실전을 방불케 했다.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AI) 인파 감지 CCTV를 활용, 위험 징후를 사전에 알리는 시스템이다. CCTV가 비추는 장소에 사람이 얼마나 모였는지 AI가 집계, 감시한다.

밀집 위험 단계는 ‘주의-경계-심각’ 3단계로 나뉜다. 이날 훈련에선 30㎡의 좁은 골목에 단계별로 주의 단계는 1㎡당 3명(약 90명), 경계 단계는 1㎡당 4명(약 120명), 심각 단계는 1㎡당 5명(약 150명)이 밀집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주의 단계가 되자 광진구 재난안전상황실이 구 CCTV 통합관제센터에 연락해 인파감지 CCTV에 부착된 스피커를 통해 인파 해산 방송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경계 단계에선 구청 직원으로 구성된 현장대응조가 투입돼 인파 해산을 유도했다. 심각 단계가 되면 경찰과 소방 인력까지 함께 투입돼 인파를 해산하고, 부상자 발생에 대응했다. CCTV 감시뿐만 아니라 행인 신고 등으로 위험 징후가 감지되면 시 재난안전상황실이 ‘재난안전통신망’을 이용해 경찰과 소방 등 유관기관에 이를 즉시 전파한다. 앞서 시는 핼러윈 주간에 건대맛의거리와 홍대, 강남역 등 시내 16개 지역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고 이 시스템을 포함한 사전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한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1주기를 앞둔 25일 서울 광진구 건대맛의거리에서 서울시가 새로 도입한 '인파감지 시스템' 가동 상황과 안전관리 대책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훈련을 지켜본 뒤 “오늘 가슴 아픈 훈련을 했다”며 “아무리 만전을 기해서 준비를 하더라도 막상 현실화하면 아마 훈련처럼 원활하게 대처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매뉴얼을 점검하고 대비책을 체화해서 만에 하나 있을 수도 있는 이런 재난 상황에 보다 안전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그 완성도를 높여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뿐 아니라 다른 광역·기초자치단체들도 AI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재난안전시스템을 고도화하거나 조례 개정을 하는 등 총력전을 펴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역시 이태원 참사 이후 재난안전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행정안전부는 ‘범정부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내놨다. 대책은 인파 사고를 재난안전법상 사회재난에 포함시켜 선제 대비하게 하고, 현장에서 실제 작동할 수 있는 ICT 기반 인파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 행안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중앙안전관리위원회 겸 중앙지방안전점검회의에서 종합대책 추진상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올해 할로윈 축제에선 그간의 인파 안전 관리 제도 시스템과 지자체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오는 27일부터 내달 1일까지 시·도별로 인파가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4곳에 상황관리관을 파견하는 등 소방안전대책을 추진한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16일부터는 인파 밀집 예상 지역의 다중이용업소에 대해 화재안전조사를 하고 관계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6∼27일에는 행안부, 지자체 등과 합동으로 상황·인파 관리와 응급구조, 교통 관리 등을 중점 점검할 계획이다.

이태원 참사와 올해 7월 오송 참사 등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무용지물’이란 비판을 받은 재난안전통신망이 제대로 작동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구축에 나서 2021년 5월 도입된 재난안전통신망은 대규모 재난 발생 시 각 지자체와 소방, 경찰, 해양경찰 등 유관기관들이 하나의 통신망으로 소통하면서 신속한 현장대응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예산 약 1조4000억원이 들었다. 그러나 통신망이 도입된 뒤에도 각 기관이 내부 무전기 같은 용도로만 쓰인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행안부는 최근 재난안전통신망 실습 중심 교육과 훈련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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