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의 ‘한큐 승부 ’당구장이 부활했다
“어이, 뭐 하다 이제 왔어?”
60대 남성 2명이 당구장 문을 열고 들어선 남성을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평일이던 지난 20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인근에 있는 200평대 당구장은 이미 만석이었다. 21대의 당구대에서 손님들이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장 A씨는 여기저기 들려오는 “시간 추가” 주문에 응대하느라 당구대 사이를 바삐 오갔다.
인근 당구장도 사정이 비슷했다. 약 100평 규모 당구장에서 중년 남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당구를 즐겼다. 만석인 탓에 대기 줄을 선 손님도 보였다. 5년째 당구장을 운영 중이라는 박모씨(52)는 “특히 종로 일대는 기원이 문을 많이 닫아서 당구장을 더 찾는 것 같다”고 했다.
당구장이 5060세대의 ‘사랑방’으로 떠올랐다. 20~30대에 당구를 즐긴 중장년층이 은퇴 세대가 되어 다시 당구장을 찾는 것이다. 고물가 시대에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도 이들이 당구장을 찾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당구장은 ‘경로우대’ 요금제 등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는 당구가 여가 활동의 중심이지. 집에 있자니 무료하고, 술 마시는 것도 이제 건강 걱정할 나이고. 골프도 허리 다칠까봐 무섭지.”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 한 아파트단지 옆당구장에서 만난 조모씨(65)는 당구장을 찾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씨가 당구를 취미로 삼은 건 ‘접근성’과 ‘합리적인 가격’ 때문이다. 조씨는 “한 경기에 1만원에서 1만2000원 정도 쓰는데 이 정도면 한 시간 보내기에 합리적”이라고 했다. 당구장 문화도 달라졌다. 조씨는 “옛날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건달들이 당구를 많이 쳤다”면서 “요즘 문화는 정말 다르다. 은퇴한 노인들이 많다 보니 대부분 조용조용하고, 서로 배려하면서 당구를 친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전체 체육시설업(5만7380곳) 중 당구장업이 27.45%(1만5746곳)로 가장 많았다. 지역별 당구장 수는 서울(2752곳), 인천(1178곳), 부산(811곳) 등의 순으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은퇴 세대를 중심으로 부는 ‘당구 붐(유행)’을 긍정적으로 평했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5일 “막 은퇴한 신노년 세대는 옛날과 달리 당구장 비용 정도는 지급할 능력이 있고, 건강하게 여가 생활을 하려는 욕구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당구장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에도 좋아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했다.
이예슬·이유진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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