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식 콘서트 펼친 명창 김정민 “족집게 국악 강연…행복론 일타강사해도 ‘얼씨구 좋다’”[이리뷰]

강석봉 기자 2023. 10. 2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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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맛있는국악



명창 김정민이 지난 21일 판소리 완창 10주년 기념 강연식 국악 콘서트를 펼치는데.

그곳은 바로 건국대 새천년 홀 대공연장이렷다. 저녁 6시 30분 개막을 앞두고 골목골목 거리거리가 관객천지가 되었더라. 그리해 800 관객이 공연장을 만석으로 채웠다는데, 아뿔싸 하마터면 그 명 공연을 놓칠 뻔했더랬다. 게으름이 화근으로 지하철 내려 걷는 거리를 계산치 않아 잘못하면 늦겠더라. 건국대입구역을 나와 잰걸음으로 500m 거리를 게 눈 감추듯 내달렸다.

멀리서 김정민 명창이 “천지신령이 이다지도 무심한가. 황송하신 처분으로 판소리 완창 10주년 공연을 벌이는데, 어이하여 아직 못 오는고…. 오늘 잔치 곧 시작인데 어이하여 빈자린가”라 한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숨이 턱에 차도 발걸음을 멈출 수 없더라.

사진제공|맛있는국악



봉명(奉命-명을 받음) 군사 깃발이 없을 뿐, 공연장엔 개인사 10년이 국악계 10년을 어찌 바로 세웠는지 고개만 들어도 훤히 알 수 있겠더라. 공연장을 호위하는 수많은 축하 화환이 공연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남음이 있었다.

티켓박스 안내원에 호명기도(呼名記道)한 후 들어갈 제, 스산한 가을밤의 한기에도 이마엔 구슬땀이 범벅이 김정민이라는

가을밤, 흐드러진 국악의 향연은 오감 만족의 음악 여행이겠다. 암전의 하늘에 점점이 박힌 헤아릴 수 있는 몇몇의 서울 밤 별이, 몇 안되어 더 소중하다. 야행의 발걸음에 인기에 비켜 서있지만 몇 안되는 별처럼 여전히 오롯한 국악에 명창 김정민이라는 홍복까지 알현할 수 있으니, 내가 받은 선물치고는 럭셔리 램덤박스임이 분명하다.

멜랑콜리한 가을밤, 혼술의 유혹을 뒤로하고 티켓 한 장의 약속을 지켰으니, 산호주렴을 걷어잡고 이제부터 공연몰입이다.

사진제공|맛있는국악



버선발로 관객을 맞은 명창 김정민은 최근 취입한 트로트는 물론 동·서양의 명곡을 넘나들며 공연 맛집을 제대로 차렸다.

칭찬과 호평만 받았을 줄 알았던 명창의 길이지만, 말 못 할 사연도 그녀의 마음속 깊이 돌덩이가 되기도 했다. 명창 김정민은 이날 “아버님이 국악 하는 걸 반대하시고 끝내 저의 노래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지만 그 애절함과 한을 승화시켜 국악과 판소리를 부르고 알리는 데 힘을 쏟아 내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공연 수익금도 기부활동에 쓰기로 했다.

사진제공|맛있는국악



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처럼 우루루루 뛰어나와 부친의 목을 안고 아이고 아버지 이제 제 공연 눈 뜨고 보소서라 매달리는 듯도 보였다. 실제 사연을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공연에 눈물과 감상만 있다면 그 성가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번 공연은 강연식이라는 컨셉트를 명확히 한 만큼 공연도 계단을 밟듯 무리 없이 이어졌다.

사진제공|맛있는국악



개막전, 중간, 그리고 마무리까지 국악을 설명하기 위한 김 명창만의 노하우는 족집게이자 일타강사였다. 마지막 무대엔 박현빈이 나와 그의 히트곡 ‘곤드레 만드레’ 등을 불러 축하 분위기를 북돋웠고 급기야 김정민 명창과 엔딩송으로 멋진 듀엣곡도 불렀다.

그녀의 음악 이야기와 노래를 듣다 보니, 그동안 ‘국알못’(국악을 알지 못하는) 어두운 음악적 심경에 천지일월이 장관을 펼치더라.

김정민 명창은 내년에도 완창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지금까지 부른 완창 횟수만 흥보가와 적벽가를 포함해 한국·이탈리아·프랑스에서 20여 차례 이어왔다. 남자도 하기 어렵다는 3시간 이상의 판소리 완창 공연을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22회나 해낸 것은 판소리 역사상 한국 기네스에 오를만한 최단기간, 최다 공연의 기록으로 전해진다.

사진제공|맛있는국악



최근 그녀의 공연은 이탈리아 다큐멘터리 감독 레오나르도의 필름에도 담겼다.

이렇듯 그녀의 목소리는 한국을 넘어 세계를 향하고 있다.

이제 세계 곳곳에 얼씨구나 절씨구. 지회자 좋다”의 추임새가 유행할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 성수무강(聖壽無疆-성수가 끝이 없음) 이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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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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