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놀이터’ 가자지구, 이 지상전 땐 최악 시가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개시할 경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시가전’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의 광대한 지하터널과 복잡한 도시 구조, 하마스 대원과 민간인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인구밀도 등이 가자지구를 ‘악마의 놀이터’로 만들 요인들이다.
먼저 가자지구의 도시 구조가 장벽이다. 가자지구는 한국의 세종시만 한 면적에 200만명이 넘게 몰려 사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일자로 뻗은 좁은 도로 양옆에 높은 건물이 포진해 있으며, 지하에는 하마스가 파놓은 길이 500㎞가량 터널이 가자지구 곳곳을 연결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 구조는 진입하는 쪽에 더 큰 위험 부담을 안긴다. 최근의 전쟁 사례를 보더라도 우크라이나는 자군의 5~8배 규모로 쳐들어오는 러시아군에 맞서 마리우폴을 거의 3개월 동안 방어했다. 이때도 우크라이나는 도시 내 건물과 지하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수년 동안 전쟁을 준비해왔을 하마스가 도시 곳곳에 어떤 군사시설을 숨겨놨는지 이스라엘군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 아래에 로켓 공장이 있다거나, 모스크에 무기가 보관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6년 미군이 이슬람국가(IS)를 소탕하기 위해 이라크 모술에서 시가전을 벌일 때도 아파트 문이나 자갈에 부비트랩이 설치돼 있었고, 불타는 쓰레기와 냉장고 같은 것들이 군용차량 진입을 막았다. 중동 시가전을 연구한 미 육군 전략가 토머스 아널드 중령은 “도시는 악마의 놀이터다. 모든 것을 어렵게 만든다”면서 이러한 도시 특성이 “(이스라엘의) 전략적 이점을 무효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에서는 민간인 틈에 끼어 있는 하마스 대원만 골라 목표로 삼기가 불가능하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 주민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강력히 경고했지만,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도로가 초토화된 데다 남쪽까지 폭격이 이어지고 있어 피란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이스라엘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과적으로 대규모 민간인 살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라크전에서도 벌어졌던 일이다. 2004년 이라크 전쟁 당시 팔루자에 진입하려던 미군은 희생이 너무 커서 결국 철수한 뒤 6개월 후 다시 시도해야 했다. 200여일을 끌었던 모술 전투에서는 민간인 약 10만명이 숨지고 건물 1만3000채가 거주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팔루자 전투에 참전했던 한 전직 해병대 중령은 “피란을 갈 수 없었던 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다. 이번에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마스는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점도 관건이다. 근래 전쟁은 빨리 끝난 적이 별로 없다. 3개월을 예상했던 모술 전투는 9개월 걸렸고,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를 단숨에 점령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전쟁은 2년을 향해가고 있다. 미 육군사관학교 현대전쟁연구소의 존 스펜서는 “이스라엘은 그동안 거의 모든 전쟁에서 시간과의 싸움을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끝내 지상전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서방은 지상전을 말리는 대신 “국제인도법을 준수해 ‘제대로’ 하라”는 메시지만 내고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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