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제거 이후’ 전략 부재…미국, 이스라엘에 우려 전달
가자지구 통치 방식이 핵심
팔 자치정부에 위임 등 거론
‘하마스 절멸’을 목표로 연일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경고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정작 전쟁 이후를 대비한 출구 전략은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 내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하마스 제거 이후 가자지구 통치 방식 등 전후 구상을 마련하지 못한 것에 미국이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상전 실패에 대비한 ‘플랜B’와 성공 후 전쟁을 마무리할 대책을 수립하라고 이스라엘에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내부 정보에 정통한 소식통은 “하마스 축출 이후에 대해 합의된 계획이 없다”면서 “이스라엘의 전략 부재에 미 관리들이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예고해온 지상전이 지연되고 있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일부 정부 인사들은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국경 보호를 위한 ‘완충지대’를 만드는 안,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완전히 분리시키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내각 안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무엇보다 핵심은 ‘하마스 제거’ 이후 이들을 대체할 가자지구 통치 세력으로 누구를 세울지의 문제다. 비공식 전략 문서에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기한 점령을 피하는 것을 전제로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에 가자지구 통제권을 넘기는 방안, 주변 중동 국가들에 재건 및 평화 유지를 맡기는 방안이 공통적으로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를 공격해도 이곳을 재점령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이곳에 정착촌을 만들어 유대인을 이주시켰지만, 2005년 완전히 철수했다. 이곳을 재점령한다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저항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국제사회의 비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PA에 가자지구 통제권을 넘기는 방안도 PA가 이미 팔레스타인인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세속주의 성향의 팔레스타인해방기구(파타)가 이끌고 있는 PA는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에 대패한 뒤 이듬해 가자지구에서 축출되면서 현재는 그 세력이 서안지구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가 축출되더라도 87세 고령의 지도자 마무드 아바스가 이끄는 PA가 가자지구를 장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서안지구에서 PA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과 분노는 임계치에 이른 상황이다. PA는 그간 이스라엘 극우 내각의 유대인 정착촌 확장을 제어하지 못했고, 이스라엘 정착민과 군인의 공격으로부터 민간인을 보호하는 데도 실패했다. 이번 전쟁 발발 이후 PA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지난 17일 발생한 알아흘리 병원 참사 직후 서안지구에서 주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일으켰지만 이들의 분노는 이스라엘 대신 ‘부패하고 무능한’ PA를 향했다.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이 가자지구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해 임시 통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가 하마스 축출 후 유엔 지원하에 중동 국가가 참여하는 ‘임시정부’를 설치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동 국가들이 이 방안에 동의하고 실제 지원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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