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차 알고리즘 따를수록, 라이더는 더 험하게 달려야 했다

조해람 기자 2023. 10. 2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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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배달노동자 건강 상태·산재 1위 원인 분석
앱 지시대로 운행하며 교통법규 지키면 소득 줄고 독촉 압박
배달노동자 80% “심각한 스트레스”…53% “교통사고 경험”

배달노동자 10명 중 7~8명은 상점·고객을 상대하는 감정노동 과정에서 심각한 정서적 손상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업은 건설업·제조업을 제치고 ‘산재 1위 업종’이 됐는데, 실험 결과 알고리즘·프로모션의 압박이 사고 가능성을 높인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와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재 1위 배달, 원인을 파헤친다’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라이더유니온과 한국산업의료복지연구원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배달노동자 365명의 건강조사를 실시한 결과, 77.5%가 ‘감정규제(감정노동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해야 하는 요구)’ 위험군에 속했다. ‘감정부조화(감정노동 상황에서 실제 자신의 감정을 숨긴 데 따른 정서적 손상)’도 같은 77.5%로 나타났다. 80.0%는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사고 위험도 심각했다. 조사대상자 52.9%는 교통사고를 경험했고, 58.6%는 교통법규를 위반한 적이 있었다. 배달의민족(우아한청년들)과 쿠팡이츠는 지난해 산재 승인 건수 1~2위에 올랐다.

연구자들은 배차 알고리즘과 프로모션 등 업무 수행 압박이 무리한 운행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달 5일부터 7일까지 배달노동자 74명과 함께 배차 알고리즘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이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배달 앱의 ‘독촉’과 프로모션도 위험운전 가능성을 키웠다. 라이더유니온과 이은주 의원실이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배달노동자 1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배달 중 앱을 통한 호출에 응답하지 않으면 페널티가 있다’고 생각하는 배달노동자의 89.2%가 ‘앱 재촉메시지 확인이 주변 교통상황 관찰에 방해가 된다’고 답했다. ‘페널티가 없다’고 생각하는 배달노동자의 응답률이 46.1%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프로모션이 없다면 목표 수입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배달노동자의 68.3%는 ‘프로모션을 위해 일하는 시간을 늘렸다’고 답했다. 프로모션이 없어도 목표 수입을 달성할 수 있다는 배달노동자의 응답률(54.5%)보다 높다.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박수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플랫폼 경제의 정보비대칭을 완화하는 것은 산업안전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감시가 만들어내는 스트레스와 그로부터 발생하는 행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안전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산재보험법에서 지난 7월 전속성(하나의 사업장에 종속돼 일하는지 여부) 요건이 폐지된 것처럼, 산업안전보건법도 특고노동자 조항을 따로 두지 않고 일반적인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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