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선감학원 아동학대 흔적들…"빛 보게 해주세요"

김예린 2023. 10. 2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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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리뷰]

[앵커]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인권유린이 자행됐던 경기도 안산 선감학원 암매장지에서 피해 아동의 유해로 보이는 치아와 유품 등이 발견됐습니다.

40년 만에 세상에 드러난 건데요.

당시 피해자들은 진상규명이 멈출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예린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이 모씨 / 선감학원 피해자> "이제 편안해. 너 이제 나왔으니까."

고작 10살이던 1970년, 부랑아를 교화한다는 명목으로 운영된 선감학원에 강제로 끌려간 이 씨.

무덤 속 진흙을 매만지자 오래 전 세상을 뜬 친구의 흔적이 나옵니다.

<이 모씨 / 선감학원 피해자> "밤마다 괴롭힘을 당해야만 했고 그것을 보던 친구 하나가 내가 너네 집에 가서 부모를 데리고 올 거라고 얘기하고 갔는데. 3일인가 지나서 그 아이가 죽어서 와서…."

친구를 두 손으로 직접 묻은 곳을 기억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찾게 됐습니다.

40년 간 4,689명의 아이들을 상대로 강제노역과 폭력이 자행된 선감학원.

진실화해위원회가 진상규명에 나서며 곳곳에 묻힌 희생자들의 유해가 하나둘 발굴됐습니다.

선감도 유해 매장 추정지에 대한 두 차례 시굴에서 치아 278점과 단추 등 유품 34점이 나왔습니다.

150cm도 안 되는 작은 분묘에서 발굴된 유해는 대부분 12살에서 15살로 추정되는 어린아이들이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기의 분묘가 발굴됐는데, 아직도 이곳엔 150여 구의 유해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공식 기록에 따른 사망자는 24명.

하지만 발굴로 확인된 사망자 수는 이를 이미 뛰어넘었습니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어린 시절의 아픔은 아직도 피해자들을 맴돕니다.

<주용옥 / 선감학원 피해자> "우리 같은 경우는 여기서 살다가 밖에 나가도 뭐 할 게 없잖아요. 너무 사회생활을 못 하는 거지. 여기 오면 누구나 다 눈물 나요."

이들이 바라는 건 묻힌 동료들이 세상의 빛을 다시 보게 하고, 이 암담한 아동학대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규명하는 것.

하지만 정부는 남아 있는 유해를 전면 발굴하라는 권고를 1년이 지나도록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철저한 진상규명만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이들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할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예린입니다. (yey@yna.co.kr)

#선감학원 #진상규명 #진실화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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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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