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희근 경찰청장, ‘참사 알림’ 11번 못 보고도 ‘책임 회피’ 논의

원동희,김영훈 2023. 10. 2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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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녕하십니까.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KBS는 그날 밤 시민의 안전을 챙겼어야 할 '책임자'들에 대한 단독 보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25일)은 공개되지 않았던 윤희근 경찰청장의 행적입니다.

윤 청장의 등산 여행에는 다른 경찰 간부들도 함께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윤 청장은 이태원에서 시민들이 숨지던 순간, 술을 마시고 잠들어 보고를 두 차례 보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는데 실제로는 긴박한 상황을 알리는 문자와 메시지가 열 건 넘게 쏟아졌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첫 소식, 원동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이태원 참사 당일 밤, 윤희근 경찰청장은 충북 제천의 캠핑장에 있었고 개인 일정을 가졌다고만 밝혀왔습니다.

[윤희근/경찰청장 : "주말 저녁이면 저도 음주할 수 있습니다. 그것까지 밝혀 드려야 되나요?"]

주말인데 뭐가 문제냐던 윤 청장의 당일 구체적인 행적을 KBS가 처음 확인했습니다.

제천으로 출발한 건 새벽 6시 50분쯤.

등산을 위한 거였는데 동행한 건 우 모 총경 등 경찰관들이었습니다.

10월 29일은 핼러윈 행사뿐 아니라 대통령실 앞 대규모 집회 등도 예고됐던 날.

동행한 우 모 총경은 "큰 집회가 있는데 형님의 대범함은 가늠할 수 없다"고 윤 청장을 추켜세웠습니다.

KBS가 확보한 당일 모임 사진.

등산 뒤 술자리가 이어졌는데 윤 청장은 최소 저녁 8시 30분까지 함께 했습니다.

"사람들이 몰려 쓰러진다"는 이태원 신고가 쏟아지기 시작한 시각입니다.

윤 청장은 그날 밤, 11시에 잠들어 참사 보고를 '2번' 놓쳤고, 12시 14분에 기상했다고 해명했었습니다.

하지만 공개하지 않은 SNS 보고가 9차례 더 있었습니다.

당일 모임에 참석했던 경찰이 밤 11시 40분, '수십명이 실신했다'는 기사를 전송했고, 20여 분 뒤 교통정보센터장이 '다수에게 CPR 시행중'이란 보고를 합니다.

홍보담당관도 두 차례, 사상자가 100명이라는 기사를 보냅니다.

기존에 공개한 참사 보고 2건을 포함하면, 모두 11차례, 연락이 빗발쳤지만, 한 시간 넘게 답하지 않은 겁니다.

[정우택/의원/지난해 11월 7일 : "참사 사건이 난 뒤 2시간이 지나서야 뒤늦게 참사를 인지하셨다는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느끼지 않으십니까?"]

윤 청장은 근무지인 서울을 벗어나면서 내부 시스템에 입력도 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조응천-경찰청장 : "(입력을 했어요? 안 했어요?) 안 했습니다."]

경찰청은 KBS의 질의에 제천에 간 건 개인 일정이란 답변을 그대로 반복했고, 상황관리관의 공식 참사 보고는 2차례가 맞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앵커]

그럼 뒤늦게 참사를 알게 된 뒤엔 어땠을까요?

구조에 집중해야 할 때 책임 소재를 어떻게 할건지 같은 정무적인 얘기를 나눴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단독 보도, 이어서 김영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면서도, 사태 수습엔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던 윤희근 경찰청장.

[윤희근/경찰청장 : "무한 책임을 다시 한번 통감하면서 앞으로 이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자정 넘어 참사 사실을 알고 서울로 향하던 윤 청장에게 새벽 0시 40분쯤 한 통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옵니다.

보낸 사람은 확인 불가.

내용은 "경찰이 주도적으로 신속 수사해 구청장급 이상에 안전 책임을 귀책시켜 초기 가닥을 명쾌히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윤 청장은 바로 "잘 알겠습니다"라고 깍듯하게 답합니다.

사건을 인지한 지 30분도 안 돼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지 방향부터 정한 건데 이는 실제 지시로 이어졌습니다.

5분 뒤, 홍보담당관에게 "즉시 수사본부 꾸려 지자체, 주최측 등 안전조치 책임 사실 확인 예정" 이란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대변인실은 새벽 1시쯤 거의 그대로 언론에 공지합니다.

희생자가 속출하던 새벽 3시 이후, 윤 청장은 이번엔 경찰은 책임을 회피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간부 2명에게 보냅니다.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나와 어디선가 책임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신속히 우리청 조치사항이 대통령(V) 등에게 실시간 보고돼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정무적 판단을 위한 글을 휴대전화 메모장에 저장하기도 했습니다.

"주최 측이 없어 경찰이 관리하지 않았고, 이동 통제 근거도 없다.", "책임 논쟁 때, 차분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먼저 주장하면 면피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도 적었습니다.

수사 드라이브로 주최 측 책임을 부각해야 한다던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의 논리와도 일치합니다.

[박성민/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 "(경찰이 안전 확보 책임질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

윤희근 청장은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보내와 참고하려고 메모했을 수 있다, 수사 지시는 청장으로서 일반적인 지시였다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김영훈입니다.

촬영기자:서원철/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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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희 기자 (eastshine@kbs.co.kr)

김영훈 기자 (hu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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