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 풀고 숙적 꺾고…‘금빛 돌풍’ 몰아친 핑퐁 전사들

박강수 2023. 10. 2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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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아시안게임 탁구 ‘골든 데이’ 맹활약
윤지유가 25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단식 클래스3 준결승 경기를 치르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2022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탁구 단식 마지막 날 한국 대표팀이 금빛 돌풍을 몰아쳤다.

스타트를 끊은 것은 남자 단식 클래스1 종목에 출전한 주영대(50·경남장애인체육회)다. 주영대는 25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이 종목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인도의 마단 제한 도랍을 3-0(11:7/11:3/11:3)으로 누르고 리그 4경기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단식 클래스1 종목은 유일하게 토너먼트가 아닌 풀리그로 치러졌다. 이번에는 5명의 선수가 겨뤘다.

장애인탁구는 장애 종류와 정도에 따라 스포츠등급을 11개로 나눈다. 클래스1∼10은 지체장애, 11은 지적장애인데, 지체장애는 다시 휠체어(1∼5)와 입식(6∼10)으로 나뉜다. 주영대와 같은 등급의 남기원(56·광주장애인체육회)은 클래스1 단식에서 3승1패로 은메달을 따냈다. 지난 23일 주영대에 당한 패배(2-3)로 메달 색이 갈렸다. 두 선수는 시상대에 태극기 두 개를 걸며 탁구장에 첫 애국가를 울렸다.

주영대(오른쪽)가 25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식 클래스1에서 우승한 뒤 은메달을 따낸 남기원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이어 여자 단식 클래스1·2 결승에 출전한 서수연(37·광주광역시청)이 금메달을 신고했다. 예선과 준결승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던 그는 중국의 리우징을 3-1(11:4/11:7/9:11/11:6)로 물리치고 생애 첫 아시아 정상에 섰다. 2세트 막판 9-7 상황에서 다리 경련이 일어나며 위기를 겪었지만 그는 “중요한 포인트였기 때문에 템포를 쉬어가면서 생각을 다듬었”고 동요 없이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간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과 동메달 각각 2개, 패럴림픽에서도 은메달 2개가 전부였던 그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챔피언의 기쁨을 만끽했다. 서수연은 “여러 번 장애인아시안게임에 나왔지만 계속 금을 놓치다가 따냈다. 제가 원하는 목표에 한 발자국 다가선 것 같아 너무 기쁘다”라며 “아직 복식이 남았다. 아직 저희가 대회 3관왕이 나온 적 없는데 최초로 달성해 보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2022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여자 탁구 단식 클래스1·2 결승에서 우승한 서수연.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여자 단식 클래스3 결승에서는 ‘신성’ 윤지유(22·성남시청)가 ‘숙적’ 쉐주안(중국)을 3-1(11:9/7:11/12:10/11:5)로 제압, 처음 출전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금빛 영광을 품었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그는 “항상 중요한 경기마다 쉐주안 선수에게 졌었는데 이겨서 행복하다”라며 웃었다. 이날 전까지 쉐주안과 상대 전적은 2승7패, 도쿄패럴림픽 때도 4강에서 그를 가로막았던 상대다.

윤지유는 “복수전을 하고 싶었는데 큰 무대에서 복수에 성공했다. 쉐주안의 약점만 공략한다는 생각으로 뛰었다”라고 말했다. ‘그 약점이 무엇이냐’라고 묻자 윤지유는 “비밀이다. 내년에 파리(패럴림픽)에서 또 이겨야 하니까 알려드릴 수 없다”라고 대답했다. 그 역시 여자 복식과 혼성 복식을 앞뒀다. 윤지유는 “개인전을 우승한 기세로 복식도 석권했으면 좋겠다”라며 3관왕 레이스 참가를 선언했다.

박진철이 25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식 클래스2 준결승 경기를 치르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차수용이 25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식 클래스2 준결승 경기를 치르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마지막 피날레는 한국 선수간 맞대결에서 나왔다. 남자 단식 클래스2 결승에서 박진철(41·광주광역시청)과 차수용(43·대구광역시청)이 적으로 만났고, 박진철의 3-0(11:6/12:10/11:3) 승리로 끝나면서 두 선수가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가졌다. 박진철은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 대회에 이은 단식 2연패다. 서로를 향해 라켓을 겨눴던 두 선수는 26일부터 남자 복식 짝으로 합을 맞춘다.

김영건(38·광주광역시청)은 남자 클래스4 결승에서 타이의 완차이 차이우트를 넘지 못하고 2-3(10:12/11:7/5:11/11:7/2-:11)으로 졌다. 그가 바랐던 메달 색은 아니지만 6차례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따낸 12번째(금 7·은 5) 메달이었다. 2002년 부산 대회부터 개근해온 김영건은 비장애인·장애인을 통틀어 가장 많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보유하고 있다.

김영건이 25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식 클래스4 준결승 경기를 치르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한국 장애인탁구 대표팀은 이날 메달 17개(금 4·은 5·동 8)를 수확했다. 중국은 메달 27개(금 10·은 8· 동 9)를 따냈다.

항저우/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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