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숙명여고 양지원의 롤 모델은 ‘큰오빠와 작은오빠’

김아람 2023. 10. 2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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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8월 중하순에 진행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9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숙명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양지원은 농구인 가족의 막내다. 부모님 모두 농구 선수 출신으로 부친은 양원준 전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사무총장이다. 양지원의 큰오빠는 대구 한국가스공사 소속 양재혁, 작은오빠는 B리그 센다이 89ers 소속 양재민이다. 그래서일까. 오빠들을 따라 농구를 시작한 양지원의 롤 모델이 두 오빠인 것은 어색하지 않았다. 

 

“큰오빠한테선 힘들 때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배우고 싶어요. 계속 외국에서 생활한 작은오빠는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요. 그런 점을 배우고 싶어요”

 

2학기가 시작됐습니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대회가 끝나서 통학하고 있어요. 학교 마치면 오후 훈련을 하거나 재활을 해요. 남는 시간엔 외국어 공부도 하고 있고요. 

 

재활이요?

지난 4월에 했던 연습 경기에서 우측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었어요. 4쿼터가 끝나갈 때쯤 루즈 볼을 잡으려고 점프했는데, 착지하는 과정에서 다쳤어요. 

 

많이 속상했겠어요. 

네. 올해 멤버가 나쁘지 않아서 기대도 잔뜩 한 데다, 시즌 준비도 열심히 했었거든요. 고등학교 올라와서 발목 등 잔부상으로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한지라, (올해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훈련을 열심히 한 만큼 몸도 많이 올라온 상황이라 더 아쉬웠어요.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요?

근력을 조금씩 강화하고 있어요. 팀 훈련 때는 제자리에서 하는 점프슛과 드리블을 위주로 하고, 재활 센터에서도 운동하고 있어요. 9월부터는 조깅 등 유산소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면서 단계별로 몸을 끌어올릴 예정이에요. 

 

올해 복귀는 어렵겠군요.

아직 복귀 날짜를 정하진 않았어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농구 선수로서 당연히 프로 무대에 도전하고 싶지만, 일단 대학에 먼저 가서 더 배우려고 해요. 아마 대학팀에서 복귀할 것 같아요. 

 


화제를 농구의 시작으로 바꿔 볼까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신길초등학교에서 시작했어요. 큰오빠(양재혁,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작은오빠(양재민, 센다이 89ers)가 농구를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농구를 접했어요. 오빠들 간식을 같이 먹으면서 살이 쪘는데, 처음엔 살을 빼려고 (농구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웃음). 

 

원래 신길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나요?

아뇨. 농구하기 전엔 집 근처 돈안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어요. 또래보다 키도 컸고, 마침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어요. 그래서 신길초등학교로 전학 간 거예요. 

 

농구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 반응은 어땠어요?

막 시작했을 땐 살을 빼려고 했던 거라 부모님과 큰오빠는 그냥 "열심히 해봐"라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작은오빠는 반대했어요. "운동이 힘드니까 다른 길을 선택했으면 좋겠다"면서요. 

 

농구 선수의 꿈을 가진 건 언제인가요?

초등학생 때 구력에 비해서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173cm로 최장신이기도 했고요. 키가 계속 클 것 같기도 했고, 그때부터 '농구 선수를 해봐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후엔 유망주로 많은 기대를 받으며, 숙명여중으로 진학했죠. 중학교 시절도 짧게 짚어볼게요. 

중학교 2학년 추계연맹전 때 좌측 십자인대를 다친 적이 있어요. 삼천포여중전 전반전이었는데, 슈팅하고 착지하는 과정에서 다쳤어요. 수술 후 중학교 3학년(2020년)까지 재활했어요. 그땐 코로나19가 창궐했을 시기라 대회도 없었고, 병원에서 오전 오후로 재활을 했어요. 

 

가족들도 걱정이 많았겠어요.

제가 다칠 때마다 누구보다 가족들이 많이 걱정해줘요. 엄마도 부상으로 농구를 그만두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크게 다칠 때 "(농구를) 그만하자"고 속상해하세요. 오빠들도 "그만했으면 좋겠다. 농구의 길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저를 걱정해주기도 하고, 위로해주기도 해요. 반면, 아빠는 "괜찮을 거다. 다 지나갈 거다"라고 용기를 북돋아주세요. 

 

가족들의 만류에도 농구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뭔가요?

일단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 커요. 부상을 입을 땐 '나한테만 부상이 생기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코트 밖에서 팀원들이 농구 하는 걸 보면서 '나도 농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오빠들도 프로에 있어서 저도 프로가 되고 싶기도 해요. 가족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오빠들과 나이 차가 있지만, 같이 농구도 해봤을 것 같은데.

오빠들 쉬는 날에 종종 했어요. 포스트 업 할 때 자리를 잡는 거나 1대1 공격 루트 등을 배웠어요. 개인적으론 스킬 트레이닝을 다니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도 했고요. 

 

고등학교 이야기도 해볼게요. 

1학년 땐 언니들이 잘해서 밖에서 보고 많이 배웠어요. 2학년 땐 인원이 저까지 6명이라 경기를 많이 뛰었지만, 실망도 컸어요. (왜요?) 남들은 치고 올라가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서요. 어렸을 때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어요. 

 

자신감 회복을 위해 하는 노력이 있다면요?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있어요. 가족들과 코치님께 많은 조언도 듣고요. (농구인 부모님께선 어떤 조언을?) 아빠는 슛을 강조하세요. 예전엔 새벽에 같이 나가서 슛을 쏘기도 했어요. 엄마와는 경기 영상을 같이 보고, 잘된 부분과 잘 안된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요. 

 

코치님은 어떤 말씀을 해주시나요?

나중에 복귀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어떤 훈련을 하면 도움이 된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가 되고, 항상 생각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커요. (임현지) 코치님께서 올해 3월에 부임하셨는데,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제가 다친 거라 코치님께서도 많이 안타까워하셨어요. 

 

롤 모델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저희 오빠들이요. 큰오빠한테선 힘들 때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배우고 싶어요. 계속 외국에서 생활한 작은오빠는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요. 그런 점을 배우고 싶어요. WKBL에선 박지현(아산 우리은행) 선수가 롤 모델이에요. 저랑 신장이 비슷한데, 가드를 보고 있어요. 내외곽이 가능한 선수죠. 저도 스피드를 보완하고 자세를 낮춰서 내외곽이 가능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앞서 프로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기 전에 대학 진학을 목표로 삼았다고 했죠. 대학에서 이루고 싶은 점도 있을까요?

대학팀과 연습 경기를 하면서 대학 언니들의 실력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대학에서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대학에서만 해볼 수 있는 공부도 하면서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를 접해보고 싶어요.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지금 팀의 맏언니로서 팀원들한테 많이 미안해요. 제가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2학년 후배들이 그 역할을 하게 되면서 부담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도 연맹회장기에서 준우승이라는 결과를 이뤘어요. (후배들이) 고맙고, 자랑스러워요. 저도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더 노력하겠습니다. 

 

사진 = 본인 제공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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