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장군 순국 80주기…침울함만 가득”

대전현충원서 홍범도 추모식
곳곳 ‘흉상 철거 비판’ 현수막

박민식 보훈부 장관 직접 참석
논란 의식한 듯 “최고 예우를”

“역사는 이념으로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25일 국립대전현충원 현충탑 앞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고려인 김림마씨(45)는 분통을 터트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서울에서 왔다는 김씨는 독립유공자 후손 등과 인사를 나누며 홍범도 장군의 업적을 두고 불거진 논란에 대해 안타까운 생각을 내비쳤다. 이날 현충원에서는 홍범도 장군의 순국 8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김씨는 “지난 8월부터 홍 장군의 업적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그는 고려인들이 우상으로 삼는 독립군으로 국내 1만여명의 고려인 동포들이 이 같은 소식을 접하고 모두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충원 정문 앞에는 ‘육사 교정의 독립전쟁영웅 흉상 철거 시도 당장 철회하라’ 등의 흉상 철거를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하얀색 모자를 쓴 ‘애지모’(애국을 생각하는 지혜로운 소비자모임단체) 회원 20여명도 함께 참배했다. 참석자 중 ‘홍범도 장군을 더 이상 욕보이지 마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를 후원하는 모임이다. 추모식에는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조진웅씨도 함께했다. 카자흐스탄 출신인 채예진 대한고려인협회 부회장은 “2년 전 홍 장군의 유해를 현충원에 안장했을 때와 달리 올해 추모식에는 침울함이 가득해 속상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참배를 마친 우원식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방명록에 ‘국군의 뿌리, 독립군·광복군!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의 정신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181명의 의원들이 흉상 이전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내용 등에 동의한 결의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이는 21대 국회 들어 가장 많은 국회의원이 서명한 결의안이다.

정용래 유성구청장은 “박정희 정부 때 훈장을 수여하고, 전두환 정부에서는 자유시참변 피해자로 규정하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홍범도함을 진수했다”면서 “홍 장군은 어떤 분보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했음에도 이러한 지경에 이르게 된 점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홍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데 부족함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보훈부는 추모식에 윤종진 차관이 참석한다고 공지했지만 박 장관이 직접 참석했다. 흉상 이전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홍 장군은 1920년 독립군부대를 지휘해 일본군 부대와 싸운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를 승전으로 이끈 주역이다. 1943년 숨진 홍 장군의 유해는 78년 만인 2021년 8월15일 카자흐스탄에서 국내로 봉환됐고, 같은 달 18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정식 안장됐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