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사안”이라며…홍범도 장군 추모 ‘불허’한 서대문구청
민족문제연구소 “서대문형무소 앞 부스 설치, 돌연 금지 통보”
구청 측 “사회적 이슈 또 다른 집회 우려”…실랑이 끝에 설치
일각 “독립운동 역사 지우려는 속셈, 노골적으로 드러나” 비판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인 25일 서울 서대문구가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앞에 세워질 예정이던 홍범도 장군 추모 부스 설치를 금지했다.
사단법인 민족문제연구소는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 국민 추모’ 부스 운영을 위해 서대문구독립공원에 장소 사용을 신청했지만 서대문구청이 불허했다고 이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전날까지 구두로 추모 부스를 설치해도 된다는 구청의 설명을 듣고 이날 오전부터 설치를 계획했으나 오전 9시30분쯤 서대문형무소 앞에 나온 구청 직원이 불허 공문을 건넸다고 밝혔다. 이들은 설치를 제지하는 구청 직원들과 약 30분간 대치하다 오전 10시부터 부스 설치를 시작했다.
구청은 불허 공문에서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공원 이용객의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공원 이용 질서 유지를 위해 장소 사용을 불허하오니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공문은 지난 19일 결재됐으나 민족문제연구소 측에는 이날 오전 부스 설치 직전에야 전달됐다.
구청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이라고 판단한 배경에 대해 “또 다른 집회가 이뤄질까 우려했던 것”이라며 “사회적 이슈가 계속되다 보니 부서 차원에서 공원 유지 관리를 위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불허 공문을 늦게 전달한 것에 대해선 “실수가 있었다. 독립공원소장이 전달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홍범도 장군 추모 부스가 설치된 곳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정문 앞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대한고려인협회 등과 국가보훈부의 후원을 받아 지난 23일부터 서울·대전·안산·광주·대구·춘천 등지에서 추모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도 추모 부스가 설치됐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구청 관계자는 부스 설치를 강행하면 경고장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며 “서대문형무소는 대한민국 독립운동을 대표하는 곳인데 여기가 아니면 어디서 추모를 하겠느냐. 서대문구청은 이런 역사의식을 갖고 서대문형무소를 관리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최근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겠다며 벌인 ‘이념 전쟁’이 급기야 독립운동 역사를 부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병률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국민 절대다수가 흉상이 육사에 남길 바라는데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은 결국 핑계일 뿐”이라며 “흉상 철거를 주장하는 이들은 ‘홍범도 장군의 독립운동 업적은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공산주의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철거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그 진심은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려는 것이었음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김송이·정효진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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