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와서 배우는 게 없어요”…인재양성 ‘나몰라라’하는 대학, 왜
수도권 대학 10곳 중 7곳 적자, 지방은 80% 넘어
◆ 퓨처스쿨 코리아 ◆
전국 대학에 돈줄이 말랐다. 수도권 대학 10곳 중 7곳은 적자에 시달린다. 비수도권에선 80% 이상이 적자에 빠져 있다. 지난 6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공개한 ‘대학 등록금 및 사립대 운영손익 현황 분석’을 보면 2021년 기준 비수도권 사립대 91개교 중 74개교가 적자였고 이들의 평균 적자액은 15억 4000만원에 달했다.
적자를 면하기 위해선 정부의 대학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지원금이라도 더 타내는 수밖에 없다. 한 사립대 교수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너무 제한적이다보니 사업을 따내기 위한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대학 컨설팅 일감이 늘어나면서 유명 회계법인의 대학 담당자가 1년에 버는 수익만 100억원이 넘을 정도”라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1만 2225달러로 OECD 평균(1만 8105달러)의 67.5% 수준에 불과하다. 초중고 교육비 지출액이 OECD 평균을 넘어서는 것과 비교하면 고등교육을 책임지는 한국 대학의 재정 상태는 그만큼 열악한 셈이다.
사립대를 중심으로 전국 대학이 재정난에 빠진 것은 무엇보다 2009년 이후 15년째 사실상 동결된 대학등록금 탓이 크다. 정부는 2012년부터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국가장학금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우회적 규제를 하고 있다. 대교협 조사에 따르면 ‘등록금 인상이 필요해 검토중이다’는 응답이 전체 대학의 70%에 달했다. 지속되는 대학 재정난에 급격한 물가상승까지 겹쳐 한계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한번 꼬인 대학재정의 비효율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등록금을 못올리니 대학은 몇푼 안되는 기부금에도 목을 멘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사립대학 재정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192개 사립대의 기부금 수입은 총 4088억 2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립대 수입의 2.2%에 불과하다. 대학 입장에선 큰 액수는 아니지만 한푼이 급한 대학으로선 총장이 바뀔때마다 발벗고 나서야할 최우선 업무가 됐다. 서울 B대학 관계자는 “총장 취임 초기에는 기부금이 좀 들어오지만 지속되지 않는다”며 “대학이 불안정한 기부금에만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재정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 사립대학은 등록금 동결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 재정지원 규모도 국립대들에 비해 열악하다. 전국 338개 사립대의 정부 보조금은 4조 8705억원이다. 한 학교당 144억원 수준이다.
반면 현재 거점 국립대의 정부 출연금은 한 학교당 1790억원으로 10배 넘게 차이난다. 서울대 정부 출연금은 일반 국립대의 3배에 달한다. 서울대는 지난 2011년 국립대학에서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됐지만 매년 정부출연금 액수가 늘고 있다.
지난해 정부출연금은 5379억원으로 서울대 재정에서 정부출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7.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오히려 재정자립도가 후퇴하고 있다. 정부 지원은 늘었지만 대학경쟁력은 되레 뒷걸음질이다. 영국 타임스고등교육(THE) 2024년도 세계대학평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62위로 최근 3년간 8계단 하락했다.
이때문에 정부의 대학 출연금을 적재적소에 지원하고 불필요한 누수를 줄이는 지출 효율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실대학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과 동시에 재정여건이 열악한 우수 대학에 대한 지원 강화를 투트랙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 사립대학법 제정으로 재원이 부족한 사립대에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재정 지원으로는 사립대의 존속이 어렵다”며 “한시적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라도 지원을 강화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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