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독립전쟁사 부인’ 친일파 음모다
10월25일은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 추모일이다. 홍 장군은 1943년 카자흐스탄에서 순국해 크즐오르다 중앙공동묘지에 계시다가, 2021년 8월15일 순국 78년 만에 해방된 조국의 품으로 봉환된 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2022년 국정감사에서 현재 국방부 장관인 신원식 의원이 “홍범도 장군은 공산당에 입당했던 공산주의자로, 6·25 남침을 한 북한을 주적으로 교육하는 육사 교정에 존치하는 건 교육적으로 부당하므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홍 장군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그동안 학계에서 충분히 논의됐다. 홍 장군이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산주의 사상을 지녀서가 아니다. 집단농장에서 함께 일하는 독립군 출신들이 경작권을 인정받지 못해 불이익을 받고 있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언권 확보 차원에서 입당한 것이다.
1920년 10월24일자 뉴욕 트리뷴지는 “1920년대 만주·시베리아 한국 독립투사들이 공산당과 손잡은 것은 공산당의 신조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오직 조국 독립을 위해서였다”고 보도하며 “한국인들은 러시아 공산당이건, 미국이건 상대를 가리지 않고 한국의 독립을 위한 것이라면 어떤 도움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립운동 과정에서 100여년 전 러시아는 우리의 동지였고, 함께 항일투쟁을 했다. 그럼에도 6·25 전쟁을 보는 역사관으로 홍 장군의 행적을 평가하려 하니, 학문적으로는 물론, 상식적으로도 전혀 납득할 수 없다.
홍 장군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는 배경과 진의는 전혀 다른 곳에 있다.
우리 국군은 창군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역설한 것처럼 광복군을 계승한다는 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독립군, 광복군의 역사를 강조하고, 광복군 출신 이범석을 국방부 장관, 최용덕을 차관으로 임명했다. 이범석 장관은 훈령 제1호에서 “국군은 독립군, 광복군의 정통성을 계승한다”고 명시했다. 우리 헌법 전문에도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밝히고 있어, 임시정부의 군제를 국군의 역사로 받아들이는 것이 헌법정신이다.
2017년 정부는 독립운동단체와 학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본군 출신 친일파에 의해 6·25 이후 훼손된 국군의 역사를 바로잡았다. 헌법정신과 역사적 사실에 따라 독립군, 광복군이 국군의 뿌리라는 사실을 복원한 것이다.
아울러, 국군교육의 전당인 육군사관학교에 독립군 지도자 홍범도·김좌진 장군, 광복군 지도자 지청천·이범석 장군, 독립군을 양성한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등 다섯 분의 흉상을 건립했다. 생도들이 독립군과 광복군의 독립운동 정신을 배워 호국 의지로 승화시키려는 목적이었다. 내부 토론과 함께 여론도 수렴했다. 흉상은 후배 장병들이 사용했던 탄피를 녹여 완성했다. 건립 당시 육사 충무관에서는 “독립군과 광복군에서 대한민국 육군으로, 독립전쟁의 영웅을 기리며”라는 특별전시회도 열렸다.
그러나 일본군 출신들은 여전히 국군의 역사가 미군정에서 실시한 1945년 군사영어학교와 1946년 국방경비대에서부터 시작했다고 주장하며 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인하고 있다. 일본군 부역자들은 건국공로자로 둔갑시켜 명예를 드높이는 반면 독립전쟁의 영웅 홍범도 장군은 공산주의자라고 격하시키는 음모를 꾸며 독립영웅들의 흉상 철거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마침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을 추진하면서 1948년 건국론을 제기하고 있는 소위 뉴라이트 인사들의 논리에 편승하고, 광주에서 추진하는 정율성 공원이 정율성의 공산주의 경력으로 인해 비판받는 여론도 이용하고 있다.
홍 장군의 순국 80주기가 오직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은 물론 전 가족을 구국의 제단에 바친 장군의 나라사랑 정신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황원섭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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