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아직도 몸 따로 마음 따로

2023. 10. 2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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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아들이 말합니다.

지방에서 일을 하려고 하니 지방에 집을 마련해 달라고요.

없는 살림이었지만 아들이 출퇴근하는데 힘도 들고 돈도 많이 들 테니 부모는 힘들여 집을 마련해줍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아들은 계속 서울에서 지방으로 출퇴근을 합니다. 서울이 더 문화생활하기 좋고 아이 키우기도 좋으며 거래처 사람도 많다면서요.

그럼 부러 지방에 구한 집이며 살림살이는 뭐가 될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2004년 신년 연설) - "국민 여러분, 균형 발전 3대 특별법이 공포됐습니다. 이제부터 지방과 수도권이 함께 발전하는 '균형 발전 시대'로 갑니다."

노무현 정부가 수도권 밀집 해소를 위해 2004년 씨앗을 뿌린 '국가 균형 발전 특별법'으로 153개의 공공기관이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옮겨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공공기관들이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했음에도, 사업평가는 여전히 서울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출장비로 수억 원씩 쓰면서 말이죠.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사업평가 1천618건 중 88.3%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67.3%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91.25%를 서울에서 했습니다.

심지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과 한국인터넷 진흥원은 이전한 전남 나주에서 단 한 번도 사업평가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위한 출장비로 인터넷진흥원은 5억1천346만 원을,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약 2억8천만 원을, 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약 2억2천만 원을 지출하면서요.

수시로 드나들려면 서울에도 자리가 필요하겠죠.

인터넷진흥원은 서울 송파구 건물에 총 7개 층을 사무실로 쓰며 연간 임대료만 8억5천여만 원을,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서울 중구에 2개 층을 쓰며 1년에 임대료와 관리비 등으로 약 4억 원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두 집 살림할 거면 왜 지방 이전을 한걸까요.

이들은 평가위원이나 전문가를 지방으로 부르면 갑질처럼 보일까봐 또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어서 그렇다고 항변합니다.

그럼 지역 특성을 고려한 평가시스템을 만들어야지요. 그걸 예상 못 하고 이전했나요.

지구 반대편 나라와도 화상 회의 등으로 교류하는 시대 아닙니까.

몸 가는데 마음 간다는 건데 이들은 마음 가는데 몸이 가고 있는 듯하죠.

오늘은 이 분들께 노래 한 곡 들려드리며 마칠까 합니다.

패티김 '서울의 찬가'(1969) -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아직도 몸 따로 마음 따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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