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보다 싸다니?…'반값 절임배추' 가능한 까닭은 [오정민의 유통한입]
이마트 26일부터 예약판매 시작
롯데마트·슈퍼 예약판매 첫주 매출 1년 전보다 4배 뛰어
김장철을 앞두고 유통가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절임배추 예약 판매에 돌입했다. 시기적으로 다소 이르지만 평년보다 높은 배추 가격이 형성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절임배추로 김장 수요를 잡으려는 움직임이다.
대형마트 줄줄이 절임배추 사전예약 돌입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절임 배추 상품을 예약 판매한다.
올해 이마트 절임 배추는 행사 카드로 한 박스 구매 시 10%, 두 박스 이상 구매 시 20% 할인받을 수 있다. 수령방식을 배송과 매장 방문 중 매장 방문을 고르면 박스당 2000원씩 추가 할인된다. 최대 할인 가격인 '두 박스 이상 구매 및 매장 수령' 방식으로 구입하면 '절임 배추' 20㎏ 한 박스를 지난해보다 더 저렴한 가격인 2만9840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게 이마트의 설명이다.
최근 소금 등 부재료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마트는 산지 사전 계약과 대량 매입을 통해 절임 배추를 저렴하게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 올해 판매하는 절임 배추 가격이 배추 소매가격보다 저렴하다고 귀띔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배추(상품) 한 포기 평균 소매가격은 5754원으로 1년 전(4923원)보다 16.9% 높았다. 평년(4562원)과 비교하면 26.1% 높은 수준이다. 한 달 전(6236원)보다 7.7% 하락했지만 여전히 5000원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 주 전만 해도 제주 동문시장에서는 한 포기에 최고 9000원에 배추가 판매되기도 했다.
이마트는 "자사 절임배추 한 박스에는 배추 8~12포기가 들어있다. 이를 환산하면 (지난 19일 가격 6225원과 비교해) 최대 50~60% 수준 저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올해 역대 최대 물량인 6만박스에 달하는 절임 배추를 준비했다. 이는 매년 절임 배추 판매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 첫해인 2020년에는 1만박스로 시작했으나 지난해에는 4만박스로 뛰었다.
윤샘이 이마트 채소 바이어는 "이마트는 매년 김장물가를 낮추고자 매입 및 유통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절임 배추는 빠르게 증가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해 역대 최대로 사전 예약 물량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한발 앞서 지난 5일부터 해남·영월산 절임배추 예약 판매에 돌입했다. 롯데마트·슈퍼 공동 소싱의 일환으로 그동안 마트에서만 판매하던 영월산 절임배추를 슈퍼에서도 처음으로 판매하는 게 특징이다. 슈퍼·마트 공동 계약을 통해 공급 물량도 기존보다 20% 늘렸다. 대표상품인 '해남미소 절임배추' 20kg 한 박스는 행사카드 결제 시 4000원 할인 혜택을 적용해 2만99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예약구매 고객은 다음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 농협유통·농협하나로유통 역시 지난달 1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국내산 절임 배추를 사전 예약 판매한다.
유기농 절임 배추 역시 사전예약을 통해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초록마을이 유기농·무농약 절임배추와 김장김치 6종을 대상으로 다음달 5일까지 2주간 사전예약을 진행하며, 해당 기간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풀무원 계열 올가홀푸드가 다음달 5일까지 유기농 절임 배추를 비롯한 김장 재료를 최대 40%까지 할인된 가격에 선보이는 사전 예약 기획전을 진행한다.
실제 배추와 소금 등 김장 재료 가격이 비싸지자 소비자 반응도 좋다. 롯데마트·슈퍼는 절임배추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첫 한 주간 절임 배추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매운 가격'에 눈물 난다…훌쩍 뛴 소금·고춧가루 몸값
이는 겨울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소금, 고춧가루 등 김치 주재료 가격이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형성하면서 주부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가격과 편의성이 돋보이는 절임 배추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풀이다. 일각에서는 주 재료 가격 상승에 '김포족'(김장포기족)이 늘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소금값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뛴데다 배추는 지난해와 같이 '금(金) 배추' 수준은 아니지만 한 포기에 6000원을 넘나들고 있다는 점이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국산 소금 가격은 좀처럼 하락세로 돌아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굵은소금(상품) 5kg 소매가는 1만3858원으로 1년 전(1만1229원)보다 23.4% 올랐다. 이는 평년(8466원)보다 63.7%나 비싼 수준이다. 국산 고춧가루(상품) 1kg 평균 가격 역시 3만4847원으로 1년 전(3만886원)과 평년(3만1964원)보다 각각 12.8%, 9% 비싸다. 10월(24일 기준) 월간 평균가격(1만3674원)은 3년 전(2020년 10월 평균 7729원)과 비교하면 77%나 뛴 가격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김장 물가의 변수가 소금값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금 가격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요 급증으로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장마 이후 태풍 및 폭우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금의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9월보다 17.3% 뛰어 지난해 8월(20.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금뿐 아니라 소금이 들어가는 먹거리 전반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추의 경우 올해 가을배추 작황이 양호한 만큼 김장철 배추 가격이 현재보다는 한풀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에도 9월 배추 한 포기 소매가가 1만원을 넘어서며 '금배추'로 불렸으나 이후 재배면적이 늘어 김장철인 11월에는 가격이 뚜렷하게 하락한 바 있다. KAMIS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평균가격이 9061원에 달한 배추(상품 기준) 한포기 가격은 10월에는 절반 수준이 5966원으로 꺾였고, 김장철로 접어드는 11월에는 평균 가격이 3416원으로 내려앉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가을배추의 양호한 작황을 바탕으로 출하량이 증가해 이달 배추 가격은 지난해 10월(상품 도매 가격 기준 10kg당 1만1146원)보다 하락한 10kg당 1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11월에는 출하량이 평년보다 다소 감소해 지난해(5561원) 수준보다 오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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