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서 내쫓긴 비정규 노조…“우리 대피처 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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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피처였어요. 이주노동자, 경비·청소 노동자가 노조 활동 한다고 사무실을 내어줄 회사가 어디 있겠어요. 그나마 품어준 곳이 복지관이었는데 내쫓기게 됐네요."
강북노동자복지관의 경우 이주노동자(이주노조), 하청·비정규직 노동자(희망연대본부,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공공운수노조 시설환경지부, 전국셔틀버스노조 등)의 노조가 입주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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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피처였어요. 이주노동자, 경비·청소 노동자가 노조 활동 한다고 사무실을 내어줄 회사가 어디 있겠어요. 그나마 품어준 곳이 복지관이었는데… 내쫓기게 됐네요.”
김선기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사무처장이 25일 한숨을 내쉬었다. 경비·청소 노동자나 원어민 강사처럼 기업별 노조에 속하기 어려운 취약 노동자가 모인 일반노조 서울본부는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복지관)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2002년 복지관 설립 뒤 줄곧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가 위탁운영을 해온 덕이다. 지난달 25일 서울시가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와 복지관 위탁 계약을 종료했다. 그에 따라 일반노조 등 취약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한 복지관 입주 노조 12곳도 당장 사무실을 비워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겨레가 이날 찾은 복지관에는 군데군데 빈 책상과 의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가까스로 더부살이할 새 사무실을 찾은 6개 노조는 이달 말까지 복지관을 떠나지만, 남은 노조들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서울시의 위탁계약 해지는 양대 노총의 복지관 위탁운영에 대한 정부의 공세에 뒤이은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102개 근로자종합복지관(근로자복지관) 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54곳에 노동조합 사무실이 과다하게 입주하는 등 “정부 지침과 달리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정부 지침은 근로자복지관의 (노조)사무실 면적을 연면적의 15%로 제한한다. 강북노동자복지관의 경우 15.72%를 노조 등의 사무실로 사용한 게 위반 사례로 꼽혔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복지관은 취약계층 근로자를 위해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설명과는 달리 정부가 문제 삼은 복지관 내 노조 사무실 대부분이 취약 노동자가 가입한 노조라는 점에서 이번 조처가 외려 취약 노동자의 노조 활동을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강북노동자복지관의 경우 이주노동자(이주노조), 하청·비정규직 노동자(희망연대본부,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공공운수노조 시설환경지부, 전국셔틀버스노조 등)의 노조가 입주해 있었다. 회사 안에 노조 사무실이 있는 대개 노동자와 달리 작은 사업장, 비정규직인 이들은 사무실을 별도로 마련하기 쉽지 않다.
나름의 전문성을 지니고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가 비조합원 시민을 대상으로 벌여온 복지관 사업도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노동법률 상담, 노동법 교육, 노동인권 교육 등이다. 김하늬 민주노총 서울본부 사무차장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의 복지관 프로그램 참여 비율이 70% 이상은 됐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찾은 이날도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의 노동법률 상담은 계속됐다. 이미 복지관 위탁운영 기간은 끝났지만, 찾아오는 시민을 외면하기 어려운 탓이다. 지난해 복지관의 노동법률 상담 건수는 4260건에 달했다.
서울시는 사무실을 비우지 않는 노조엔 월 610만원가량의 변상금을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머물 곳을 찾지 못한 노조들은 내년 1월을 목표로 사무실 이전을 위한 기금 조성에 나서기로 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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