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길 캄캄한 카카오…초거대 AI 연내 공개 물건너가나

사법 리스크에 신사업 줄줄이 동력상실
톡 광고·SM엔터와 해외 진출도 불투명
홍은택대표, 27일 국회 산자위 증인출석

카카오의 AI 연구 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김일두 각자 대표(당시 대표)가 2021년 11월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카카오2021’에서 자사 초거대 AI 모델 ‘KoGPT(코지피티)’를 공개하는 모습. [사진 출처 = 카카오]

카카오를 향한 감독·수사 당국의 압박 수위가 날로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카카오 미래 사업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업에도 제동이 걸린 분위기다.

카카오는 연내 자체 초대규모 AI 모델 ‘코GPT 2.0’ 버전 공개와 더불어 그에 맞춘 서비스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현재 사업에 대한 진척 속도가 더딘 것으로 25일 파악됐다. 현재 AI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다소 사그라든 상황인 데다가, 최근 카카오에 드리워진 사법 리스크 여파로 시장의 신뢰도가 추락한 게 결정타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카카오 측은 “대규모언어모델(LLM) 공개 시점과 사업의 방향성과 관련해 연내 공개하겠다는 시점을 공언한 것에 대해선 아직까지 변동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하루하루 대외 상황이 급변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카카오의 중대 사업으로 꼽히는 AI를 올해 공개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이견이 점차 나오면서 다소 달라진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24일 오전 1시 40분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5시간 40분에 달하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 조사를 받고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카카오 관계자는 “어쨌든 목표는 연내에 모델을 내놓고,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서비스들은 아이디어 단계에서 실제 구현되는 단계를 거치며 내년 등 언제 내놓으면 좋을지 보고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향후 상황에 따라 이러한 계획에도 변동이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오픈AI의 챗GPT가 세상에 나오면 전세계적인 생성형AI 열풍이 불기 전만 하더라도 AI 사업은 카카오의 AI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만의 사업이었지만, 지금은 카카오 공동체가 함께 연계된 복합사업으로 격상해 의사결정 구조에 있어 고려되는 변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가령 카카오가 염두에 둔 AI 서비스만 하더라도 카카오톡과 연계된 AI 챗봇 형태는 물론, 커머스·모빌리티·금융 등 카카오 공동체 차원의 AI 라인업이 그려지고 있어 ‘모(母)’겪인 카카오의 불안정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사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AI 모델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터라 그 기대 수준을 맞춰야 한다는 부담 요인이 있다”면서 “특히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종 의혹이 그룹 전반을 뒤흔드는 사법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보니 공동체 차원의 의사 결정 구조에서 AI사업은 지배구조 이슈에 밀려 다소 후순위로 밀린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카카오의 핵심 사업인 카카오톡 메신저와 관련된 톡비즈(광고 등)도 녹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권사들이 연이어 카카오에 대한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기업분석부 선임연구원은 “카카오의 톡비즈 사업의 경우 경기 침체 영향이 이어지면서 한 자릿대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친구탭과 오픈채팅탭 UI(유저인터페이스) 및 기능을 개편하는 중이지만 의미있는 관련 매출이나 트래픽을 기대하기엔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한 카카오 실적 견인을 위해 카카오톡에 다양한 형태의 광고 사업을 확대·강화하고 있는 것 역시 한편으로는 이용자 피로도 증가로 이어지고 있어 회사가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과제로 거론된다.

이 외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와의 해외 사업 연계 프로젝트도 추진 동력을 잃은 분위기가 그려지고 있다. SM엔터는 카카오가 해외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이지만, 이번 사태가 종결이 되어야 관련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편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오는 27일 열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종합감사에서 카카오VX와 카카오헬스케어, 카카오모빌리티 등의 스타트업 기술 침해 의혹과 관련한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