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작은 점이 쌓여 변화를 이루죠"…점묘화로 그리는 멸종위기종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점묘화는 작은 점을 무수히 찍어 형태를 구성하는 회화 기법입니다.
섬세하고 밀도 높은 표현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요.
오늘 뉴스브릿지에선, 다채로운 점들을 통해, 멸종위기 동물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는, 고민정 작가를 만나봅니다.
어서 오세요.
먼저 시청자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고민정 일러스트레이터·그림책 작가
안녕하세요, 저는 점으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전하는 고민정이라고 합니다.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귀한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반갑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이 점을 이용해서 특히 자연과 동물을 기록하고 계십니다.
점묘화를 그리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고민정 일러스트레이터·그림책 작가
처음에는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다가 그림을 더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그림책 학교를 더 다니게 되었어요.
예전 저의 그림은 북과 색연필로 귀여운 그림들을 그렸었는데 저에게 맞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 학교에서 그림을 배우면서 다양한 기법을 배우고 나중에 선생님의 추천으로 점을 그리게 시작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이렇게 점으로 그리는 방식은 다른 작업 방식과 어떤 점이 다를까요?
고민정 일러스트레이터·그림책 작가
점은 처음에는 저에겐 이렇게 점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낡은 듯하지만 따뜻하게 다가오는 질감이 좋았어요.
그리고 나중에는 생각이 많은 저에게 이렇게 천천히 진행되는 방식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제 그림을 자세히 보시면 그 점들이 완벽하지가 않아요.
그런 점들의 모양이 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그러한 점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랑 이야기가 저에게 와닿아서 계속 점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2017년에 펴내신 그림책 '더 박스'가 작가님 첫 작품입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고민정 일러스트레이터·그림책 작가
'더 박스'는 산속에 버려진 개에 관한 이야기예요.
글은 없고 이미지로만 흘러가는 그림책입니다.
그 사람에 의해서 산속에 버려진 작은 강아지가 스스로 성장을 해서 성견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요즘에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유기견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도 하고요.
그 강아지를 사람의 입장에서 한번 바라본다면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이유도 모른 채 일방적으로 단절되는 어떤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로도 볼 수가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굉장히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한데, 그렇다면 이 작업을 하시는 동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셨을까요?
고민정 일러스트레이터·그림책 작가
그 배경에 필요한 사진을 구하기 위해서 나무가 많은 산책로를 찾아갔어요.
거기서 자료를 모으던 중에 하얀 개가 갑자기 저한테 다가오더라고요.
그리고선 저를 신경 쓰지도 않고 풀을 뜯어먹고 영역 표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산책을 하는 거예요.
저는 그 모습이 마치 그림책의 주인공같이 느껴졌고, 그 아이를 저희 그림책에 담아야겠다는, 그 모습들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참고를 많이 했습니다.
나중에는 주인분이 뒤에서 따라오시더라고요.
지금은 다시 보기 힘든 장면일 테지만 저한테는 지쳐있던 순간에 찾아온 굉장히 신기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지쳐 있던 순간에 찾아온 신비로운 경험.
작가님께서는 이 주로 동물을 화폭에 담고 계시는데, 여기에는 또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고민정 일러스트레이터·그림책 작가
네, 저는 어렸을 적부터 동물을 관찰하고 습성을 알아가는 것을 좋아했어요.
중학교 때는 방학 숙제로 백화서전의 동물들을 열심히 그려갔던 기억도 있고요.
오랫동안 저와 제 그림에서 함께했던 소재가 동물이었기 때문에 동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저한테는 자연스러웠어요.
지금은 동물의 형태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그림에서 원어처럼 작용해서 그림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점을 좋아합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이 동물을 그리실 때 특히 주안점을 두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고민정 일러스트레이터·그림책 작가
저는 동물의 털과 피부 표현에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작업을 해요.
외형은 그림의 분위기에 따라서 조금씩 변화가 되지만, 최대한 털과 피부는 그대로 묘사를 해서 원래 그 동물이 가지고 있는 성질을 잃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특히 또 많은 동물이 있지만 사라져가는 멸종위기종을 자주 다루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여기에는 또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고민정 일러스트레이터·그림책 작가
저는 다양한 동물들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계속 이어나가던 중에 멸종위기 동물들도 함께 다루게 되었어요.
동물은 수많은 종이 있지만, 그 모든 종을 다 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미디어에서 자주 나타나지 않거나 주변에서 보기 힘든 동물들은 그 존재에 대해서도 모른 채 사라지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제 그림에서 조금이나마 그들의 존재를 노출시켜서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알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특히 시청자들과 나누고 싶으신 작품이 있을까요?
고민정 일러스트레이터·그림책 작가
네, 저는 바다 거북을 그린 고요라는 작업이에요.
그 바다 거북을 그릴 당시 저는 그 동물들의 패턴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래서 등껍질의 무늬를 조금 더 세심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각 자연물마다 무늬를 만들어내는 방법과 이유는 다르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법칙과 질서, 그리고 우연한 결과가 만나서 개성 있는 무늬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저한테 신기하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저는 이 무늬 하나하나가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기록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자연물의 존재가 더 소중하게 다가오는 경험을 했어요.
그래서 그런 경험을 함께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조금 전 화면에도 나왔지만 이 정교한 무늬 속에 우주가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이 등껍질 무늬가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런 멸종위기종이나 다른 동물들을 화폭에 담으면서 작가님께 또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도 궁금한데요.
고민정 일러스트레이터·그림책 작가
저는 예전에 그려보지 않은 동물을 그릴 때는 다양한 사진들을 참고해서 열심히 관찰을 하는데, 비슷한 동물들을 여러 번 그리다 보면 제가 잘 안다고 생각하고 관찰을 소홀히 하는 조금 안 좋은 습관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동물에 대한 태도도 그와 비슷하게 제가 오랫동안 동물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림을 그리면서 그들에 대해서 계속 배워가려고 하고 있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더 알게 되면 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 멸종위기종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들이 또 일상에서는 어떤 실천을 할 수가 있을까요?
고민정 일러스트레이터·그림책 작가
에너지를 절약하는 습관이나 아니면 친환경적인 소비를 통해서 동물의 먹이와 서식지가 서서히 줄어가는 속도를 늦춰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전에 더 먼저 중요한 건 그런 습관들을 오랫동안 지속시킬 수 있는 각자의 동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로 꿀벌들이 사라지면서 식량 위기를 가져오듯이 그런 동물들의 다른 종들이 사라지면서 또 다른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들을 잊지 않고 보호하려고 한다면 동물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도 지켜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
고민정 일러스트레이터·그림책 작가
점으로 작업을 하다 보면 속도가 느려지고 그림이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있어 답답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또 완성에 가까워지다 보면 열심히 찍고 그린 저의 점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느껴요.
일상에서도 종종 하고 있는 일이 보잘 것 없다고 느껴지지만 나중에는 그 경험들이 모두 저에게 무의미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당장에 자기의 작은 행동과 경험들이 소용없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것들이 모두 미래의 자신의 변화에 대해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정말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 작은 점처럼 모여서 세상을 이루는데요.
아까 이 점묘화만이 주는 그 따뜻한 느낌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아마 바로 이 작고 소중한 점들을 꾹꾹 찍으시면서 세밀하게 그려넣으신 진심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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