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어야 입주 가능” 왜 그랬을까?
[KBS 광주] [앵커]
다양한 사안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양 기자의 왜 그럴까' 시간입니다.
양 기자, 오늘 뭘 들고 나왔네요?
[기자]
네 이 컵인데요.
광주리컵이라는 이름의 다회용 컵입니다.
보통 카페 같은 곳에서 테이크아웃, 그러니까 포장하거나 가져올 때 음료를 일회용기에 담아주잖아요.
그런데 광주시청 안에 있는 카페나 주변 카페 10여 곳에서는 이렇게 다회용 컵에 줍니다.
다 쓴 컵은 그 카페에 반납하거나 아니면 주변 카페에 반납도 할 수 있고요.
일회용품을 조금이나마 줄이자는 뜻으로 광주시가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한 정책입니다.
[앵커]
어쨌든 이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이런 정책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는 거죠?
[기자]
이런 일회용품 줄이기도 있지만, 광주는 사실 지금 자동차 줄이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특히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7월에 유럽을 다녀온 뒤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강 시장은 독일에서 기후 정책을 이끄는 녹색당 부대표를 만났고요.
또 도시재생과 자전거 정책으로 유명한 스웨덴 말뫼도 방문했습니다.
귀국한 강 시장은 유럽 출장을 다녀오며 광주가 지속 가능한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미래에 대한 투자를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구체적인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나요?
[기자]
네 사진 한 장을 한번 같이 보면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사진은 어떤 사진이냐 하면 이달 초에 광주 영산강 억새축제에서 강기정 시장이 피켓을 들고 있는 사진입니다.
걷고 싶은 길 광주 RE100을 만들겠다고 쓰여 있는데요.
RE100은 원래 리뉴어블 일렉트리시티 100% 즉 기업에서 쓰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의미인데 이걸 강 시장은 생태계 회복력이라는 뜻의 레질런스 100이라고 이름 붙이고 걷기 좋은 길 100곳을 만들겠다고 밝힌 겁니다.
기후위기 대책으로 대중교통을 타기 편하고 또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서 자동차를 줄이겠다는 뜻인데 광주시는 내부 TF팀을 만들고 걷기 좋은 길을 어떻게 늘려나갈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걷기 좋은 길을 100곳이나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길이라는 걸 한번 생각해 보면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차도와 인도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걷기 좋은 길은 결국 인도가 넓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 차도를 줄이거나 특정 지역에서는 차량을 아예 막아야 합니다.
만약 길을 새로 낸다면 인도를 넓히기가 상대적으로 쉽겠죠.
하지만 대부분은 이미 나 있는 길을 바꿔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차도를 줄이는 걸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그런 사례들을 좀 저희가 찾아볼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서울 사례입니다.
서울 신촌 연세로 얘기인데요.
사람들이 몰리는 주요 상권인 탓에 차량 통행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2014년 연세로가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됐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19를 겪은 이후 차가 안 다니니까 상권 침체가 심각하다.
이런 상인들의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서대문구가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한시적으로 차를 다닐 수 있게 했고 지금은 다시 차가 못 다닙니다.
반면에 서울 대학로 같은 경우에는 차 없는 거리가 새로 추진되는 등 전국 곳곳에서 차를 막아야 한다 아니면 다니게 해야 한다 이런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실제 광주에서도 구도심 보도를 넓히는 방안에 대해서 일부 상인들의 반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앵커]
어쨌든 아마 이 기후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것에 대한 반대하는 시민들은 없겠지만, 이걸 현실적으로 가져와서 정책으로 실현시킨다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광주시가 평생 주택 사업을 하는데 이 차량이 없는 시민들을 입주시키겠다 이런 이야기를 해서 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기자]
네, 최근 보도해 드렸는데요.
최근 며칠 전에 저희가 보도를 해드렸습니다.
어떤 내용이냐면 광주시가 중산층도 입주할 수 있는 중형 평형의 고품질 공공임대주택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요.
그런데 착공식에서 강기정 시장이 자동차가 필요 없는 사람에게 입주 자격을 주겠다. 이 방침이 안 지켜지면 준공허가를 내주지 않겠다. 이렇게 말을 해서 논란이 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강 시장이 적극적이고 또 강력한 기후위기 대책을 강조하면서 또 다른 과감한 실험에 나섰다는 그런 반응도 있었지만 상당수의 시민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광주 대중교통이 그렇게 편하지 않은데 차량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로 입주 자격을 판단하는 건 터무니 없다. 이런 반응을 보이기도 했거든요.
이와 관련한 김나윤 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의 평가를 참고할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같이 한번 들어보시죠.
[김나윤/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 "앞으로 지향해야 되는 좋은 모델을 말씀해 주시긴 했는데 현실적인 교통이나 이런 문제들, 실질적으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시는 분들에 대한 어떤 통행의 자유권 같은 게 약간 침해될 확률이 있잖아요. 그 목적만 가지고 가기에는 현실이 너무 뒤떨어져 있다. 현실 정비가 필요하다."]
탄소 중립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 과감한 행동도 필요하겠지만 결국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목표인 만큼 현실적인 행동 방안도, 실행 방안도 중요해 보입니다.
[앵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양 기자, 수고했습니다.
양창희 기자 (sha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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