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넘게 아나운서 하다가 퇴사...‘이 직업’으로 바꿨다는데 [여행人터뷰]

이가영 여행플러스 기자(lee.gayeong@mktour.kr) 2023. 10. 2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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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더 유명해지고 싶어서 퇴사했죠.”
신간 ‘낯선 곳에서 굿모닝’을 소개하고 있는 아나운서 신미정 / 사진=김규란 여행+인턴PD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제 발로 회사를 나온 이유를 묻자, 아나운서 신미정은 웃으며 답했다. 신 아나운서는 지난 2012년, OBS 경인TV에 입사했다. 이후 여러 방송에서 얼굴을 비추며 4년 6개월여간 정규직 아나운서로 일하던 그는 돌연 퇴사를 결심한다.
여행 중인 신미정 아나운서 [사진 = 신미정 아나운서]
​물론 일을 그만둔 후,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방송, 유튜브 운영, 각종 여가 활동 등 그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 나갔다. 그러던 지난 5월, 신 아나운서는 여행 에세이 ‘낯선 곳에서 굿모닝’을 들고 다시 대중 앞에 섰다.
여행 중인 신미정 아나운서 / 사진=신미정 아나운서 제공
“여행지에선 처음 보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잖아요. 낯선 곳에서 굿모닝은 이 상황에서 착안한 제목이에요.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이하며 느낀 상쾌함을 담았죠.”
정규직 아나운서 퇴사 후 여행을 떠난 이유
여행 중인 신미정 아나운서 / 사진=신미정 아나운서 제공
흔히 정규직 아나운서를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만 듣는다면 신 아나운서가 방송과는 잘 맞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방송이 너무 재미있다고 말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어요. 당연히 준비도 열심히 했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수백 번이 넘게 실패하고 매달리며 도전했답니다. 그만큼 제겐 정규직 아나운서라는 꿈이 간절했어요.”
여행 중인 신미정 아나운서 / 사진=신미정 아나운서 제공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정규직 아나운서로 자리 잡은 신 아나운서가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더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

그는 아나운서 역시 방송 외에는 자리를 지키고 사무 업무를 보기에 일반 직장인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특히 누군가가 자신을 선택해야만 방송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 아나운서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항상 지금보다 더 많은 방송을, 더 열심히, 재밌게 하고 싶었던 아나운서 신미정은 결국 퇴사를 택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여행 중인 신미정 아나운서 / 사진=신미정 아나운서 제공
그는 불안함을 감추고자 춤을 배우고 각종 운동에 도전하는 등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자 택한 마지막 희망이 바로 여행이었다.
“스스로 가만히 있는 시간이 견디기 어려워서 여행을 떠났어요. 여행을 업으로 삼으려고 했다는 등의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정말 일상에서 떠나야만 할 것 같을 때, 도망치듯이 간 여행이라고 해도 무방해요.”
도망치듯 떠난 여행에서 마주한 새로운 매력
여행 중인 신미정 아나운서 / 사진=신미정 아나운서 제공
신 아나운서가 퇴사 후 떠난 여행지 중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스페인 남부 지방과 포르투갈이다. 그는 큰 이유가 있어 여행지를 선택했다기보단, 퇴사했던 9월에 여행하기 좋아 보이는 도시를 골랐을 뿐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이 여정이 즐겁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신 아나운서는 누군가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할 때, 항상 포르투갈을 추천한다고. 첫 목적지에서 유럽 특유의 낭만과 수수한 매력에 흠뻑 빠졌던 그는, 이후 신미정만의 여행을 만들어 나간다.

처음엔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목적지를 정했다면 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도 생겼다. 그는 남들이 다 가는 여행지도 좋지만 때로는 정보조차 찾기 어려운 낯선 곳을 찾아가는 것이 오히려 스스로를 설레게 한다고 했다.

여행 중인 신미정 아나운서 / 사진=신미정 아나운서 제공
여기에 나만의 여행 콘셉트까지 더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별거 아닌 이야기에도 테마를 붙이면 분위기가 달라지잖아요. 여행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발리에 갔을 땐 요가 여행을 콘셉트로, 멕시코에 들렀을 땐 타코 미식 여행을 콘셉트로 잡았어요. 이런 식으로 굳이 테마를 정하면 여행이 더 재밌어지더라고요.”
설렘 가득한 여행? 실상은 엉망진창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신미정 아나운서 / 사진=김규란 여행+인턴PD
분명 더 큰 재미를 찾고자 퇴사 후 여행을 떠났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곤란했던 순간도 많았다. 신 아나운서에게 여행 중 어려웠던 순간에 대해 묻자 그는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당시 그는 그라나다에 도착하자마자 휴대전화 배터리가 없어 숙소 호스트에 연락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라나다에 도착해 숙소까진 가야 하는데 배터리는 없고, 참 난감했어요. 겨우 한 식당에 들러 휴대전화 충전을 한 뒤, 호스트에 연락했답니다. 그런데 이번엔 숙소 열쇠를 찾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주위 호텔에 숙박 여부를 확인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그라나다에서의 당혹스러운 하루는 그 이후 겪은 일에 비하면 약과일 뿐. 사실 신 아나운서는 책을 출간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신미정 아나운서의 여행 중 기록 / 사진=신미정 아나운서 제공
그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책을 출간하려고 하자 공교롭게도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몇 달이면 끝날 상황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전염병은 4년여간 전 세계를 강타했다.

​예상보다 기다림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책의 방향성도 바뀌었다. 신 아나운서는 본래 여행 가이드북을 출간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팬데믹이 끝난 후, 여행 중 방문했던 명소에 대해 다시 알아보니 폐업한 곳이 너무 많았다.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신미정 아나운서 / 사진=김규란 여행+인턴PD
신 아나운서와 출판사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그리고 과감히 결정했다. 방향을 틀어 여행 에세이를 내자고. 결국 ‘낯선 곳에서 굿모닝’은 약 5년의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온 책인 셈이다.
“그간 쓴 글을 한 번에 날려야 한다니 아쉬움이 컸어요. 그래도 여행하면서 쓴 글이 있어서 다행이었죠. 가이드북과는 다른, 온전한 제 이야기를 담아봤어요. 결과적으로는 이전보다 괜찮은 책이 나왔답니다.”
다시 돌아가도 선택은 또다시 여행
여행 중인 신미정 아나운서 / 사진=신미정 아나운서 제공
신미정 아나운서는 다시 돌아가도 퇴사 후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정규직 아나운서로 일하던 때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여행하면서 느낀 점도 많았다. 신 아나운서는 여행을 모든 선택의 총합이라고 생각했다.

조식을 먹을지 말지부터 어떤 관광지를 들러야 할지까지, 일상에선 고민해 본 적 없는 것도 여행 중엔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서일까. 그는 여행 중 매 순간이 더욱 소중했다.

“소위 버킷리스트라는 틀 안에 여행지에서 해보고 싶은 일을 넣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 일을 이뤘다는 사실보단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여행이 정답은 아니죠. 그렇지만 다른 일보다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분명하거든요.”
여행 중인 신미정 아나운서 / 사진=신미정 아나운서 제공
여행을 다녀온 후부터, 신미정 아나운서는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그냥 저질러보라고 전한다. 신 아나운서는 현실에서 아쉬운 순간이 이어진다면 한 번쯤은 진정 원하는 삶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가 정규직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내려두고 여행을 떠났던 것처럼 말이다.

“한 번뿐인 삶에서 굳이 하기 싫은 일을 견뎌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지갑은 잠시 얇아질지언정 일단 떠나보길 추천해요. 막상 시작해 보면 도전하길 잘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온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그간 긴 여정에서 많은 것을 느낀 신 아나운서는 이제 일상에서도 여행을 꿈꾼다.

“현실을 살아가는 매 순간을 여행하는 것처럼 보내고 싶다는 것이 제 바람이에요. 도망치듯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일상 매순간이 특별하고 소중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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