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이상 자산가 336명, ‘저소득층’ 분류돼 의료비 환급받아”

자산이 수십억 원 이상인 자산가들이 저소득 직장가입자로 등록돼 의료비를 환급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늘(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재산이 30억 원 이상인 직장가입자 336명이 ‘소득 1분위’로 분류돼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른 의료비 환급 혜택을 받았습니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인데 소득분위별로 의료비 본인 부담 상한액을 정해 1년 동안 지출한 의료비가 상한액을 초과하면 초과분을 돌려줍니다.

소득분위는 전체 가구를 소득수준에 따라 나눈 지표로 1분위가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데, 하위 10%에 해당합니다.

올해 기준으로 소득 1분위는 지출한 의료비가 87만 원을 넘으면 초과분을 돌려받습니다.

의료비 환급 혜택을 받은 자산가 중에는 재산이 227억 원에 달하는 사람도 있었고, 재산이 30억∼50억 원은 258명, 50억∼100억 원 66명, 100억 원 이상은 12명이었습니다.

이들 자산가 336명의 월 건강보험료 납부액은 1만 5천 원에서 5만 원가량에 불과했지만, 의료비를 가장 많이 돌려받은 사람은 무려 982만 원을 환급받았습니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과 재산에 모두 건보료가 부과되지만, 소득에만 건보료가 부과되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소득이 적으면 더 많은 환급금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이 같은 허점을 이용해 자산가가 편법으로 직장가입자 등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월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을 넘어야 직장가입자로 등록할 수 있는데, 점검 결과 이를 충족하지 못해 직장가입자 자격을 상실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지난해 건보공단은 6천696명에 대한 지도점검을 계획했으나, 실제로는 점검한 인원이 100명도 되지 않는다고 의원실은 전했습니다.

최연숙 의원은 “본인부담상한제는 취약계층이 더 많은 지원을 받도록 하자는 취지인데, 100억 원대 자산가들이 소득 1분위로 분류돼 최저소득 수준인 사람들과 똑같은 혜택을 받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점검을 확대하는 한편, 본인부담상한제의 수혜 대상을 공정하게 선별하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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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아 기자 (gina@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