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김기훈 "성악가 성대모사가 제 업이 될 줄 몰랐죠"
내달 영국 위그모어 홀서 단독 리사이틀
한국 가곡 대거 선곡 "아름다움 알릴 것"
"팔새조처럼 '믿고 보는 오페라 가수' 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어릴 때 ‘열린음악회’를 보면서 성악가들의 성대모사를 하는 걸 좋아했어요. 개인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제 재능일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 홀에서 만난 김기훈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성악가 성대모사가 제 업(業)이 됐다”며 웃었다. 우연히 교회 성가대 세미나에서 만난 선생님이 재능을 발견해 준 덕분이다. 김기훈은 “그 말을 듣고 부모님을 설득해서 진지하게 성악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선택이 지금의 김기훈을 만들었다. 성악 콩쿠르 중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이하 카디프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자로 말이다.
김기훈이 이번엔 영국에서 단독 리사이틀로 현지 관객과 만난다. 오는 11월 26일 영국 런던의 실내악 대표 공연장 위그모어 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김기훈이 해외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단독 리사이틀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 카디프 콩쿠르 우승 이후 위그모어 홀 측의 초청을 받아 성사된 공연이다. 이를 기념해 오는 11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위그모어 홀 공연 프로그램을 국내 관객에게 미리 소개하는 무대를 갖는다.
“외국에서 공연할 때마다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우리 가곡을 부르는데 관객들이 무척 좋아해요. 어떤 의미의 가곡인지, 한국 가곡은 어떤 노래들이 있는지 많이 궁금해하죠. 이번에도 아름다운 한국 가곡을 알리기 위해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선곡했습니다.”
2부는 김기훈이 존경하는 러시아 성악가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1962~2017)에 대한 헌정 무대로 꾸민다. 두 사람은 모두 바리톤이면서 카디프 콩쿠르 우승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흐보로스토프스키가 ‘러시아 로망스’ 앨범에 수록했던 라흐마니노프의 가곡 ‘아름다운 여인이여 노래하지 마오’, ‘꿈’, ‘대낮처럼 아름다운 그녀’ 등을 부른다. 김기훈은 “흐보로스토프스키는 러시아 특유의 어두움과 감성적인 면을 모두 지닌 성악가라 좋아한다”며 “그의 음악도 좋지만, 갈등을 중재할 줄 알고 예민함 없이 모두에게 따뜻하게 대한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무엇보다 존경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오페라 무대에서 ‘꿈의 역할’을 연기하기도 했다. 미국 댈러스 오페라 ‘토스카’에서 스카르피아 역을 맡아 생애 첫 악역 연기에 도전했다. 김기훈은 “현지 관객과 언론 반응이 좋아 만족했다”고 자평했다. 앞으로도 영국 코벤트가든 오페라 ‘라보엠’의 마르첼로 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보엠’의 쇼나르 역으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김기훈은 “‘팔색조’라는 말처럼 다양한 역할을 잘하는 ‘믿고 볼 수 있는 오페라 가수’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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