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통 없었으면 아이 공부 못시켰다”…열명 중 넷은 사교육 빚쟁이
학생수 주는데 사교육비 사상 최대
불안감에 너도나도 돈 쏟아붓지만
사교육비 효과는 소수에게만 톡톡
◆ 퓨처스쿨 코리아 ◆
B씨는 첫째 아들이 서울에서 손꼽히는 자율형사립고에 들어갔지만 첫 시험에서 하위권을 기록하면서 온집안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대치동 학원에 등록하고 일부 과목은 별도 과외교사까지 붙였다. 이듬해 둘째 아들도 자사고에 진학하면서 학비와 사교육비만 한달에 700만~800만원에 달하게 됐다. 남편 벌이로는 감당이 안돼 B씨는 최근 파트타임으로 직장에 다니고 있다. 은행 대출을 받아 아들이 대학에 진학할때까지만 어떻게든 버틸 계획이다.
공교육 붕괴의 다른 이름은 사교육 광풍이다. 공교육 질 저하가 사교육 수요로 이어지고, 반대로 지나친 사교육 의존도는 공교육의 존재가치를 허무는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사교육 공화국’으로 전락했다.
사교육은 결국 돈이다. 사교육에 대한 교육비 쏠림현상은 가진 부모와 없는 부모를 가르고, 다시 자녀에게 고스란히 이어지는 사회적 양극화의 주범이기도 하다.
지난해 사교육비는 사상 최고치인 26조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학생수는 0.9% 줄어든 528만명인데 사교육비는 되레 10.8% 늘었다.
특히 가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1.4%로 나타났다. 가계지출의 20~30%를 쓴다는 응답이 32.3%로 가장 많았다. 40% 이상이라는 응답도 8.8%나 됐다. 과도한 사교육비에 대출까지 받아본 응답자도 절반에 가까운 44.4%에 달했다.
해외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사교육비는 높은 수준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학생 1인당 민간부담 교육비 지출은 초중고교생이 1454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6위, 대학생은 6969달러로 7위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이 각각 초중고교생 929달러, 대학생은 5173달러 수준인 것에 비하면 월등히 많다.
사교육에 막대한 가계소득을 쏟아부으며 매달리지만 선호하는 대학, 선호하는 학과의 문은 좁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교육비를 투입하지만 정작 투입대비 효과를 따지면 비효율성은 커져만 간다.
최근 교육계를 달군 사교육 카르텔도 어두운 단면이다. 교육부가 지난 8월 최근 5년간 사교육업체와 연관된 현직 교원의 영리행위 자진신고를 받은 결과 총 322명이 위법행위를 신고했다. 교육부는 이들의 명단을 2017학년도 이후 수능·모의평가 출제 참여자 명단과 비교해 겹치는 24명을 적발했다. 이중에 억대 금액을 수수한 교사들도 많았고, 5억 가까이 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능·모의고사 출제에 5~6차례나 관여한 교사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현직 교사와 결탁한 사교육업체들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킬러문항’ 전문학원으로 유명한 시대인재를 운영하는 하이컨시는 설립된 지 10년도 안 된 지난해 매출 2747억원, 영업이익 269억원을 기록했다. 사교육시장의 강자 메가스터디도 지난해 매출 8360억원, 영업이익 1354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6.8%나 성장했다.
사교육 기업들의 배만 불리는 한국 교육의 맹점은 사교육을 부추기는 입시제도를 비롯한 교육정책 전반의 낙후성에서 비롯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부모 소득 격차 증가로 인해 사교육비 지출 격차도 커지는 상황에서 현행 대학 서열 구조를 유지할 경우 사교육비 지출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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