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통합' 메시지 무색…'친명·비명' 화합 가능할까?

박정민 2023. 10. 2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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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하는 사람 벌줘야"…'징계 여지' 남기는 지도부
지지자는 '집단행동' …강해지는 내부 불만
李, 중진에 '구조 요청'…지명직 '탕평' 고심도
35일만에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복귀 직후 당내 갈등에 대한 '통합'을 천명했으나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의 갈등은 25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친명·강성 당원들의 비명계 공격도 거세지는 가운데 이 대표는 전직 원내대표 등 중진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계파갈등 봉합에 고심하고 있다.

◇지역구 집회, 모욕성 현수막…"李 진정성 의심"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3일 자신의 복귀 첫 메시지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길 바란다"며 비명계와의 통합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친명계 지도부 인사들은 이 대표의 '통합 천명' 이후에도 '해당행위 징계는 가능하다'며 비명계를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전날(24일) 라디오에서 "(가결파 징계는) 예외지만 해당행위(징계 여부 판단)에 대해서는 일상적 당무다(징계 가능하다)."라며 "잘하는 사람은 상을 주고 잘못하는 사람은 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은숙 최고위원도 같은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징계 여부)에 대한 이견이 있다"며 차후 재논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설훈·이원욱·김종민·조응천·이상민 의원 등 핵심 비명계 의원 5인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서울 은평구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 사무실 인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동원한 '전광판 트럭'이 멈춰 서 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이른바 '비명계' 의원으로 지목된 강병원·전해철·이원욱·윤영찬 의원 지역사무실과 국회 앞에서 트럭을 이용한 시위를 벌였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친명계 일부의 '강경 대응'이 강성 당원·지지자들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성 지지자 일부는 이날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경기 화성 동탄을) 사무실 앞에서 이 의원의 퇴진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고 "동탄을 XX리게 만드는 이원욱은 동탄을 떠나라"는 등 극단적 발언을 쏟아냈다. 친이낙연계 윤영찬 민주당 의원 역시 최근 자신의 지역구(경기 성남 중원)에 모욕성 현수막을 게시한 친명 성향 당원을 중앙당에 고발하기도 했다.

비명계에서는 잇따른 친명계·강성 지지자들의 도발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 보좌진은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겉으로는 통합을 내세우지만 친명계 인사들의 과격행동을 제재할 어떤 목소리도 내는 것 같지 않다"며 "(통합에 대한) 이 대표의 진정성도 의심되는 문제다. 공천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대표가 (친명계를) 강하게 자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파색이 옅은 한 민주당 의원은 "강성 지지자의 극단적인 행동을 방치하면 이 대표 본인이 (계파 갈등을) 방조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내에서는 내달부터 시작될 '공천 레이스'가 갈등 격화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민주당은 11월부터 현역의원을 평가하는 '선출직 공직자 평가'를 실시하는데 평가 하위 20%는 '공천 감점(경선 점수 20% 감산)'을 적용받는 특성상 '공천 경쟁'의 전초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민주당 선출직 평가는 '의정활동'(380점), '기여활동'(250점), '공약활동'(100점), '지역활동'(270점) 등을 심사하며 권리당원·국민 대상 '여론조사', 동료의원·당직자·보좌진 '평판 평가'도 반영된다. 한 비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권리당원 여론조사, 평판 평가 등은 친명계와 강성 지지자들의 의사가 반영되기 용이하다"며 "친명계가 이를 통해 비명계 감점을 도모하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비명계 의원모임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홍영표 민주당 의원. [사진=아이뉴스24DB]

◇시작된 '공천 경쟁'…"총선 리더십 가늠자 될 것"

이 대표는 당내 갈등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26일에는 홍익표 원내대표와 함께 우상호·김태년·이인영·윤호중·박광온·박홍근 의원 등 전직 민주당 원내대표들과 오찬회동을 갖고 당내 통합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전직 원내대표 등 핵심 중진들을 통해 화합 방안을 도출한다는 취지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갈등 봉합이 필요하다는 게 중진 대부분의 생각"이라며 "전직 원내대표들이 힘을 실어주면 이 대표의 통합 메시지가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현재 비명계 송갑석 전 최고위원 후임 인선과 관련해서도 최종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충청 출신 여성 인사인 박정현 전 대전 대덕구청장이 유력한 가운데 박 전 구청장이 비명계 박영순 의원 지역구인 대전 대덕구 출마를 검토한다는 이유로 비명계 일부는 반발하고 있다. 이에 정책위의장에 호남 출신 인사를 선임하는 '탕평책'도 고려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김성주 의원(재선, 전북 전주병)이 하마평에 오르는 상황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결국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마냥 비명계와 대립각을 세우긴 어렵다. 공천 경쟁을 통해 일부는 자연도태 시키더라도 결국 큰 틀에서는 비명계를 안고 가야 한다"며 "계파갈등 해소를 위한 이 대표의 행보가 '이재명 총선 리더십'을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그 점은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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