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상 이전' 신경전 치열

유혜인 기자 2023. 10. 2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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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국립 대전현충원을 찾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해 눈총을 받았다.

박 장관은 이날 대전현충원에서 진행된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 추모식에 참석했으나, 흉상 이전과 관련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박 장관은 홍 장군이 독립 영웅이라면서도 흉상 철거 논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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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순국 80주기 추모식
25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순국 제80주기 추모식에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분향하고 있다. 사진=김영태 기자

25일 국립 대전현충원을 찾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해 눈총을 받았다.

박 장관은 이날 대전현충원에서 진행된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 추모식에 참석했으나, 흉상 이전과 관련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현장에서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간 치열한 신경전을 벌어졌다.

홍범도 기념사업회 이사장 자격으로 추모식에 참석한 우 의원은 추모사에서 "박민식 장관님께서 함께해 기념행사에 더 큰 의미가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곧바로 "78년 만에 돌아온 고국 땅에서 홍범도 장군은 여전히 편히 잠들지 못하고 계신다"며 "바로 흉상 철거 논란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 논란에 보훈부의 수장인 장관님이 동조하시는 것 같다"며 "이 자리를 계기로 보훈부는 육사 현충관 앞 독립영웅들의 흉상과 독립영웅실 철거 백지화에 앞장서 달라"고 요구했다.

우 의원은 박 장관이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안중근 의사의 동상을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하면 그게 맞는거냐'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우리 육사가 일본 육사냐. 귀를 의심했다"고 비난했다.

박 장관은 홍 장군이 독립 영웅이라면서도 흉상 철거 논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박 장관은 "일제의 압제 속에서 우리 민족은 때때로 좌절 했을지언정 독립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며 "조국을 위해 용감히 싸웠던 장군은 이역만리에서 광복을 보지 못하고 순국했지만, 장군의 길은 수많은 애국청년의 길이 됐고, 이로 말미암아 우리는 1945년 마침내 광복을 쟁취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립유공자를 최고로 예우하는 것은 보훈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뜻 깊은 자리에 초대해주신 기념사업회 우원식 이사장님을 비롯한 내빈들께 감사하며, 홍범도 장군님께 깊은 존경과 추모의 마음 받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추모식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의에도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등 흉상 이전 계획에 대해선 선뜻 말하기를 꺼려하는 모습이었다.

'독립 유공자를 최고로 예우한다는 게 흉상 이전 계획 철폐를 뜻하냐'는 질문에 "홍 장군은 국민들에게 빛나는 별과 같은 존재로서 최고로 예우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국정감사 때 안중근 의사 동상에 빗대어 표현한 발언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해석할 필요 없지 않냐"고 회피했다.

당초 보훈부는 이날 행사에 윤종진 보훈부 차관이 참석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순국 80주기라는 상징성을 고려, 박 장관으로 변경했다.

홍범도 장군은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되자 의병을 일으켰으며, 1919년 3·1운동을 기점으로 의병과 동포들을 중심으로 한 대한독립군을 창설했다.

정부는 장군의 서거 78년 만인 지난 2021년 8월 광복절을 계기로 카자흐스탄에 묻혀있던 유해를 봉환, 대전현충원에 안장했다.

그러나 최근 육군사관학교가 홍 장군이 공산주의 참여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교내에 설치된 흉상을 외부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둘러싼 이념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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