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개편안 학부모들 우려에…정부 “사교육 업체의 불안 마케팅”

김나연 기자 2023. 10. 2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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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28 대입개편안 첫 설명회
교육부의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학부모 설명회가 열린 25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참석한 학부모들이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조태형 기자

교육부가 25일 대전에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에 관한 의견을 직접 듣고 설명하는 ‘찾아가는 학부모 정책설명회’를 시작했다. 찾아가는 설명회는 대전을 시작으로 오는 30일에는 서울, 다음 달 9일은 광주, 10일은 부산에서 열린다. 유튜브 교육티브이(TV) 채널에서도 생중계를 볼 수 있다.

이날 대전 유성구 유성호텔에서 열린 설명회에는 현장에만 학부모 100여명이 참석했다. 온라인 시청자도 700명 가까이됐다. 설명회가 시작되자 유튜브 실시간 댓글 창에는 “5등급제 하면 1등급도 대학 가기 더 힘들어지나요” “사탐, 과탐 다 공부해야 하나요” 등 걱정어린 반응이 쏟아졌다.

내신 5등급제 되면 특목고 뜨고 대학별 고사 부활?

내신 9등급제가 5등급제로 바뀌면 자사고·특목고 선호도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들 학교에서 내신 상위권에 드는 것이 지금보다 쉬워지고, 각종 대입 전형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정성훈 교육부 인재선발제도과장은 “9등급일 때보다 내신 불리함의 정도가 줄어든 거지, 특목고가 유리해진 건 아니다”라며 “고교학점제에서 전부 성취평가를 하면 더 다양한 과목이 개설되는 특목고가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기존 방침대로 전면 성취평가를 도입할 때보다 상대평가를 병기할 때 일반고의 불리함이 덜하다는 것이다.

대학이 내신 외 다른 지표로 학생을 변별하기 위해 논술 등 대학별 고사를 늘릴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정성훈 과장은 “대학별 고사가 실질적으로 그렇게 쉽게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도저히 변별이 안 되는 부분들, 수능과 내신을 갖고 평가할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서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상대평가=내신 따기 유리한 과목으로 ‘쏠림’?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에 ‘5등급 상대평가’ 요소가 도입되면 ‘학생 선택권 보장’이라는 기존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고1, 중2 자녀가 있다는 청주의 학부모는 “고교학점제 시범학교에 다니는 큰 애가 공부 잘하는 아이가 어떤 과목 선택하는지 보고 피해서 (과목을) 선택하더라”며 “등급 받기 좋은 과목으로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성취평가제로만 평가했을 때 발생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상대평가를 병기한다고 설명했다. 김한승 교육부 교육과정지원팀장은 “고교학점제가 잘 운용되려면 성취평가만으로 가는 게 맞다”라면서 “단, 그 전제는 성적 부풀리기 문제 하나 없이 완벽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대평가 병기’라는 징검다리를 밟고서 성취평가로 넘어가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번 대입개편안을 두고 나오는 각종 우려가 사교육 업체의 ‘불안 마케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특목고 및 대학별 고사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사교육 업체와 관련된 곳에서 나오는 얘기”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한 학부모는 “건강한 비판들이 전부 사교육 업체에서 하는 말과 비슷하단 이유로 매도당하는 것 같아 언짢았다”라고 말했다.

교육단체들은 어떤 우려를 하고 있을까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활동가들이 25일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학부모 설명회가 열리는 대전 유성구 유성호텔 앞에서 교육부의 시안 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대입개편안 관련 의견 수렴을 앞두고 교육단체들도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국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는 이날 교육부 설명회 전 유성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등학교 전 학년 상대평가를 유지하면 고교학점제는 유명무실해지고, 경쟁교육을 부추긴다”며 시안 철폐를 요구했다.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와 전국진학지도협의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심화수학’에 대해 “학생의 학습 부담이 늘어나면서 사교육비도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학교육학회 등 7개 과학교육 관련 학술단체들은 통합과학 수능 체제에 대해 “통합과학 수준의 학습만으로도 수능에 충분하다는 인식을 하게 할 것”이라며 학력저하를 우려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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