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술패권경쟁, 공간정보 표준이 룰메이커
콧대 높은 애플이 11년 만에 고집을 꺾었다. 자체 충전 단자를 고수해오다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이 사용하는 USB-C 타입으로 충전 단자를 변경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27개국이 스마트폰 충전단자를 C타입으로 통일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최종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표준은 기술 개발 결과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표준이 활용된다는 것은 표준의 중요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대한민국도 표준화 관리에 소홀할 수 없는 이유다.
미국은 표준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나라 중 하나다. 전 세계가 기술 경쟁을 벌이는 반도체부터 인공지능, 자율주행차까지 주요 표준을 거의 싹쓸이했을 뿐만 아니라 GPS 기술은 애초에 미국이 개발한 기술이다. 이러한 경쟁력 기저에는 정부 차원의 '미 국가 표준전략'이 뒷받침했다. 경제 안보와 직결된 기술 분야의 표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민간이 아닌 정부가 표준화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국제 표준화 전략을 펼치는 데 민간의 자력만으론 쉽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기술개발과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결합돼야 표준 선점을 신속히 달성할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가속화되면서 플랫폼 구축과 핵심 데이터 확보 및 활용을 위한 공간정보 데이터 표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공간정보는 우리가 사용하는 데이터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모든 융·복합 데이터의 핵심 인프라다. 공간정보를 토대로 자율주행차, UAM,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신산업과 서비스가 창출된다는 점에서 공간정보 표준이 신산업의 룰 메이커가 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화두인 초격차 확보를 위한 표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수립한 '산업 대전환 초격차 프로젝트'는 반도체·미래 모빌리티 등 11개 핵심투자 분야를 선정한 뒤 민간 주도로 초격차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과제를 도출하면 정부가 과제 수행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표준 선점을 통해 시장 입지 강화가 가능한 산업을 선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현재 국토교통부와 대한민국 주도의 국제표준 개발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국제 표준화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공공기관 최초로 디지털트윈 표준모델과 LX플랫폼을 구축한 LX공사는 공간정보 표준의 연결·협업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디지털 트윈국토'를 국제표준으로 확대시키기 위한 기술 동맹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5월 공간정보 분야의 국제표준화기구인 ISO/TC 211 국제표준화 총회를 전주에서 개최한 데 이어 지난 9월 '국제표준화기구'(OGC) 제127차 총회에 참석해 대한민국 공간정보산업의 표준 개발 현황과 표준화 정책을 알렸다. 이어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공간정보산업 박람회인 '2023 스마트국토엑스포'(11월8~10일 일산 킨텍스)에서도 공간정보 표준화의 중요성을 알리는 컨퍼런스와 공간정보 표준에 관한 교육도 진행한다.
세계는 신기술의 패권 시대를 넘어 표준 패권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최근 관심이 집중되는 디지털트윈, AI, 5G, 사이버보안, 양자암호, 메타버스 등에 대한 국내외 표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다행히 지난해 우리나라 최초로 ISO 회장에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가 선출되는 등 국제 표준시장 내 한국의 위상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더 나아가 국제표준 개발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촘촘히 하고 새로운 표준을 주도할 인력에 대한 전문교육과 역량을 강화한다면 국제 표준 선점에 우위를 갖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국제 표준의 전략적 추진을 위한 산·학·연 협력체계의 구축도 뒤따라야 한다.
애플의 사례에서 보듯 표준 전쟁에서 살아남는 기업과 국가만이 제품과 서비스의 상호 운용성을 보장받고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국제 표준 관련 핵심 정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는 룰 메이커로 거듭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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