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피해자 부산 두 번째 버스킹 성황…시민들 "이제 아픔 알겠다" 응원
부산 리바이벌 버스킹…관심 저조 첫 공연과 딴판
시민들 “몰랐다. 가슴 아프다” 공감…모금함 ‘작은’ 손길도
정치권도 응원…“접종-피해 인과관계 추정 서두를 것”
“지금껏 이렇게 많은 관심이 몰린 것은 처음입니다. 코로나19 백신 피해의 실상을 국민들에게 알리자는 버스킹의 취지가 이제야 사네요.”
지난 21일 코로나19 백신 피해자와 가족들이 부산 중구 광복동 ‘시티스폿’에서 2번째 부산 버스킹 투어 공연을 열었다. 이날 행사가 열린 조형물 광장 앞에서는 많은 행인이 발길을 멈추고 공연을 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가수에게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주말 외식을 하러 시내로 나온 가족들은 네 살·다섯 살배기의 고사리 손에 1000원짜리 지폐를 들려 행사장에 마련된 모금함을 채우기도 했다.
▮부산 리바이벌 버스킹…관심 저조 첫 공연과 딴판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한 ‘별빛 나눔 가수들의 모임’ 소속 레모니안 씨는 “지난 번 부산역 광장 앞 집회 때는 행인의 관심이 적었다”며 “공연을 보는 시민의 집중도가 전과 다르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이하 코백회) 김두경 회장은 “그 어떤 공연 때보다 시민들이 우리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며 “작심하고 부산의 가장 번화가로 공연 장소를 물색했는데, 그런 노력이 빛을 발했다”고 설명했다.
코백회는 지난 4월 1일부터 백신 접종 이후 숨지거나 중증장애를 입은 피해자와 그 가족의 억울한 사연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주말 전국 투어 버스킹 공연을 시작했다. 팬데믹 시대에 백신 피해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전국민의 문제라는 점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매주 관련 집회가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백신 피해자 분향소에서 열리지만,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데 초점 맞춰져 있다 보니 시민에게 목소리를 내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매주 버스킹 공연이 각 지역의 시민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열렸지만, ‘백신 피해’와 관련해 알려진 내용이 적다 보니 시민의 관심도 적었다. 지난 6월 부산에서 처음 부산역 광장 버스킹이 열렸지만, 이 역시 시민에게 백신 피해자의 실상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팬데믹 초기 각 언론에서 백신 피해에 대해 관심 갖고 집중 취재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백신 피해자의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루는 매체가 적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여러 국회의원들이 백신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안을 마련해 발의했지만, 질병청 등 정부기관의 반대에 막혀 처리가 지지부진하면서 관심 밖 사안이 됐다. 급기야 정부가 코로나19를 독감급 전염병으로 취급하기로 하고 엔데믹을 선포하자 백신 피해자들은 “우리의 사연이 아주 오래 전 이야기가 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시민들 “몰랐다. 가슴 아프다” 공감…모금함 ‘작은’ 손길도
정부가 지난달 6일 백신 피해자 관련 대책을 발표했지만, 일부 접종 이후 사망자에게 위로금 성격의 지원금을 주는 데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백신 접종 이후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하는 환자와 그 가족, 하루아침에 자식과 부모를 잃어 가정이 파탄 난 유족 등을 위한 내용은 전혀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백신 접종과 피해 간 인과성 입증 책임을 기존 접종자에서 정부로 돌리고 백신 피해를 사회적 재난으로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등의 그간 백신 피해자와 유족이 요구해온 사항도 질병관리청이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백신 피해자들이 거리로 나가 “엄격한 정부 피해 보상 기준에 따라 실제 혜택 받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정책의 홍보 효과가 높은 사망자 만을 겨냥해 숫자 놀음을 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을 잘 모르는 시민들은 “정부가 백신 맞고 피해가 큰 사망자를 지원하기로 한 거면 잘 된 거 아니냐” “지원 예산도 커졌다는데, 잘 된 것 아니냐”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 두 번째 열린 부산 버스킹에서도 처음 시민들은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 하지만 공연을 10여 분 지켜본 일부 시민들은 “정부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가슴이 아프다”며 안타까워 했다.
사하구에 거주하는 홍경태(41) 씨는 “저도 코로나19 걸리고 힘들었는데, 백신 피해자들의 고통은 생활고까지 겹쳐서 더 힘들 것 같다”며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를 응원하기 위해 버스킹 공연에 왔다가 연단에 선 부산지역 교사 박민정 씨는 “많은 학생이 백신 맞고 죽어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나도 백신 1차 접종 이후 하지마비와 하혈 설사 등 부작용을 3개월간 매일 겪었다”며 “제발 여기 있는 여러분은 자신의 몸에 들어가는 약물이 어떤 성분과 부작용을 갖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백신 접종을 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씨는 이어 “현재 국내 보고된 백신 피해 사망자만 2600명, 중증 부작용 환자만 2만 명이 넘는다.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각국의 실제 부작용 환자는 공식 보고된 건수보다 10배 더 많다고 한다”며 “그런데도 학생들은 부모와 학교의 말을 듣고 백신 1차 맞고 쓰러지고 또 2차를 맞는다. 제발 우리 자녀들을 살려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백신 피해자와 가족의 애달픈 호소는 시민들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인 박순재 씨는 “피해 보상을 해달라는 게 아니라 제 딸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끔만 해달라는 것”이라며 “시민 여러분이 목소리를 모아달라”고 읍소했다. 박 씨의 딸 박세현(여·사고 당시 36) 씨는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아스트라제네카(AZ)를 접종한 뒤 19일 만에 인지기능을 잃고 신체 일부가 마비돼 투병 중이다. 어머니 박 씨는 “애지중지 홀로 키운 외동딸이 하루 아침에 인지 장애가 생겨 눈만 껌뻑 거린다. 부모로서 복장이 터지지 않을 수 있겠냐. 딸이 투병한 지 2년이 넘다 보니 재활치료도 반으로 줄고 모든 치료가 정지됐다. 제가 죽을 때까지 딸을 살려놓을 것이다. 다른 거는 못 해주더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며 오열했다. 현재 박 씨는 딸의 재활치료비 마련을 위해 일을 하면서 간병도 병행하고 있다. 박 씨는 “이번 정부 대책에 조금 희망을 걸었는데, 중증 장기 질환자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더라”며 “의료보험법에 따라 아이가 받던 재활 치료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팬데믹 이후 인지 기능이 망가지고 반신불수가 된 젊은 이들이 수두룩하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이들의 치료 경과와 부작용 재발 등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느냐. 이런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의료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응원…“접종-피해 인과관계 추정 서두를 것”
코백회 김 회장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결과 2021년 3월 4일 백신 맞고 사지마비로 투병 중인 제 자식을 위해 지금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면서 정부의 대책과 시민의 관심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엔데믹’이라고 하는데, ‘뻥데믹’이라고 하고 싶다. 코로나19 백신 통계를 조작해 국민을 사지로 내몬 정부 공무원이 훈장을 받고 지금은 국립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면서 “정부가 해외 피해가 보고된 학생 청소년을 대상으로 접종을 강제해 십수 명이 영문도 모르고 숨지고 수백 명이 중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건 거짓 정책이 만든 대학살”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의 아들 지용(28) 씨는 2021년 재활의학 병원 작업치료사로 근무 중 직장의 요구로 AZ 백신을 맞고 이상 반응이 생겨서 지금까지 신체 마비와 통증, 호흡 곤란 등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김 회장은 “너무 억울하고 분하고 자식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이런 나라에 태어나게 해 미안하다. 끝까지 물러나지 않고 아들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해 시민의 지지를 얻었다. AZ 2차 접종 뒤 이틀만에 의식을 잃고 고인이 된 한 어머니의 아들은 “어머니 돌아가시고 다른 백신 피해자의 가족을 돌아보게 됐다”면서 “접종 이후 중증 질환을 앓는 가족은 하루하루가 생지옥인데, 정부 대책은 하세월이다. 이런 현실을 우리 사회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날 행사는 정치인들도 응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국민의힘) 의원은 “팬데믹 이후 많은 시민이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백신 피해자와 가족은 아직도 어두운 터널 안에 갇혀 있다”면서 “피해자와 가족이 조금이라도 빛을 찾을 수 있도록 최소한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관계 추정이라도 포괄적으로 될 수 있게 법 제정을 서두르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국감 소식 회자…질병청장 “그 백신 사용하면 안 된다”
앞서 지난 1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질병청 국감에서도 김미애(국민의힘) 전혜숙 남인순(더불어민주당) 강은미(정의당) 의원 등이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국가 책임제 강화, 보상 지원 확대 방안이 뭐냐”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관계 추정을 담은 피해 보상 기준이 필요하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특히 강 의원은 지난달 6일 질병청이 발표한 백신 피해 사망 사례 지원 확대 계획을 거론하며 “피해자들이 이게 윤석열 대통령 공약 1호 국가책임제 강화냐. 피해자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그 이유가 뭐냐”고 지 청장에게 물었다. 강 의원실이 이날 제시한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질병청에 접수된 피해보상 신청 9만6000여 건 중 치료비를 신청한 건은 98%인데, 이 가운데 71%가 보상 받지 못했다. 강 의원은 이어 코로나19 백신의 불완전성이 컸던 점을 감안해 정부가 인과관계 입증 책임을 완화하고 포괄적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이상반응 신고율은 0.42%였다. 반면, 인플루엔자의 경우 이상반응 신고율이 0.0014%였다. 거의 300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강 의원은 “그만큼 코로나19 백신이 불안정한 것이었다는 이야기”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지 청장은 “사망자가 정말 전부 그렇게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에 발생한 거라면 그 백신은 사용하면 안 된다”면서 “그럼 앞으로도 그 백신은 사용하면 안 되는 백신인데, 국가가 상당히 큰 잘못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 청장은 이어 “외국은 저희보다 사망 관련 신고 자체가 굉장히 적다.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몇십 배, 몇백 배 차이가 날 정도로 훨씬 적은 신고와 보상요구가 들어오는 상황”이라면서 “그럼에도 계속 보상과 지원의 범위를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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