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간첩단’ 1심 선고 전 석방되나… ‘재판지연 후 보석 전략’ 우려[법조 Zoom In]
북한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석모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직쟁의국장 등 민노총 간부들 3명이 1심 선고 전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될 전망이다. 올 5월 구속 기소된 이들 중 일부가 1심 재판 직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가 재판부가 불허하자 항고하는 등 ‘재판 지연 전략’을 펼쳐왔는데, 다음 달 10일까지인 구속기한만료를 앞두고 보석을 신청한 것. 검찰에서는 “중형이 예상되는 피고인들이 불구속 상태에서 선고 전 미리 입을 맞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민노총 간첩단’ 4명 모두 풀려나나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25일 석 전 국장과 김모 전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양모 전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등 3명에 대한 보석심리를 진행했다. 이들의 변호인은 “국가가 방대한 증거를 수집해서 증거를 반박할 수도 없고 도망할 가능성도 없다”며 “언론을 통해 종북좌익으로 매도되는 것에 분개하고 억울함을 해명하고자 노력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태도를 보면 보석해 줄 수 없다”면서도 “보석되더라도 거주기를 제한하고 증인에 대한 접촉을 금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보석 여부는 통상 심리 후 2~3일 안에 결정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들이 구속기한 만료를 보름 남짓 앞두고 보석을 신청한 만큼 허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속기한은 구속 기소된 시점으로부터 6개월인데, 이들은 5월 10일 기소돼 다음 달 10일 구속기한이 만료된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신모 전 제주평화쉼터 대표는 지난달 13일 이미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다. 이들에 대해 수년 간 수사를 벌여온 공안당국은 기소 당시에 모든 혐의를 담은지라 별도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는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1심 선고 전 풀려날 여지가 커진 배경에는 국민참여재판 신청과 불허 후 항고 등을 통한 ‘재판지연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5월 구속 기소된 이후 당초 7월 5일 첫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그 직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불허하자 재항고 끝에 7월 31일 최종 불허 판결을 받았다. 그러면서 기소된 지 세 달여 후인 8월 14일에야 첫 공판이 열렸고, 1심 선고 전에 구속기한 만료가 확실시되면서 보석 허가 가능성을 높였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1심 선고 전 석방 시 말맞추기 우려”
검찰은 석 전 국장 등 민노총 간첩사건 핵심 피고인 4명이 모두 1심 재판 선고 전에 풀려나면 사전에 말을 맞춰 재판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재판을 받고 있는 이들 4명은 각자 사건의 피고인이자, 다른 피고인 사건들의 증인”이라며 “보석으로 석방돼 자유의 몸이 되면 말 맞추기를 할 유인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재판을 지연하는 등 장외에서 꾸준하게 사법방해 행위를 해온 점으로 봐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들 변호인은 보석 심리에서 “증거를 많이 수집해 증거인멸 우려와 도망 우려가 없다”며 “증인들에게 해를 가할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석 전 국장은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북한의 지령문을 총 102회 받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2017년 9월과 2018년 9월 중국과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하고, 평택 미군기지와 군사 장비 등을 촬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석 전 국장과 함께 기소된 3명도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하고 북한 지령에 따라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모든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간첩단’ 재판은 7개월째 공전 중
민노총 간첩사건의 재판 지연은 3월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창원간첩단 사건’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형편이다. 창원간첩단 사건은 각종 재판지연 전략으로 7개월째 공전 중이다. 경남 창원시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조직원 황모 씨 등은 2016년 3월∼2022년 11월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공작금 7000달러(약 900만 원)를 받고 지령에 따라 국내 정세를 수집해 북한에 보고한 혐의로 3월 구속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강두례 부장판사)가 맡은 창원간첩단 사건은 3월 기소 이후 7개월 동안 재판을 사실상 제대로 진행하지 못 하고 있다. 이들은 재판 관할을 서울에서 창원으로 옮겨달라고 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며 시간을 끌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재판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고, 구속기한 만료를 앞두고는 보석을 신청했다. 이후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고 이에 보석심리 등 모든 재판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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