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흔드는 두 개의 전쟁…‘힘에 힘’ 대응은 상황 악화뿐”
기조연설 : 댄 스미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장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적잖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공격하고 북한이 남침할 수 있다는 예상을 했으나, 그런 우려 섞인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댄 스미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시프리) 소장은 25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아펙하우스에서 열린 제19회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서 한 기조연설과 강연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스미스 소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경과, 두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비교·분석하며 이런 전망의 근거를 다각도로 제시했다.
그는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맞서 유럽연합(EU)이 “단합해 신속하게 단호한 대응에 나선 사실”을 상기시켰다. 유럽연합은 “주권국에 대한 침략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그는 “이는 최근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참상에 대해 유럽연합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과 대비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과 대만)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서방”이라며 “중국과 북한의 정치지도자들은 (미국·유럽연합 등) 서방이 어떻게 대응할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둘째 근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이다.
그는 “전쟁이 한쪽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도, 조기 종전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양쪽 모두 서로를 존중할 생각이 전혀 없어 전쟁이 1~2년 안에, 어쩌면 3~4년 안에도 끝날 것 같지 않다”고 걱정했다. 그는 “러시아가 경제 제재로 (침략의)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파국적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문정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이 “어떤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과거(분단)가 우크라이나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하던데”라고 묻자, 그는 “유럽연합은 러시아가 무력으로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차지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한국의 상황과 조금 다를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기약 없이 길어지는 전황과 유럽연합의 단호한 대응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 중국 전문가라면 (중국의) 대만 침공이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짚었다.
스미스 소장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특히 우려하며 “반쪽 이야기가 아닌 전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쪽은 하마스의 폭력성만 강조하고, 다른 쪽은 이스라엘의 공습에 따른 가자지구의 참상만 이야기한다”며 “전체를 보려고 해야 참상의 출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충격적이지만 지난 10~15년 사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면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하마스의 완전한 제거나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추방은 현실성이 전혀 없어 해법이 될 수 없다”며 “공존의 미래를 추구하는 것만이 유일한 현실적 출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힘’에 ‘힘’으로 대응하면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벌였지만, 테러는 더 많아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평화를 얻을 수 없으리라 전망하면서도, ‘두 국가 해법’의 조기 현실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 대다수는 두 국가 해법에 우호적이지만, 이를 현실화할 정치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지구촌을 뒤흔드는 ‘두 개의 전쟁’의 조기 종결과 평화 재건 문제와 관련한 스미스 소장의 분석·전망은 낙관과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그는 “안보의 핵심 요소는 협력”이라며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양대 평화연구기관으로 불리는 오슬로국제평화연구소(1993~2001)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2015~)에서 거푸 소장을 맡아온 ‘평화’ 문제의 권위자인 그의 호소는 묵직하다.
부산/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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