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더 요원해진 군축…“시급한 기후위기부터 협력해야”
2023 한겨레-부산 심포지엄 첫날인 25일, ‘미-중 관계, 군비경쟁과 기후협력은 양립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진행된 제1세션에서 참석자들은 우선 시급한 기후협력부터 양국이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아펙(APEC) 하우스에서 열린 이날 토론에서 김지운 충남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기후협력이 미-중 전략경쟁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기후변화 협력을 위해 다른 사안을 양보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중국 또한 기후변화 협력이 미-중 관계 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미-중 군비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군축을 견인할 수 있는 해법이나 묘수가 옹색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두 나라가 기후협력을 위해 패권 경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토론자로 나선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과 리칭쓰 중국 인민대 교수 또한 미·중이 군비 축소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페퍼 소장은 “정부와 기업들은 군수품을 계속 늘리려고 할 것이다. 기후변화보다는 군사 예산을 따내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교수는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 핵무기 등 전력 격차가 여전히 크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중국인은 미-중 간 군축에 서명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려 계속 군비를 증강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토론자들은 미·중이 당장 뜻을 모으기 힘든 군축보다는 기후협력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미-중 관계가 어려울 때도 중국 정부는 기후 문제에는 늘 협력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기후변화 문제는 미-중 사이에 이야기를 나누기 용이한 주제”라고 말했다. 페퍼 소장도 “정치사적으로 미국은 군축을 지향할 때 다른 분야의 문제들과 분리했다. 미국-소련 경쟁 당시 군축을 지향할 때도 마찬가지였다”며 “미·중 역시 (군축과 기후협력을) 분리해 접근한다면 기후협력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군비경쟁이 기후변화에 끼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지운 교수는 “군 시설을 건축할 때, 전쟁을 치를 때, 전후 복구할 때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거대한 탄소발자국을 남긴다는 것”이라며 “F-35의 연비는 1갤런(약 3.8리터)당 0.6마일(0.9㎞)에 그치는데 이는 승용차의 50분의 1에 해당하는 낮은 연비”라고 지적했다. 이어 “2001∼2017년 아프가니스탄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배출한 온실가스는 12억톤이다. 이는 승용차 2억5700만대가 한해 배출하는 온실가스양과 맞먹는 양”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첫해 추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1억2천만톤이다. 이는 벨기에의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경제 분야에서 미·중이 협력해 기후위기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 교수는 “테슬라 자동차에 쓰촨성에서 만드는 리튬 배터리가 들어가고, 이 배터리를 만드는 데 양쯔강 물이 쓰인다. 그런데 작년에 기후변화 탓에 양쯔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며 “이처럼 미·중 기업들 스스로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연대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페퍼 소장은 “미국이 중국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특히 첨단기술이나 정보기술(IT) 관련 무역제재 조처를 완화하는 등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이런 움직임을 통해 긍정적인 관계를 만든다면 기후협력에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양국 시민사회의 참여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 교수는 “미·중 시민 간의 연대가 필요하다. 중국 또한 정통성 유지를 위해 여론을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퍼 소장은 “미·중에 시민사회 운동이 존재하고 있고 어느 정도까지는 서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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