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납치살해' 주범 "무기징역" 선고…유족 "사형해야"(종합)

정윤미 기자 이세현 기자 2023. 10. 2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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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족 고통 크지만 사형 선고할만 사정있다고 보기 어려워"
이경우·황대한 '무기징역'…배후 유상원·황은희 각 징역 8년·6년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이경우(왼쪽부터), 황대한, 연지호가 9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2023.4.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이세현 기자 =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주범 이경우·황대한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승정)는 25일 오후 주범 이경우(36)의 강도살인·강도예비·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마약법) 위반·사체유기·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 연지호 '징역 25년'…배후 유상원·황은희 부부 징역 8·6년 '살인' 인정 안돼

재판부는 "중국인을 이용한 강도살인 계획을 폐기했어도 피해자 살인 계획을 폐기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피해자 사망 이후 피고인은 황대한에 대한 질책 없이 암매장, 향후 일에 대해 논의 한 점 등을 종합하면 미필적으로나마 황대한이 피해자를 강도 후 살해할 것을 인식하면서 이들과 공모해 이 사건 범행을 나아간 거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다른 주범 황대한(36)의 경우 마약법 위반 혐의는 무죄, 나머지 강도살인·강도예비·사체유기 등 혐의에 대해 "살인 고의가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경우·황대한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연지호(30)는 징역 25년을 받았다. 연지호 역시 마약법 위반을 제외한 나머지 강도살인·강도예비·사체유기·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등은 유죄로 인정됐다.

범행 배후로 지목된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는 살인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각각 징역 8년과 6년을 받았다. 유상원은 강도살인·강도예비·정보통신망법 위반, 황은희는 강도살인·강도예비·마약법 위반·절도죄로 기소됐다. 이들은 강도살인에서 살인을 제외한 강도죄와 나머지 혐의에 대해 유죄를 받았다.

이 밖에도 피해자를 미행하는 등 범행에 가담한(강도예비 혐의) 이모씨와 범행에 사용된 약물(케타민)을 제공한(마약법 위반등) 이경우의 배우자 허모씨에게는 각각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이씨와 허씨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재범 위험성을 이유로 이경우·황대한·연지호·유상원·황은희에게 검찰이 전자장치 부착 및 보호관찰 명령을 청구한 데 대해 이경우·황대한·연지호에 대해서만 5년간 보호관찰 명령을 내렸다. 허씨는 도주 우려가 없다고 인정돼 법정 구속을 면했다.

◇ 재판부 "잘못 뉘우치고 있는지 깊은 의문… 사형 예외적인 경우만 허용돼야"

재판부는 "살인죄는 가장 존엄한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로 이유 불문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중대범죄"라며 "이경우·황대한은 자신의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코인 관련 사업을 하는 피해자 부부를 납치해 그들 휴대전화를 이용해 코인을 강취하고 이들을 살해하려고 계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 피해자를 미행해 기회를 노린 끝에 피해여성 최모씨를 납치해 휴대전화를 강취해 대선 인근 야산으로 데리고 가 살해했다"며 "한밤중에 귀가하다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서울 한복판에서 급작스레 납치돼 대전 인근 야산으로 끌려가 끝내 죽임당한 피해자 공포와 죽음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들은 구속 이후 반성하고 눈물을 흘리며 유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있으나 범행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돈만을 위해 범행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며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이경우·황대한은 피해자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며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고 서로 자신이 최초로 범행을 제안한 사람이 아니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 등을 보인다"며 "이들이 진심으로 자신들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것인지 깊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상원·황은희는 피해자로부터 채권 회수를 위해 범행에 가담했다. 유상원은 피해자 납치 후 피해자가 보유한 코인을 탐색하는 데 직접 참여하는 방법으로 강도 범행에 적극 가담했는데 이경우한테 기망당해 억울하게 말려든 피해자 행세를 한다"며 "이러한 피고인 태도에서 어떠한 개전의 정(改悛의情)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씨는 큰돈 벌고 싶은 욕심에 이경우 등과 함께 피해자를 미행함으로써 강도 범행을 예비했다"며 "허씨는 간호조무사로 케타민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며 남편 이경우가 피해자 강도 범행을 계획하고 있단 사실 또한 알고 있었음에도 남편 부탁에 따라 근무하는 병원에서 두번에 걸쳐 강도범행에 사용할 케타민 앰플 두병을 절취해 제공해 그 죄책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유족들은 피해자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고 심대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피해자의 가족이 평생 느낄 외로움과 상실감은 그 누구도 치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의 사형 구형에 대해서는 "사형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 정도와 형벌 목적에 비춰 그것이 명백히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며 "사형 양형 조건을 철저히 심리해 사형선고가 정당화될 수 있음이 밝혀진 경우에 한해 사형은 선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경우·황대한 양형 조건들로 만으로는 사형을 선고해 피고인들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게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나 누구나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자기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연지호), 초범 등을 고려해 이 같은 양형 이유를 밝혔다.

피해자 유족들은 이날 법원의 판결에 울분을 금치 못했다.

피해자 남동생은 이날 재판을 마치고 취재진에게 "말이 안 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가족들 고통이 크고 정상적인 생활 못 할 정도로 괴로운데 저렇게 뻔뻔하게 얼굴 들고 (법정에) 오는 것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의와 용서 절대 없다"며 "전원 사형을 내려주는 게 맞는다. 그렇게 해야 대한민국 학생들이나 여성들이 건강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강력하게 처벌해 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강남 납치·살해 사건은 이경우·황대한·연지호가 지난 3월29일 오후 11시46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 피해자 최씨를 납치해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사건이다. 유상원·황은희는 2020년 10월경 피해자를 통해 퓨리에버코인에 투자했으나 손해를 보고 피해자와 갈등을 겪던 중 이경우에게 범행을 제의받고 2022년 9월 착수금 7000만원을 건넸다. 이씨는 범행을 위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피해자를 미행·감시, 허씨는 약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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