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 인재 ‘블랙홀’된 의대… 국립대 입학 81%가 ‘N수생’ [뉴스 투데이]

이정한 2023. 10. 2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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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추진… 쏠림 심화 우려
“의대 입학문 뚫으려 수년 공부”
29명 중 28명이 N수생인 곳도
“사회비용 막대·학문 다양성 훼손”
의대 부속병원도 ‘수도권 쏠림’
의사 인원 배분 등 대책 지적 나와
최근 3년간 전국 국립대 의대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정시 전형으로 들어간 학생 5명 중 4명은 ‘N수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을 처음 친 성적으로 의대에 들어가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의대생이 되려고 수능을 여러 번 보는 학생들이 늘어날 정도로 의대 경쟁이 심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공식화한 가운데 이공계 의대 쏠림 현상을 완화할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국립대 의대 10곳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정시모집 전형으로 이들 의대에 들어간 학생은 1121명이다. 이 중 N수생이 81.3%(911명)를 차지했다. 연도별로는 2021학년도 84.2%(325명), 2022학년도 82.0%(306명), 2023학년도 77.3%(280명)였다.
A대학 의대는 2022학년도 정시전형 신입생 29명 중 1명 빼고 모두 N수생(96.6%)일 정도로 N수생 비율이 높았다. 이 대학은 이듬해 정시전형에서도 N수생 신입생 비율이 93.3%에 달했다. B대학 의대도 2021학년도 정시모집 신입생 55명 중 50명(90.9%)이 N수생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졸업예정)이 첫 수능을 보고 의대에 입학하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국립대 의대 3년간 정시모집에서 고3이 N수생보다 많았던 경우는 단 한 번뿐이었다. C대학 의대 2023학년도 수능 때인데 35명 중 18명이 고3, 17명이 N수생으로 가까스로 절반을 넘겼다. 2024학년도 수능에 지원한 N수생 비율이 역대 최대인 것을 고려하면 내년 의대 N수생 신입생 비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 수년을 써야 할 정도로 의대 경쟁이 극심하지만 이를 감수하는 학생들은 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사회적 비용뿐만 아니라 최상위권 학생이 의대로 몰리는 현상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많게는 1000명 이상 늘리는 걸 검토하고 있는데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의대 쏠림 현상이 더 커질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안민석 의원은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우리 사회와 대학이 부담하는 사회적 비용도 점차 커지고 있다”며 “국회와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교육 현장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수도권으로 몰리지 않게 인원 배분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대 정원이 적은 사립대 중심으로 정원을 늘릴 가능성이 큰데 이들 사립의대 상당수가 부속병원과 협력병원을 수도권에 두고 있다. 지역 의대에 정원을 확대 배정해도 지역의료 인력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걸 막기 어렵단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사립대 의대 30곳 중 지역 의대 18곳의 절반(9곳)이 수도권에 부속병원과 협력병원을 뒀다. 수도권 의대 12곳 가운데 비수도권에 부속병원이나 협력병원이 있는 경우는 4곳에 불과했다. 비수도권에 협력병원이 있더라도 수도권에 있는 대형 협력병원에서 실습 교육을 주로 진행하고, 대학을 졸업한 뒤 전공의 과정도 수도권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거국연)도 이날 “현재 추진 중인 의대 정원 증원, 연구개발(R&D) 예산 감축, 지역대학 통폐합, 대학입시제도 개혁, 교권 확립 등 여러 교육 정책을 전면적으로 정비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거국연은 국립대인 강원대와 경북대, 전남대, 충북대 등과 국립대 법인인 서울대 교수회장으로 구성된다. 거국연은 “의대 정원 증가는 대학과 병원 운영의 자율성, 교육환경, 복지 정책 등과 맞물려 있고 의사 지망생 개인의 자유도 존중해야 한다”며 “의대 정원 증가로 의대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하면 학문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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