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개편 '장외 여론전' 후끈…고교 내신 상대평가 쟁점으로
내신 상대평가, 고교학점제 붕괴 우려 방어
"절대평가 전환 시 수능 줄 세우기 우려돼"
시안 반대 측, 설명회장 밖에서 규탄 회견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국가교육위원회로 이송된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 시안을 두고 교육부와 학부모, 시민단체의 장외 여론전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시안에 반대하는 측은 2025년부터 고교 내신 전 과목이 5등급 상대평가로 개편되는 것을 두고 고교학점제가 힘을 잃을 수 있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반면 당국은 대입 변별력이라는 현실론을 들며 방어에 나섰다.
교육부는 25일 오후 대전 유성호텔에서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 시안 학부모 설명회'를 열었다.
교육부는 앞서 10일 대입개편 시안을 발표한 뒤 사교육 업계에서 갖가지 억측이 나오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행사는 사전 신청 인원만 180명에 달해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교육부는 이날 예고에 없던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자체 학부모 정책 모니터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대입 개편안에 응답자 71.3%가 긍정 평가했다는 내용이다.
2025년 고교 입학생부터 내신 제도를 전 과목에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석차 5등급)를 함께 쓰는 방식으로 바꾸는 데 대해서도 81.5%가 동의를 표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설명회에 나온 교육부 과장급 실무자들도 문재인 정부 때 마련됐던 고1 공통과목만 상대평가를 병기하고 고2~3은 절대평가로 내신 제도를 바꾸기로 했던 정책 방침을 폐기한 이유를 해명하는 데 주력했다.
시안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중학교 2학년과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인 고교의 1학년에 다니는 두 자녀를 두고 있다고 밝힌 학부모는 이날 설명회에서 "(고교생) 아이가 어떤 과목을 선택하는지 보니 공부 잘하는 아이가 택하는 과목을 피해서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학부모는 "지방에서는 대입에서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을 택하는 비율이 80%에 육박한다"며 "학교에서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유희승 교육부 기초학력진로교육과장은 "고1 9등급 상대평가, 고2~3 전면 절대평가를 지키고자 준비했으나 우려들이 많았다"며 "이렇게 되면 (대학에서) 2~3학년 성적은 보지 않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정성훈 교육부 인재선발제도과장은 다른 학부모로부터 내신 개편안에 따른 고교학점제 무력화 우려를 듣고 "내신을 절대평가로 했을 때 대학 입시, 수시 교과전형에 활용하기 힘들다고 판정되면 오히려 수능의 영향력이 더 커져서 줄 세우기가 될 수 있다"고 반론을 폈다.
교육부는 오는 30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여의도호텔에서 수도권 학부모 설명회를 갖는 등 추후 총 3차례의 설명회를 추가로 개최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달 20일에는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공청회를 연다.
교육부의 대입제도 시안에 반대하는 교육계 단체들도 각자 설문조사 결과를 잇달아 내거나 기자회견을 열어 시안의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전국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는 이날 오후 설명회가 열린 대전 유성호텔 앞에서 고교학점제 무력화와 경쟁 심화가 우려된다며 대입 개편안 시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학부모가 혼란스러워 하는 동안 학원가는 시안 내용으로 마케팅을 시작하고 있다"며 "고교 내신이 전(全) 학년 상대평가이니 고교 진학 이후에도 내신대비 학원 수강은 필수이며 여전히 강한 수능의 영향력과 지속되는 불안 마케팅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대입 개편 시안은 사교육비 폭증의 불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교육부는) 시안을 철회하고 과도한 사교육 고통을 야기하는 고교 내신과 수능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달 13~14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진행한 전국 성인 남녀 1013명 대상 설문에서는 '내신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55.4% 동의), '수능 절대평가 전환'(56.4% 동의)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진진협)와 전국진학지도협의회(전진협)도 이날 입장문을 내 시안을 보완할 것을 촉구했다. 고교 내신 5등급 상대평가 전환은 "등급이 잘 나올 수 있는 과목만 선택하게 돼 고교학점제의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시안에 반대하는 측이 주장하는 대로 내신과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이 개편 최종안에 반영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그리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안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 이송돼 심의를 받게 된다. 국교위 관련법상 의결은 전체회의에서 재적위원 과반수 참석과 과반수의 동의로 이뤄진다. 현재 위원은 20명인데 10~13명까지 정부·여당 측 인사로 분류된다.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국교위 위원 구성 상 교육부 시안에 형식적으로 정당성을 부여하는 들러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입제도는 당사자를 포함한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는 중대 정책인데 졸속 행정이 이뤄져 학부모들이 분노한다"고 전했다.
대입 개편안은 올해 현재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부터 적용된다. 내신은 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5년, 수능은 2028학년도 시험부터 바뀌게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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