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만이 할 수 있는 일 해낸 1년”…삼성 ‘컨트롤타워’ 필요 한목소리 [이재용 회장 취임 1년]
컨트롤타워 필요·M&A등 아쉬움
기술초격차·조직문화·주주가치 긍정적
[헤럴드경제=김지헌·김민지 기자] “지난 1년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삼성이란 거대 기업집단을 이끌기 위해서 컨트롤타워는 필요할 수밖에 없다.”
오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1년을 맞아 각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하나로 모아졌다. 회장으로서 반도체 등 미래 투자를 지속하고 글로벌 주요 기업인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하며 삼성의 숨은 경쟁력을 발굴하는 데 1년을 보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의 주요 계열사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의 구축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국가안보산업으로 격상된 반도체 뿐 아니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삼성 내부의 신사업간 긴밀한 소통과 이 회장을 중심으로 한 과감하고 공격적인 경영 전략이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M&A’ 등 신사업 발굴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드러났다.
반면 ▷기술 초격차 ▷조직문화 혁신 ▷주주가치 향상 등은 이 회장의 성과로 인정했다.
25일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이 회장 취임 이후 1년을 평가하며 “수십개가 되는 기업을 회장 혼자 관리할 수도 없는데, 강력한 미래전략실이나 구조조정본부 등 과거 삼성 컨트롤타워가 현재는 없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들이 전문 경영인들 중심으로 자율 경영할 수 있는 체제가 되지도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어차피 기업 총수가 결정하지 않으면 주요 투자 결정 등을 못하는 상황에서 자율경영도 아니고, 컨트롤타워도 없는 애매한 상태로 삼성이 1년간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컨트롤타워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내 대표적인 기업지배구조 연구 기관의 거버넌스를 담당하는 A씨도 “삼성에 컨트롤타워는 필요하다”며 “다만 견제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형태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의 최종 결정권자의 경영을 위해서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을 총괄하는 조직이 있어야 오히려 거버넌스의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며 “다만 현재 재판 등으로 사법리스크가 있어 삼성전자의 기관투자자 등 주주들이 이 회장의 등기임원 선임을 오히려 반대할 수 있어, 사법리스크 역시 해소돼야 경영이 더 안정화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8월 한 인터뷰를 통해 개인적인 의견이란 점을 전제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작은 돛단배에는 컨트롤타워가 필요 없지만,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라며 “많은 조직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한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효율성과 통일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가 없다는 점에 대해선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 대표적인 한 PE(프라이빗에쿼티)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M&A를 하려고 해도, 이미 세계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인수합병을 해당 기업이 있는 각국 정부에서 반대하는 시대가 됐다”며 “미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큰 규모 M&A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삼성의 향후 리스크로 지목된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바라는 의견도 전해졌다. 이병태 교수는 “현재까지는 이병철 창업회장이 삼성그룹을 만들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글로벌 기업을 키운 것에 견줘볼 때 사업 포트폴리오가 변경된 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재구 한국경영학회 회장(명지대 경영학과 교수)은 “이건희 회장의 앞선 ‘신경영 30년’이 있었다면 이제 또 새로운 ‘삼성웨이’를 정말 만들어 갈 그런 과제가 이재용 회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수종 사업’이라는 말 자체가 (과거) 삼성이 만들어낸 용어”라며 신사업 투자를 지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의 기술 초격차 노력에 대해선 긍정적인 답변이 나왔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이재용 회장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큰 업적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1년이 반도체 불황기였다”며 “그럼에도 파운드리 사업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 공장에 대해 꾸준한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용 회장의 의지로 큰 것을 해냈고, 용인에도 시스템 반도체 투자를 지속하고, 기흥에 차세대 R&D 반도체 단지를 세우는 등 파운드리와 메모리 사업 관련 미래 공장을 짓는 큰 결정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인사·조직문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질적 개선을 위한 노력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용히 내부 구성원들의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이재용 회장이 움직이며, 가시적으로는 호칭을 바꾸고 조직소통을 수평적으로 전환하려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다만 여기에 그치지 말고 질적으로 더 변화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결국 삼성의 구성원이나 고객 등에게 ‘삼성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주고, 이 답이 공유돼야 구성원이 절로 일하고 서로 협력하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제대로 나아갈 수 있다”며 이를 위한 삼성의 제대로 된 조직 비전 공유 필요성을 제기했다.
주주가치와 관련해 국내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고금리와 메모리 불황을 생각하면, 지난 1년간 삼성전자의 주가는 나름 선방한 것”이라며 “이재용 회장 취임 이후 1년간 주가가 우상향 흐름을 보였고, 향후 메모리 시장이 개선되면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재용 회장이 만드는 삼성의 새로운 변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기업 내부의 변화와 관련된 대국민 소통이 다소 약하다는 분석이다. 김재구 교수는 “사회공헌이나 협력업체를 향한 노력,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삼성이 잘 하고 있는 부분들을 뚜렷하게 추려서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공감을 얻는 노력은 좀 과감하게 해도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신사업 뿐 아니라 조직 문화 등을 국민들이 더 잘 알 수 있도록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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