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없는 방탈출 카페…비상구 없고 화재 취약
[앵커]
2019년, 폴란드에서 생일파티를 하던 열다섯 살 소녀 다섯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문이 잠긴 방에서 불이 나 빠져나오지 못하고 결국 숨졌는데요.
이들이 파티를 하던 곳, 방탈출카페였습니다.
갇힌 방 안에서 단서를 찾아 탈출하면서 방을 옮겨 가는 일종의 놀이시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주어진 문제를 풀기 전까진 탈출구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만약 불이라도 나면 인명 피해 우려가 큽니다.
게다가 불에 타기 쉬운 물건들도 많아 더욱 취약한데요.
정부가 지난해 방탈출카페, 만화카페 등 화재 예방 규정을 대폭 강화했는데, 어떻게 된일지 대부분은 적용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자 어두운 입구 너머 방탈출 카페가 나옵니다.
불이 나면 손님들이 복잡한 가게 안에 갇힐 수 있지만 비상구는 없습니다.
[방탈출카페 업주/음성변조 : "여기로(출입문으로) 해서 그냥 옥상으로 올라가시면 돼요. 옥상에서 바로 옆 건물로 이동하시면 돼요. (다른 비상구는 없고요?) 네."]
비상구가 있어도 문젭니다.
불에 타기 쉬운 책이 천장까지 꽉꽉 들어찬 만화카페.
비상구는 쇠줄이 둘러쳐진 채 굳게 잠겨 열리지 않습니다.
[임아랑/서울 영등포구 : "불이 나면 방 안에 있으면 불이 난 줄 모를 수도 있고 문 같은 게 많잖아요. 그래서 어디가 탈출구인지도 모르니까..."]
방탈출 카페와 만화 카페, 키즈 카페는 지난해 6월 다중이용업소로 지정됐습니다.
소방시설과 비상구를 설치하고 화재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체 2,600여 곳 가운데 2,500여 곳이 다중이용업소 지정 전에 문을 열어 소급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안전시설 기준을 충족한 곳은 67곳뿐입니다.
완강기와 사다리 등 피난 기구가 없는 곳이 절반이 넘고 4곳 중 1곳은 비상구조차 없습니다.
[공하성/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좁은 공간에 이용자도 많고 가연물도 많다면 화재가 발생하면 그로 인해서 피해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죠."]
소방청이 할 수 있는 건 업주 교육 등의 조치밖엔 없습니다.
[오영환/국회 행정안전위원/더불어민주당 : "정부나 지자체에서 재정을 투입을 해서 (소방 안전 장치) 설치 비용의 일부를 자발적으로 하시는 분들에 한해서는 일정 기간 제공한다든지 유인책을 만들어야죠."]
전문가들은 간이스프링클러 설치 사업에 이들 업체를 우선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여소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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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연 기자 (ye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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