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실탄·가스분사기·전기충격기가…" 인천공항 등 국감서 보안 지적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등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항공 보안 문제에 대해 질타를 쏟아냈다. 최근 일부 승객이 실탄, 전기충격기, 가스분사기 등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비행기에 탄 것을 보안검색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한 것이 도마에 올랐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지난 3월 마닐라행 비행기에서 실탄이 발견되는 등 어처구니없는 보안사고가 계속 줄을 잇고 있다"며 "최고 보안등급이 적용되는 국가의 관문이 이렇게 뚫렸다는 것은 세계 최고 서비스공항으로서의 위상이 근본적으로 흔들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원인이 뭔가. (답변)자료에는 '판독 미흡'이라고 돼 있는데 이게 사람 잘못인가, 아니면 기계 문제인가"라고 따졌다. 이 사장은 "두 가지 다 원인이 있다"며 "일단 사람은 판독을 하는 교육훈련의 문제가 있고, 사람이 못 하는 건 또 기계가 해야 되는데 그 부분에도 문제가 있어서 기계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심 의원은 그러나 "'숙련도 부족'이라고 돼있는데 제가 올해 사고가 난 4건에 대해서 (담당자) 경력을 확인해 보니까 최소 5년3개월에서 6년3개월까지 근무한 분들이다. 이 정도면 '숙련도 부족'이라는 것은 납득이 안 간다"며 "제가 자료를 찾아보니 보안을 책임진 인천국제공항 (직원) 정원이 3619명인데 사고가 났던 3월에는 실제 근무 인원은 18퍼센트나 부족한 3026명이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코로나 시기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 결원이 생겨도 보충하지 않고 때우다가 이용객이 급증하니까 모자란 인원으로 휴식도 없이 급하게 검색하다가 사고가 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 사장은 이에 "그렇게도 보실 수 있지만, 또 여객이 그렇게 충분히 다 차지는 않았던 상태이기 때문에 18% 부족한 것은 많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대해 "세계 정세도 그렇고 남북관계도 그렇고 항공기 보안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며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항공보안사고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총 19건이었는데 2022년에는 한 해에 19건, 그리고 올해는 벌써 30건이나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전국 공항에서 다 이렇게 골고루 보안 사고가 일어나고 있고, 사고의 내용도 실탄, 전기충격기, 접이식 칼, 가스분사기 등 항공기 테러와 직접 이어질 수 있는 물품들이 보안검색 실패로 기내에 반입됐다"며 "특히 아주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전기충격기의 경우 지난 5년간 총 7건밖에 없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윤 사장 취임 후 1년 6개월 사이에 5건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좀 느끼실 필요가 있다"고 질타했다. 윤 사장은 문재인 정부 국정원 1차장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전인 2022년 2월 취임했다.
윤 사장은 이에 대해 "보안 실패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현장에서의 기강 해이라든지 보안감독 미흡 사례에 대해서 심각하게 인식을 하고 제로베이스에서, 완전히 리셋한다는 차원에서 마스터 플랜을 만들어서 시행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국민의힘 김학용 의원은 배우 이선균 씨 사건을 언급하며 "최근 유명 연예인 때문에도 문제가 됐지만 마약류 문제가 국민들로부터 심각하게 걱정을 사고 있다"며 "두 공항공사에서는 보안검색을 할 때 '무기 또는 폭박물'로 한정이 돼 있어서 마약류는 별도 검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것을 관세청에만 미룰 것이 아니라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서 특단의 선제적인 대책을 세워 달라"고 요구했다.
윤 사장은 "마약 단속 부분에 대한 부분은 현행법상 관세청과 세관에서 고유업무로 하고 있고 항공보안법상 보안검색 요원들은 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업무를 수행하지 않도록 금지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저희가 출국장이나 환승장에서 마약을 발견했을 경우 세관이나 경찰에 인계하고 있는 수준 이상에서는 업무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관련 법규가 개정돼서 저희한테 역할이 주어지면 그런 역할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사장은 "관세청의 세관 업무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기내의 안전을 위해서 공항공사에서 무기나 폭발물 등을 검색하고 있기 때문에 좀더 철저히 해서 마약까지 저희가 단속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세관하고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한편 인천공항 비상임이사인 배재정 전 의원에 대해 "민주당 지역위원장으로서 대정부 투쟁활동도 하고 지역에 가서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는 분이 있다"(서범수 의원)라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인천공항공사 비상임이사로 있으면서 월급도 받고 회의수당도 받는 분이 현직 민주당 지역구 위원장이고 오염수 관계 대정부 투쟁하고 지역 가서 선거 운동하러 다닌다"며 "이게 맞다고 보느냐. 저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이 사장에게 질의했다.
이 사장은 "제가 듣기로 배 이사가 정치활동 때문에 이사 활동을 중지하고 정치에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이에 "서 의원이 여러 지적을 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전혀 (정치활동 금지 등) 규정이 없는 비상임이사를 상대로 해서 너무 과한 정치적인 공세성 주장을 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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